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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애니37

엔딩 크레딧 이후를 꼭 봐야 하는 애니 [낙서하는 소녀] 낙서하는 소녀 감독 강길호 (2008 / 한국) 출연 상세보기 우비를 푹 눌러쓴 소녀, 하교길에 어느 벽에 열심히 낙서를 한다. 그녀가 낙서한 캐릭터는 그녀의 뒤를 쫓기 시작하고, 그녀의 방에 들어온 낙서 캐릭터와 소녀는 숲으로, 별 쏟아지는 하늘로 모험을 한다. 이 애니메이션은 단순한 표현 속에 많은 걸 포괄시킨다는 점이 매우 놀랍다. 세상에 무심한 듯 보이는 어린 소녀, 낙서캐릭터를 처음 대했을 때도 손으로 짓눌러버렸을 정도다. 이러한 침묵과 무심한 표정은 단순해보이는 장면 장면과 중첩되면서 약간은 우울할 수 있는 편부가정의 단면을 보여준다. 함께 맞물려 있는 사람은 바로 편부이다보니 생업과 육아를 병행하지 못하는 아버지이다. 이 역시도 그의 늦은 귀가라는 한 장면 만으로도 그의 고단함을 고스란히 보.. 2010. 2. 18.
장난감의 진짜 역할 - 단편 애니[토이 아티스트] 세계적인 장난감 아티스트인 아버지. 그러나 장난감 만드는 데 빠져버린 아버지에게 한 살된 아기를 돌볼 시간이 없다. 새로 만든 움직이는 강아지 장난감을 아기 옆에 던져보지만 아기가 흥미를 느끼는 건 의외로... 아기는 나름 최첨단으로 보이는 강아지인형보다는 둥글게 굴러다니는 공에 꽂혔다. 아기가 공에 꽂힌 건 비단 공 자체의 매력만은 아니다. 공은 굴러다니며 구석구석을 여행할 줄 아는 대단한 녀석이다. 아기는 공과 함께 여행 준비를 하고 나서지만 역시 세상은 만만치 않다. 책장이 무너지고, 위험천만해보이는 계단이 앞을 가로막는다. 하지만 아기는 개의치 않고 공만 바라보며 나아갈 뿐이다. 책장이 쿵 무너지는 소리에 그제야 아버지는 아기를 찾지만, 장난감을 만들 듯 즐기는 게 아니라 생사가 걸린 위급한 상황.. 2010. 2. 1.
식물의 반격에 대한 수려한 표현 - 단편 애니 [소이연(所以然)] Co2를 흡수하는 대신 뿜어내버리는 식물, 식물에게 먹히는 초식 동물, 동물에게 먹히는 사람... 결국 땅이 모든 생명체를 삼켜버린 지구의 다음 모습은.. 감독은 연출의도에서 노자의 도덕경을 빌어 '천지와 성인은 仁하지 않아 만물과 백성을 짚으로 만든 강아지만큼도 여기지 않는다'는 구절을 인용하고 있다. 이 구절을 통해 아마도 감독은 천지와 성인처럼 보이는 지구나 자연에 대한 생각 전환을 요구하는 듯 하다. 확실히 이 애니는 지구나 바다라는 거대한 물을 모성애로 치환시키는 오류, 자연의 자정 능력 맹신에 대한 강력한 경고이다. 근거 역시 설득력 있다. 제목인 '소이연(所以然)'이 담고있는 의미인 '모든 생명이 존재하는 나름의 이유'에서 '생명'은 인간을 위한 비유가 아니다. 여기서 생명은 자연이고, 지구.. 2010. 1. 20.
고무고무 능력은 이제 그만(-.-) - 단편애니 [슈퍼우먼] 벽 하나 가득한 가족 사진, 그 아래로 곤히 자는 그녀의 일상은 자명종과 함께 시작하지만, 좀 더 누울라치면 갓난 아기의 울어제끼는 목소리에 잠을 깨고만다. 평화로웠던 밤의 시간이 끝나는 순간 그녀의 미친 속도전이 시작된다. 어제의 설거지와 아침상, 아기 분유, 화장, 남편 신문까지 챙기는 그녀는 분명 만화 [원피스]에 등장하는 고무고무 능력자임에 분명하다. 이 애니는 여인의 부산함과 능력 사이에 약간의 초점을 잃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인의 능력자이되 사실은 혼자 커버 못할 일을 초치기로 하다보니 실수 연발이다. 슈퍼우먼은 절대 될 수 없으나 그렇게 요구받을 때 나타나는 분열증적 상황인 것 같기도 하면서, 살짝 어설픈 슈퍼우먼같기도 하다. 살짝씩 아쉽긴 하지만 너무 일상적이라 매일 까먹는 생각들을.. 2009. 12. 31.
