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아빠를 사랑하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말이지.

새벽에 다급하게 그대를 위한 선물 비스무리한 걸 보내놓고는
까먹을까봐 두려운 현대인지만 잘 참고 오전에 전화했었지.

당연히 당신은 무엇에 쓰일 물건인지 자세히 물어봤을 법하지만,
나는 모바일 상품권으로 보냈고 
나는 받아보지 못했고
나는 자세히 알지 못했지.

새벽에 자세히 알아볼 생각을 하지는 못했거든.
그냥 보내는 행위가 더 중요했기에.

그런데 놀랍게도 당신도 받는 행위가 더 중요했지.
자세히 물어본 건 그냥 나와의 통화시간을 늘리는 것 말고는 별 의미가 없지 않았나.
내가 뭘 보내든 상관이 없었을테니.

그냥 이 정도이면 될까?
더는 자신이 없어서 말이지.

그래도 뭔가를 해야한다면 기꺼이도 할 지 모르겠다, 나를 위해 해줄 지도 모르겠다... 실제 그렇지 않더라도 가끔 이 정도 생각할 상태...

이 정도면 괜찮으려나.

내가 여전히 바빠서 왠지 기쁜 듯한 
아빠.

생각해볼까요? 극복할 수 있는 백수생활을 선택하는 것. 휴식이 필요할 때 항상 선택이 오죠. 그런데 과연 선택일지, 놓여진 상황일지... 계속 생각해볼까요? 과연 스스로 찾아낸 답일지, 사용되어진 결과일지... 결국 나는 조립도 분해도 간편한 존재는 아닐지...



* [기호망상]은 세상에 있는 다양한 기호를 이용하여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코너입니다.

사용되는 기호는 현실에서 사용되거나 사용되었던 기호일 수 있으나, 사용법은 작자의 임의 해석에 의한 것으로 실제와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2018.12.11. 제2회 성북 지역축제 거버넌스 포럼 지역축제잘됐으면합니다 - 지역축제 거버넌스의 요소들에서 발표한 발제문입니다.





성북 축제 거버넌스의 요소들

 

협동조합 문화변압기 이사장 김지희

 

1. 성북지역축제의 지형

 

민관 협치형 축제는 민·관이 협력하여 축제 전반을 기획, 조사, 축적하는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단순 축제 개최를 넘어 함께 상생하는 자생과 자치의 마을 축제를 구현한다는 점에서 기존 주민의 단순 참여 방식을 탈피한 괄목할만한 성장이다.

 

2015

 

2016

 

2017

 

2018

협치 실행

 

협치 확산

 

지역커뮤니티와 연계

 

축제네트워크

민관협치형 축제 본격화

동축제 MP 파견

협동조합 설립

마을장터 확산

민관협치형 축제 확산

축제포럼을 통한 진단 및 축제지원체계 모색

성북축제협력네트워크, 학교, 아카이빙, 포럼

 

기존 축제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민관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었으나, 협치형 축제의 본격적인 발원은 2012년 성북문화재단, 2014년 지역 문화예술네트워크 공유성북원탁회의가 생기면서 시도의 동력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민관 거버넌스에 대한 지역 내 논의와 결의가 모아질 때쯤 축제 역시 거버넌스 방식의 운영에 대한 실행이 가능해졌다.

2015년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과 성북진경이 공유성북원탁회의와 성북문화재단의 공동 사무국 체제를 구성하면서 단일축제에서의 협치 실행이 본격화되었다. 이듬해 성북구와의 상호 협의를 통해 동축제 예술감독이 정해지면서 협치 실행은 2015년 광역축제, 기존 민간주도의 지역축제에 이어 동축제까지 확산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더불어 2016년은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의 공동주관 그룹인 누리마실친구들이 협동조합 누리마실친구들(협동조합 문화변압기’)을 통해 실체화를 시도하면서 향후 지속가능한 문화생태계에 축제, 문화기획 네트워크 조성의 포문을 열었다. 이후 마을장터를 중심으로 정릉 개울장을 수행 중인 마을인시장 협동조합과 미아리고개 마을장터 고개장을 수행하는 협동조합 고개엔마을, 석관동 다다식탁을 주관하는 협동조합 사고뭉치 등이 설립되었다.

