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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story212

흑백화면이 진정한 컬러화면으로 변할 때까지 - 단편애니 [13th 라운드] 글로브가 달라지고, 링의 각이 달라지고, 룰이 달라지고. 킥을 맞아 허벅지가 퍼렇게 멍이 들어가고, 상대방 팔뚝으로 목이 졸리는 경험도 처음이다. 나름 이름있었을지도 모르는 복서의 이종격투기 전업은 이렇게 모르는 일 투성이다. 그의 전업이 뜻하지 못한 상황에 밀린 것인지 자발적 호기심이었을지 모르지만, 그가 오늘 하루 새로운 직업에서 부딪히는 현실은 애니메이션 화면에서 나타나는 유채색을 무색하게 한다. 오히려 회상일지 모르는 흑백화면 속 권투선수의 모습은 - 뒷맛이 깔끔하지 않을 수 있으나 - 그의 열정이 제대로 한판 붙었을 때의 긴박감으로 치환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만약 권좌의 벨트를 거머줘도 보상받을 수 없는 청중의 외면 속 공허함을 타파하고자 전업한 것이라면, - 현재까지의 그의 시도는 .. 2013. 5. 15.
때론 쓸데없이, 때론 유용한 목숨의 가치 - 해외애니 [고양이는 죽지 않아] 흔히들 고양이는 9개의 목숨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실제 죽어도 다시 살 수 있다면, 인간은 더 오래 살 수 있다는 사실보다 죽음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을 더 큰 기쁨으로 여길지도 모른다. 어차피 100번을 더 살아도 누구나 동일하다면 그리 특별한 일도 아닐테니... 어찌보면 인간이 대체로 '행복'이나 '즐거움'등을 추구한다고 말하는 것은 남들과 비교하며 득실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므로 필연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항목을 대표적으로 떠들고 있는 것 뿐인지도 모른다. 평균 수명 2년이라는 길고양이가 9개 목숨을 가지면 벌어질 수 있는 일에 대한 인간적인 해석과 클레이 애니메이션의 묘미가 흠뻑 묻어나는 유머러스한 애니메이션. 중요한 건 그리 많은 목숨을 쓸데없이 날려버려도 진짜 필요할 때 없으면 후회막심이.. 2013. 5. 14.
많이 아쉬운데 훅 버릴 수 없는 - 애니 [009 리사이보그] 3D는 실사보다 애니메이션으로 고도화되면 더욱 리얼하면서도 확장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는 느낌을 받은 영화. 붉은 배경에 자색 제복, 노란 스카프. 살짝 촌스러워보이는 이 조합에 처음엔 진짜 '공각기동대', '에덴의 동쪽' 감독일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알고보니 원작 만화에 애니메이션까지 30년의 전통(?)을 가진 막강 콘텐츠였고, 그에 따른 캐릭터와 이미지, 색은 나름 잘 변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색이 촌스럽다는 느낌을 받을 순 없었다. 사전 지식이 없는 입장에서 노랗게 긴 스카프를 멋지게 두르는 장면은 약간의 실소가 나오긴 했지만, 오히려 이전 만화나 애니를 봤던 친구들에겐 뭔가의 향수가 있었을지도... 새삼 production I.G. 의 때깔과 기술도 느낄 수 있었던 애니메.. 2013. 5. 12.
행복한 행보를 걷게 하는 방법 중 하나 - [해외 애니 단편] 엉뚱한 기계 실천하는 자와 탐구하는 자, 행동한 후 생각하는 자와 생각한 후 행동하는 자, 그래서인지 모르겠으나 뚱뚱한 자와 마른 자. 이런 조합이면 하나의 일을 추진해가도 서로 발현하는 방식이 다를 테니, 좋은 경우엔 상호 보완이요, 나쁜 경우엔 백해무익. 책 속 인물을 현실화시키는 기계를 만드는 두 박사는 오늘도 서로 샴페인을 터트리기 일보 직전이다. 하지만 나름 개성 강한 두 박사는 서로의 스타일을 주장하다가 결국 기계는 고장나고 만다. 그래도 결론은... 모를 일이다. 재미있는 건 극과 극의 조합이라도 그들의 꿈은 하나, '꿈을 현실로 만드는 일'이다. 그것에 자신의 심혈을 기울인 자들은 원래의 취지와 다를 지 몰라도 일정 성과를 얻을 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두 박사는 - 우리가 보기에 - 꽤 괜찮은 행보를.. 2013. 5. 6.
