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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애니37

흑백화면이 진정한 컬러화면으로 변할 때까지 - 단편애니 [13th 라운드] 글로브가 달라지고, 링의 각이 달라지고, 룰이 달라지고. 킥을 맞아 허벅지가 퍼렇게 멍이 들어가고, 상대방 팔뚝으로 목이 졸리는 경험도 처음이다. 나름 이름있었을지도 모르는 복서의 이종격투기 전업은 이렇게 모르는 일 투성이다. 그의 전업이 뜻하지 못한 상황에 밀린 것인지 자발적 호기심이었을지 모르지만, 그가 오늘 하루 새로운 직업에서 부딪히는 현실은 애니메이션 화면에서 나타나는 유채색을 무색하게 한다. 오히려 회상일지 모르는 흑백화면 속 권투선수의 모습은 - 뒷맛이 깔끔하지 않을 수 있으나 - 그의 열정이 제대로 한판 붙었을 때의 긴박감으로 치환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만약 권좌의 벨트를 거머줘도 보상받을 수 없는 청중의 외면 속 공허함을 타파하고자 전업한 것이라면, - 현재까지의 그의 시도는 .. 2013. 5. 15.
기왕 뻥칠거면 훌륭한 걸로, 제대로! - 애니 [정상인의 만담] 정상인의 만담 (The Downright Dialogue of Two Upright Men) -> 인디플러그에서 다운로드 중! 단편, 애니메이션, 코미디, 판타지, 사회, 대한민국, 8분, DV 6mm, 2007년 황선미, 이휘수 엄상현, 이인성 12세 관람가 사람 사는 세상의 콘크리트 밑에는 사자가 살아. - 하지만 지하철에 나타나면? 지하비밀기지에 나타나 사람들을 놀래킨다면? 다행히도 이 사자는 매우 인도주의적이라 사람을 잡아먹지는 않아. 아스팔트 밑은 의외로 멋진 곳이라 물고기를 퍼나르면 되고 질도 좋아 구워먹으면 그만이야. 요즘 수질 오염 때문에 살짝 고민이기도 하지만.... 인도주의 사자는 도시의 고급 수도와 전기를 사용하는데, 가끔 도시에서 물이나 전기가 끊기는 건 사자의 탓이기도 해. 하지만.. 2011. 1. 18.
그 천국은 그 천국이 아니잖아? - 애니 <where is heaven?> Where Is Heaven? (Where Is Heaven?) 단편, 애니메이션, 드라마, 판타지, 어린이/청소년, 대한민국, 7분, DV6mm, 2009년 박형진 전체 관람가 청강문화산업대학 아침에도 저녁에도 침대 한자락에서 기침을 해야 하는 아이 베니. 베니의 유일한 낙은 책 의 안내자인 양 네피에게 말 거는 것. 책 속에 들어가고픈 아이에게, 새로운 세계의 천국을 보고픈 아이에게 네피는 HEAVEN 티켓을 발부하고 방문을 열자 그를 위한 날아가는 열차가 도착한다. 미지의 세계엔 다양한 인물들, 이라기보다 인형들이 살아 움직인다. 크레용은 그림을 계란 모양은 병아리가 되어 춤을, 브레멘악대를 연상시키는 동물들은 세미턱시도에 악기 연주를... 종착역을 도착하기 전 열차 문을 연 베니의 눈앞에는 다시금.. 2010. 12. 6.
속도감, 풍부한 표정, 그리고 아까움 - Happy Birthday Torry Happy Birthday Torry(해피 버스데이 토리) 단편, 애니메이션, 드라마, 어린이/청소년, 가족, 대한민국, 9분, DV6mm, 2009년 조혜민 전체 관람가 청강문화산업대학 2010.11.17 다운로드 서비스 예정 - http://www.indieplug.net/movie/view.php?cat=&sq=101 언제나 느끼는 건데, 한국 단편애니메이션 작품들은 대부분 기술적인 퀄리티가 높다. 특히 2D보다는 3D가 높은 것 같은데, 움직임이 생각보다 스피디하지 않아도 봐줄만 해서일까나? 오랜만에 2D 애니 중에 속도감도 받쳐주는 애니를 발견했다. . 엄마가 출근시간을 맞추기 위해 집 사이를 무사처럼 날으는 장면은 나름 백미다. 게다가 이 엄마는 평상시 한국 애니의 부족한 풍부한 표정마저 눈동.. 2010. 11. 11.