축제 별 협치 실행이 확산되면서 과도한 축제 수, 저예산, 인적 자원 부족, 지원체계 미비, 축제 소양 부족 등 지역 축제를 보다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 제안, 각종 재생산 구조 마련, 콘텐츠 개발 등의 논의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에 따라 2017년에는 다년간의 협치 실행을 바탕으로 지역축제 포럼을 통해 지역에서 지속가능한 축제 지원에 대한 각종 제안과 정책이 수렴되었다. 실제 당해년도 축제포럼에는 즉시 적용해도 무방할 수준의 축제 정책 제안이 대두되었으며, 이는 성북구 창조문화도시위원회를 통해 2016년 정리, 제안된 성북창조문화도시기본계획 2020’의 영향을 받았다. 2018년에도 61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거치면서 공유성북원탁회의가 정리한 문화정책 제안 중 축제 분야는 2016년부터 누적되고 공표된 축제 정책안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2018년에 들어서 지역축제의 고관계자들은 함께 모여 상호 간의 정보 교류와 새로운 시도, 정책 제안의 가능성 등을 타진해보기 위한 성북축제협력네트워크 축협을 구축하게 된다. 더불어 현재 역량에 대한 고려를 통해 지역축제 가치를 변화시키고 인적 자원을 발굴하는 축제 학교, 지역축제의 진행 방향을 사례를 통해 살펴보는 축제 아카이빙, 진단과 방향을 모색하는 축제포럼 등을 기획, 실행하고 있다.

 

지난 4년간의 과정에서 이슈도 다양하게 드러난다. 민간 주도의 축제 형성은 축제 자체의 자생력을 강력하게 만들고, 축제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에 경험치가 높아진 주민들은 기획단계에서의 참여는 물론 당일 축제의 가치를 이해하고 즐기는 자세도 보다 적극적이다. 반면 상설 사무국이 구성된 축제는 전무한 상태라 축제 외에 기존 지역 커뮤니티들의 일상 역량을 적절히 빌어쓰기도 하고, 동 축제의 경우 기존 주민주체와의 갈등이 빚어지기도 하며, 기본에 해당하는 예산은 동결 또는 계속 축소되는 경향이 눈에 띈다. 다양한 호재와 악재를 넘나들며 오늘도 성북지역축제들은 한발씩 새로운 길을 향해 내딛고 있다.

 

2. 거버넌스의 요소들

 

가. 거버넌스 동력의 요소들

 

얼마 전 한 공무원은 교육을 세팅하든 책자를 만들든 공무원이 하면 1주일 만에 나오는데 민과 함께 하면 3개월이 지나도 나올까말까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너무나 아름다워 매료되지 않을 수 없다고도 말했다. 우리는 언제나 과정을 강조하지만 실제 과정에서의 논쟁은 때론 막막하기도 하다. 그러나 밀도에 대한 고려와 포기하지 않는 책임감을 서로 신뢰할 수 있다면, 과정도 과정이지만 결과 역시 찬란하다. 과정에 놓여있는 민과 관의 주체들은 대부분의 역경에도 불구하고 자부심마저 갖게 하는 협치의 과정과 결과에 중독된 걸지도 모르겠다.

거버넌스에 중독되는 이유 역시 다양하겠지만 크게 두 가지 정도를 살펴볼 수 있다.

 

1) 소외의 해소

현대사회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은 여전히 역할에 따른 구조화와 분업화의 잔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가가 형성된 이후 강력해진 행정 권한을 다시금 주민에게 부여하고자 하는 노력은 자연스레 권한에 따른 역할을 어떻게 분할하고 결정권을 부여할 것인지에 대한 분업화에 초점이 맞춰지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실질적인 실무가 도출되었을 때 어느새 1인 또는 1그룹의 역할과 책임으로 수렴되고, 기획과 논의의 주체들을 단계 중 일부에만 참여시키다보니 대상화되고, 그들은 자신의 사업으로 받아들이기 전에 좌절하고 포기하기 십상이다.