실체와 이공간의 순환고리 - 단편 애니[The Chamber] 체임버 감독 유석현 (2005 / 한국) 출연 상세보기 방안의 작은 모형. 방의 주인인 노인이 모형 방 모양에 손을 쑥~ 넣으면 희한하게 방문이 열리면서 거대한 손이 쑥 들어온다. 이 애니는 처음부터 모형의 방과 실제의 방이 틀리지 않음을 드러낸다. 방안에 들어온 거대한 손 역시 노인이 모형 안에 집어넣은 손과 다름없다. 애니의 끝에는 이러한 문구가 새겨진다. '실체와 실체를 둘러싸고 있는 이 공간은 그 무언가를 통해 계속 돌고 움직인다.' 루크레티우스 - 만물의 본성에 대하여- 우리가 오감으로 깨닫는 공간을 실체라고 한다면 생각외로 그 공간은 그다지 확정적이지 못할 경우가 있다. 감각의 50% 이상 영향력을 미친다는 시각에 너무 의존하면 태양의 빛 파장에 놀아나는 꼴이며,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이.. 2009. 12. 28.
시선을 잡는 아름다움과 숨겨진 슬픔 - 단편애니 [The Box] 따뜻한 극장 안에서 화려한 막이 오르고, 깔끔한 정장과 멋진 외모로 마술을 선보이는 마술사. 다양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보여주는 마술에 모두 감동을 한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수줍은 듯 자신 안의 상자에서 미니어쳐같은 벌거벗은 남자의 모습을 꺼내는 순간, 관중의 비웃음이 시작된다. 무마하기 위한 마술사의 겉치레 포장과 같은 마술이 다시 계속되고... [The Box]는 아름다운 화면만으로도 반드시 볼만한 애니메이션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담고 있는 자아에 대한 이야기와 표현 방식 또한 추천할만하다. 주인공은 본인과 마술 모두 수려하기 그지없다. 그가 펼쳐보이는 화면과 그가 변화시키는 마술은 모두의 관심을 끌기 충분하다. 그러나 타인의 약간의 비웃음, 그리고 좀 더 나은 걸 가진 타인의 물건에 금세 시선을 빼앗.. 2009. 12. 24.
사랑은 평범과 일상의 어우러짐 - 단편 애니 [크리스마스 인 택시] 크리스마스 이브의 파리, 동료들과 업무종료 인사를 하고 자신의 택시에 탄 이반은 이미 짐을 잔뜩 실은 소피의 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드골 공항을 향한다. 그러나 중간에 내려달라는 소피를 뒤로 하고 집으로 향하는 이반의 택시 뒷자리에는 소피의 비행기 티켓이 남아 있는데... 이 애니메이션은 이반과 소피의 짧은 만남과 새로 시작될 사랑을 암시하는 소위 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런데 그 뻔한 이야기 줄기와 12분이라는 시간의 한계 속에서도 그들이 마음을 쌓아가는 순서라는 짜임새가 보인다는 점은 이 애니메이션의 커다란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소피의 서류가 바람에 흩날릴 때 이를 잡아주는 이반, 소피가 담배를 피우려할 때 눈물,콧물 흘리며 말리다가 결국 택시를 세워 기다려주는 이반, 이반이 고장난 택시를 고치는.. 2009. 12. 13.
아름다운 그림과 아름답지 못한 현실 - 단편 애니 [흑구] 흑구 감독 손동락 (2007 / 한국) 출연 상세보기 한가롭고 풍요로운 숲에서 도시로 걸어나온 흑구(黑狗). 쫓아오는 아이들의 얼굴은 험상궂고, 먹이를 찾아 뒤지는 쓰레기통 주인의 방망이는 험하기만 하다. 물고기를 보며 빠져든 넓은 대양과 고래의 꿈은 찰라일 뿐. 잠시 안아주던 인간의 온기도 믿을 것이 못되고, 오염된 공기와 물은 흑구를 병들게 할 뿐이다. 마치 예전 모래 아트를 보는 것 같이 그림으로만 연결되었으나 매끄러운 전개. 아름다운 그림과 아름다운 터치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아름답지만은 못한 현실. 이젠 다 알고 있는 것조차 못해서 세상을 아프게 하는 짓은 참 그만 하고 그만 보고 싶다. 사람이건 동물이건 자연이건 조금의 관심과 사랑이면 행복의 길로 갈 수 있는 존재들 아닐까? * 사진출처 .. 2009. 12. 8.