어린 시절의 낯선 친구 '그것' - 해외 애니메이션 [신기한 친구] 만 1 세 정도 되는 영아를 돌보는 어린이집 교사들은 아이들이 벽이나 창문가에 앉아 밖의 풍경 속 무언가를 향해 옹알이를 하는 모습을 간혹 보게 된다. 그리고 아이의 친구가 된 그것(?)에게 이름을 붙여주곤 한다. '오늘 **이와는 잘 놀았어? **이랑 무슨 얘기했어?' 익숙치 않은 사람들에겐 '이게 뭔소리인가?' 싶겠지만, 실제로 몇몇 영아들은 이렇게 놀고, 몇몇 선생님들은 그들을 친구로 인정한다. -어른에게- 낯선 친구 '그것'은 경력 화려한 어린이집 교사조차 해독 안되는 영아들의 이야기를 주고 받는 대화의 대상이기도 하고 때때로 손에 잡고 함께 놀고 싶은 대상이기도 하다. 이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꼬마숙녀 리사는 낯선 친구 '그것'을 직접 만들어낸다. 주변의 잡동사니를 고사리 손으로 모아 얹어보고 .. 2013. 4. 22.
고독을 회피하기 위한 유쾌한 모험 - 해외 애니 [모빌] 희한하게도 인간은 고독에 익숙치 않다. 이러한 습관은 어쩌면 생존 능력 떨어지던 포유류로써, 무리를 지어 대형 동물을 막고 빙하시대를 견뎌냈던 뼛속 깊은 경험의 산실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다분히 인간의 오랜 습성일지도 모르는 기준으로 만들어가는 이야기 속 동식물 및 물체들은 의인화를 거쳐 인간의 감성이 반영된다. 해외 애니메이션 [모빌] 속 다양한 동물들은 실제 동물도 아닌 헝겊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형이든 동물이든 인간이 자신의 마음을 흠뻑 담아 표현하기는 좋은 존재들일지도 모른다. 무게 중심을 맞추느라 한쪽에 혼자 걸리게 된 암소는 다른 동물들과 가까워지고 싶다. 그러나 뭔가 공중에 매달린 그녀에게 모빌의 반대편은 지구 반대편만큼이나 가까이 하기엔 먼 거리이다. 그래도 그녀는 반대편에 마음이 맞을 .. 2013. 4. 18.
생명의 경계선은 어디쯤? - 해외애니 [458nm] 달팽이는 자웅동체로 짝짓기는 필요하나 짝 모두 알을 낳을 수 있다고 한다. (이요조님의 동물이야기에 보면 매우 자세히 관찰하신 기록이 올라가 있다. 위의 정보도 이요조님의 글 중에서 알게 된 사실! http://blog.daum.net/yojo-lady/10845753 ) 생각해보면 암수의 구분과 체내 수정에 익숙한 인류에게 그외의 자손 번식 방식은 어찌보면 생경한 내용이다. 그럼에도 '연구' 또는 '발견'등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호기심은 다양한 차이들을 발견하는데 유용하게 쓰인다. 더불어 공룡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는 인류의 입장에서, 미래에 어떠한 동식물의 진화 또는 변화가 있을 지 예측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눈 앞에 보이는 소나 닭, 염소 등의 존재는 쉽게 인식 가능하지만, 실제 머나먼 과거에.. 2013. 4. 15.
장르 표기 오류 - 영화 [업사이드 다운] '영화 [인셉션]을 뛰어넘는...', 이런 수식어는 붙지 말았어야 한다. 'SF에 멜로가 가미된...', 멜로인데 SF가 슬쩍 스쳐지나간다고 했어야 한다. 원래 SF라는 게 인간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사이사이 인간이기에 그 기이한 현상을 마주할 때 대처 또는 환호하는 감성이 적절히 혼합되어야 제 맛을 갖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SF 대작 앞에 애니메이션이든 삽화든 CG든 뭔가 해당 영화를 설명하기 위한 기본 정보를 제공할 때 지루함보다는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그 설명을 흡수한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업사이드 다운]은 꽤 전형적인 SF 영화의 도입부 중 한 갈래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아름다운 그림체로 들려주는 업사이드 다운의 세계는 한번도 상상해보지 못한 놀라운 세계다. 게다가 대부분의 SF는 .. 2012. 12. 6.