태풍에 대한 복기, 되새김, 고증 - 애니메이션 [Wanted] Wanted (원티드) (Wanted) 단편, 애니메이션, 스릴러, 액션, 대한민국, 22분, 35mm, 2007년 인디애니박스:셀마의 단백질 커피 세 감독의 애니메이션 , , 3편을 묶어 개봉한 작품. 장편, 애니메이션, 드라마, 판타지, 액션, 대한민국, 75분, HD, 2008년 애니메이션 에는 짓궂은 이, 다정한 이, 괴롭히는 이, 남을 돕는 이 등 다양한 이들이 어우러져 사는 평범한 마을에 문득문득 스쳐 지나기만 해도 간담이 서늘해지는 할머니가 등장한다. 흡사 악귀와 같은 모습의 할머니 ‘셀마’를 볼 때면 어김없이 기분이 안 좋지만 유야무야 넘어가던 어느 날 마을은 엄청난 물폭풍 속에 잠겨버렸다. 주민들은 구명보트에 몸을 의지하게 되고 구원의 함선이 도착하자 감격하면서 구조 요청을 하지만, 그들.. 2010. 9. 25.
계산식이 너무 복잡하고 공허해진... - 단편애니 [88만원] 88만원 감독 김일현 (2009 / 한국) 출연 상세보기 요즘 20대를 일컫는 말, 88만원세대. 단편 애니 [88만원]은 그들 중 누군가의 인생 8분을 짤라놓은 모습이다. 딱 한명의 출연자, 얼굴을 알아볼 수는 없으나 유난히 동그란 실루엣의 더벅머리가 인상적이다. 그가 정신없이 머리 굴려 계산 중인 생활비는 그와 그의 방 풍경에 덧입혀지고, 걸려온 여자친구의 전화로 인해 계산식(?)은 더욱 복잡해진다. 무언가 정신없이 쌓여있는 책상 위와 방 바닥의 풍광은 그의 분주함을 나타내는 동시에, 얼기설기 그려진 연필의 필체 사이 사이 숭숭 뚫려있는 인물과 물체들의 속은 흡사 속빈 강정 같은 공허한 삶을 보여주는 듯도 하다. 남자는 21세기 생존의 법칙을 다시 쓰는 양, 예측되는 엥겔지수만큼이나 높은 %의 인생을.. 2010. 8. 16.
이제는 마법사의 길을 누릴 때 - 애니 [내 친구 고라니] 내 친구 고라니 감독 장형윤 (2009 / 한국) 출연 상세보기 한 때 그 어렵다는 정보통신운동에 대한 설명을 만화로 깔끔히 정리해주던 학습만화계 대가였던 그녀가 있었다.. 지방 어딘가에서 암약 중인 걸로 -확인 안되는 소식통에 의해 - 알려진 그녀는 사회운동의 소중한 '소통'에 대해 우리에게 가르쳐주었다고나 할까? 그녀 만큼 독립애니계 학습 애니의 대가로 빛과 소금과 같은 존재를 뽑으라면 단연코 장형윤 감독을 꼽고 싶다. 여기 이 두 사람을 엮은 '학습'이라는 단어는 나의 짧은 단어 실력으로 인한 선택일 뿐, 많은 사람들이 짜증나게 기억할 구태의연, 지식 만빵, 암기 종용의 대한민국 교육기관의 악태를 답습한 그 의미가 아니다. 원래 최고의 학습이란 건 지식이든 생각이든 관심을 가지게 하고 자연스레 개인.. 2010. 8. 2.
독창적 표현과 유머, 못생겼는데 확실한 캐릭터 - 애니메이션 [띠띠리부 만딩씨] 띠띠리부 만딩씨 감독 홍학순 (2008 / 한국) 출연 상세보기 흡사 초등생이 그려도 더 나을 것 같은 작화, 황당무개 스토리. 이러한 특징에도 불구하고 이 애니메이션이 돋보이는 이유는 확실한 주제와 독창적 표현, 적당한 반복과 유머, 못 그려도 확실한 캐릭터 덕분이다. 만딩씨는 아프리카 원주민으로 추정되는데, 그가 든 봇짐과 옷은 아무래도 부시맨의 영향을 받은 듯 하다..ㅋㅋ 띠띠리부를 외치며 지구를 10 걸음 만에, 때론 10억 걸음 만에 한바퀴를 돌면서 남극까지 간 그(녀)는 펭귄과 단란한 한 때를 보내기도 한다. 이글루에 야자수를 심고 근심 걱정 없이 여행을 하는 만딩씨의 삶. 반복되는 유머 속에 어린이들이 포복절도하는 사이, 어른들이 살짝 꿈꿔볼만한 인생이다. 때론 달이 손에 잡힐 듯, 때론 별.. 2010. 8. 2.