지워야할까 말아야 할까? - 단편 애니 [지워버리다] 지워버리다 감독 황보새별 (2007 / 한국) 출연 김주엽, 정지은, 조효민, 심혜란 상세보기 생사 기로의 한복판에 놓인 남편, 그 상황을 TV 통해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 아내. 그 순간 둘의 전화 통화는 서로가 서로의 상황을 속이는 애정의 발로다. 독특한 그림체, 생각보다 부드러운 동작과 섬세한 표현. 그야말로 스타일이 느껴지는 애니메이션이다. 그의 행동이 애정의 발로인 건 알겠지만 마음 참 복잡하게 만드는 애니메이션이다. 죽음의 사신이 눈 앞을 아른거리는 그 순간, 나는 나의 애정어린 대상에게 어떠한 말을 건넬 수 있을까? 어떻게 기억되길 원할까? 아니면 더이상 물(物)이 아닌 순간 소거되어버리길 원할까? 언젠가 죽은 자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기 전까지 귀신으로 남아 구천을 떠돈다는 설정의 소.. 2009. 11. 25.
생명에게 있어서 시간이란? - 단편 애니 [타임 오딧세이] The Time Odyssey 감독 조성윤, 조세헌 (2003 / 한국) 출연 최준영, 로미 상세보기 인생의 철학을 논하는 하루살이 스승과 제자. 어느날 제자는 깡통철학으로 무장한 스승을 과감히 떠날 결심을 한다. 그들의 뜨거운 공방이 있던 동안, 같은 공간에 존재했던 고양이와 여인의 삶은? 하루살이에겐 36시간이면 백년 해로이지만, 여인에겐 289,080시간을 살아도 모자란 게 시간이다. 생명들에게 주어진 시간이란 참 많은 걸 좌우하게 한다. 인간의 수명이 20년쯤 되었다던가, 아니면 2000년 쯤 된다면 세상은 어떻게 변화되어 있을까? 아니면 세상은 어떻게 보이게 되는 걸까? 감독은 '삶이란 무엇이더냐?', '시간이란 상대적인 것, 쉬엄쉬엄 살아라' 같은 의미를 부여해주고 싶었던 것 같으나, 나는 오.. 2009. 11. 18.
진정 아름다워라~ - 단편 애니 [그 날에] 그 날에 감독 조수진 (2003 / 한국) 출연 상세보기 수중, 물고기, 부드럽고 아름다운 흐름... 감독은 엄마의 자궁 안 모습이라 설명하지만, 그저 한 낮의 꿈같기도 하고, 마치 생명의 근원을 보는 듯한 착각도 불러일으키는 전개이다. 아름답고 부드럽고 자연스러워서 무척 그리운 느낌의 애니. * 사진 출처 : 네이버 무비 (http://movie.naver.com) * 뱀발 - 네이버 독립영화관 아시나요? http://movie.naver.com/movie/special/0606/indi/index.nhn 하루에 한편씩은 꼭 보려고 노력중이에여 ^^;; 2009. 10. 30.
빛나는 아이디어, 다소 부실한 스토리 - 단편애니 Money Carnival Money Carnival 감독 방석환 (2008 / 한국) 출연 상세보기 동네마을 사람들은 돼지저금통들. 뱃속 동전을 채우고 사는 존재들. 어느날 생긴 Money Carnival 이라는 카지노는 약간은 덜 채워진 존재들이 스스로를 꽉 채우기 위해(?) 모여든 존재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드디어 동전으로 꽉 채워진 존재는 어떻게 되었을까? 단편 애니 [Money Carnival]에는 무척이나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속속들이 숨어있다. 돼지저금통이라는 존재 표현이라든가, 카지노에서 돈 쓰기 위해 천장 줄에 매달려 등의 동전 구멍에서 빼내야 하는 군상들의 모습, 한 푼 남은 돈을 꺼내기 위해 자신의 배를 째는 모습, 결국 채워졌지만 그로 인해 산산히 부서지는 모습 등은 아이디어와 주제의 연결성.. 2009. 10.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