잘 짜여져있어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남자들의) 앙상블 - 영화 [개들의 전쟁] 다방, 양아(치)들의 어법,엄마 친구라도 피해갈 수 없는 치사한 수금 작전. 깡패라기보다 양아치, 웃음이라기보다 희희덕거림, 그 동네 말고는 주름 잡을 일 없고, 본인들도 그럴 생각조차 없는 그들의 이야기. 그들을 아우르는 키워드는 단 하나다. '찌질함'. 대장은 패거리에게 신과 같은 존재이지만, '전 국민 - 패거리'에겐 그저 나이값 못하는 한심한 골목대장일 뿐이다. '전 국민 - 패거리'는 대장에게 그저 아무 것도 아닌 '남'이지만, 패거리는 자신의 전부, '나'와 같은 존재이다. 그들이 똘똘 뭉쳐 만들어내는 하루하루의 삶은 객관적으로 볼 때 결코 끼어들고 싶지 않은 세상이다. 다방 옥상에 진 치고 앉아 지역민들 등치고 사는 삶은 결국 '주먹'을 부르는 삶이고, 언젠가 나타날 -그래봤자 쌀 한톨의 차.. 2012. 11. 12.
웃을 수도 없고 울 수도 없는 - 애니메이션 [창] 웃을 수도 없고 울 수도 없는 - 영화 [창] 오늘 대개봉~! 극장에서 보고픈 분들은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 http://www.indiespace.kr ), 인터넷으로 볼 분들은 인디플러그 ( http://www.indieplug.net/movie/view.php?cat=1&sq=2013 ) 왠지 모르게 자신과 닮은 캐릭터들로 가득찬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연상호 감독. 신기하게도 모든 인물들은 구분이 확실히 가능하다. 영화 '돼지의 왕'으로 작년 부산국제영화제부터 칸 영화제까지 휩쓴 연상호 감독이 부지런하게도 28분의 중편 애니메이션을 선보였다. 남자들의 시끄러운 노가리 까기 대상이 된 군대 이야기는 여자들이 끼어있으면 때론 코믹 버전으로 전환되기도 한다. 그러나 누구나 안봐도 비디오라할 법한 .. 2012. 11. 1.
대박 신선 ^^b 댓글 유명세 타는 중인 영화 [두개의 문] 오랜만에 보는 역 댓글 홍보.(보통은 모객을 위해 좋은 얘기 잔뜩) 평점 낮아 '뭐지?' 싶었는데 올린 글 보니 알바티 팍팍, 영화 흥행엔 더 도움되겠다. 네이버에서 영화 하나에 집중, 떼거지 평점이 가당키나 한지? 아!!! 유명세의 증거? 여튼, 내용도 내용이지만 최근 본 다큐 중 가장 웰메이드. * 출처 : 네이버에서 캡쳐 2012. 6. 29.
누적되는 불안정감의 끝은 언제쯤? - 영화 [나쁜 교육] 나쁜 교육 감독 고수경 (2010 / 한국) 출연 허준석,윤선정 상세보기 똘망똘망한 눈망울들, 정갈한 옷차림, 오래된 풍이지만 정돈된 교실. 시골의 한 전형적인, 어떻게보면 도시인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초등학교 한 교실의 모습이다. 덜렁 4명인 아이들이 반원 모양으로 책걸상을 위치한 채 교탁 쪽으로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그들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이상적 풍경을 완성시켜줄 희망 가득하고 열정적인 선생님이 서있다. 동요가 울려퍼지며 훑어진 이곳의 풍경 속에서, 그러나 그들의 수업과 대화는 그다지 희망적이지 못하다. 영화 [다쁜 교육]을 관람하는 관객 만큼이나 소중한 꿈을 간직하고 싶은 선생님의 열망은 정열적인 목소리와 수업 진행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함께 참가하고 있는 아이들의 생각과 관점은 영 딴 .. 2011. 8.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