질 나쁜 질 좋은 농담 현실 - 단편 영화 [Getaway] Getaway (Getaway ) 단편, 애니메이션, 판타지, 대한민국, 6분, beta, 1999년 이광희, 김희연, 조영훈, 한바다 15세 관람가 -------------------------------------------------------------------------------------------- 짓는 개, 섹시해보이는 여자의 뒤돌아본 모습. 통로를 열심히 가로질러 달리는 유행의 첨단을 달리는(?) 남자의 모습. 다소 저질스럽게 표현되는 여자의 가슴. 마치 B급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듯 고개를 까딱거리게 만드는 흥겨운 음악 사이로 매니아틱한 캐릭터들의 다양한 모습이 선보인다. 그러나 이런 붐업의 분위기와 달리 이 애니는 의외로 낙태에 대해 다루고 있다. 가슴 큰 여자가 바나나 껍질을 까보니.. 2010. 7. 5.
인생 선택이라는 게임의 반복 - 단편 애니 [Murmur] Murmur (Murmur) 단편, 애니메이션, 판타지, 스릴러, 대한민국, 6분, DV 6mm, 2006년 최재선, 정현규, 김영만, 진승범, 하나원 다니엘 크리스토퍼, 에이미 등급 미정 인디스토리 음침한 밤, 천둥치는 밤, 한 여인은 살해의 위협을 받으며 구석으로 구석으로 몰린다. 어느덧 그녀의 남편은 취조실에 앉아있고, 자기도 모르게 아내의 살인범으로 몰린 그는 형사 앞에서 무력하기 짝이 없다. 형사로 인해 억지로 그날의 사건이 되짚어지며 나오게 된 결론은? 이 애니메이션은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 바람피는 아내, 남편을 추궁하는 형사가 등장하지만, 사실 모두가 한 인물이라는 느낌이 든다. 남편이 형사의 취조에 시달리며 아내를 도끼로 내려치는 장면이 나오는 순간, 내려쳐진 것은 형사였고 엄밀히 말하면.. 2010. 5. 15.
돌아가는 ... 헛헛한 길 - 단편 애니 [돌아가는 길] 돌아가는 길 감독 김지수 (2009 / 한국) 출연 상세보기 여행인지 통학길인지 알 수 없는 그녀의 시작은 티켓팅부터가 긴장의 연속이다. 거대하고 거칠기 이를 때 없어보이는 어른들의 틈바구니에서 겨우 구입한 버스를 탔지만, 어느새 지갑도 사라진 듯 하고 버스에 탄 사람들 역시 매표창구의 그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작은 키에 더욱 어깨를 구부릴 수 밖에 없는 그녀에게 창밖은 바다였다가 사막이였다가 변화를 계속한다. 현실이지만 환상을 보여주는 것, 그것을 통해 무력한 소녀를 새의 날개와 날라가게 하는 것. 전부터 생각한 건데, 아름다운 채색 속에 희망이 아닌 암울만이 남은 느낌이다. 이야기는, 미래는 어디로 사라져버린 걸까? 아름다운 만큼 헛헛해지는 이 느낌. 2010. 5. 11.
악몽도, 호러도, 애니라 딱 좋은 (^^)b [Nightmare] 악몽도, 호러도, 애니라 딱 좋은 (^^)b 2010-05-07 | jineeya 적당한 도시의 소시민. 그에게 자기 전 살해범에 대한 TV 뉴스는 꽤 치명적이다. 그는 밤새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는 세계에서 다양한 '그'에게 발견당하고 쫓긴다. 그래도 어쨌거나 저쨌거나 밤을 무사히 넘긴 그가 출근을 위해 집 문 밖을 나선 순간 펼쳐지는 환경은 매일과 같은 듯 했지만 매우 다르다. 뉴욕의 거리를 보는 듯한 도시, 컬트적인 캐릭터들, 호러스럽지만 위트있는 스토리 아이템. 작풍이 궁금하시다면 사우스파크나 심슨가족 계열로 생각하시면 되겠다. 사실 한국 단편애니메이션 몇 작품의 유사와 무력에 슬슬 식상해지기 시작했다. 유약한 소년 또는 소녀, 파괴된 도시와 환경, 생존 만이 삶의 조건,.. 2010. 5.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