민이든 관이든 정보 제공 때부터 개입과 협업의 과정을 함께 거치지 않으면 사심 없는 마을민주주의자들일지라도 끼어들기가 용이하지 않다.

따라서 거버넌스의 구조는 설계단계부터 평가에 이르기까지 그 실무의 내용에 관계없이 공유지로 설정하는 맥락을 갖추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직급과 위치에 관계없이 함께 기획하고 논의하고 실행하는 동료, 즉 친구가 생기는 구조가 갖춰진다. 수행에 탈각되어 동원되는 듯한 참여자의 소외도, 수행하면서 논의 주체 확보전략에 실패해 결국 사업을 해치우게 되는 수행자의 소외도 경계를 허무는 과정에서 해소되어야 할 주요 과제다.

 

2) 지속가능한 생태계 구축의 가능성

감각적인 관이 민과 함께 협치형 활동을 수행할 때 가장 큰 매력은 민간이 주도로 하는 사업의 지속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월등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민간에서 만든 지역축제는 행정 지원이 미약하거나 최악의 경우 예산 지원이 사라져도 해당 축제에 대한 고민의 일상성이 확보되면서 의미를 부여하고 지속적인 개최의 여지가 만들어진다.

상대적으로 관주도의 축제는 행정의 결정과 예산의 유무에 따라 실행을 떠나 개최 여부부터 큰 타격을 받게 되고, 해당 축제가 가져온 가치를 재평가할 자리와 구조를 확보하기 어렵다.

 

나. 거버넌스 실행의 요소들

 

1) 권한 융합

기본적으로 거버넌스는 권한 부여가 핵심이자 종착이다. 그 중에서도 민관거버넌스는 최소 2개 네트워크 이상이 주관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그들 사이에 권한은 어디까지 분배 가능한지가 또한 기본 요소이기도 하다. 권한 분배는 기본요소이기는 하지만 경험을 바탕으로 쌓인 효율성이 발현되지 못하면 이를 통해 안건 결정기구 이상을 구축하기 어렵다. 대체로 관에서 예산 투여가 되는 지역축제가 다수인 상황에서 어설픈 권한 분배 전략은 관이나 중간지원조직이 민을 운영위원회처럼 모시고 모든 기획과 실행을 하면서 결정 복잡한 합의체만 구성한 모양새가 나올 수도 있다. 반대로 민 입장에서는 관이 다양한 제한 조건도 동시에 제안하기 때문에 사실상 합의체의 역할도 못하면서 일부 실무를 할당받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따라서 권한 부여의 초기단계에선 상호 지속적인 경험을 담보로 정보 제공을 통해 권한의 범위를 설정하고, 협업을 통해 권한의 내용과 상호간의 능력을 살펴보고, 이에 따라 갈등을 표면화하고 논쟁으로 자정시키면서 권한을 융합해야 한다.

 

2) 권한 분배

사실 지역축제의 주관이 늘어나면 협의의 대상도 생기고, 결정권의 향방도 고민이며, 실행에 대한 신뢰도를 담보하기 쉽지 않다. 특히 축제는 연간 개최일 경우가 대부분이라 1회의 경험이 크게 자리잡을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각각의 축제나 축제 네트워크들의 경험이 단계로 획득하든 빅뱅과 같이 폭발하든 권한의 융합을 경험하고 신뢰가 쌓인 순간, 구체적인 권한의 분배도, 누군가를 향한 권한의 이양도 가능해진다.

단 하나의 축제에도 수많은 결정의 권한이 존재한다. 각 축제에 민과 관이 각각의 능력에 맞게 권한을 분배하고 해당 권한을 인정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은 축제 협치의 경험이 쌓이면서 반드시 논의하고 효율성에 기반하여 취득해야하는 사항이다. 또한 권한의 분배가 해당 사항에 대한 소통의 단절이 아닌 융합의 바구니 안에서 위치 배정된 상황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3) 일상 구축

지역축제는 지역 문화생태계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실제 모든 세상의 축제가 각각 상설의 사업단을 운영하면서 축제와 지역을 연계하는 활동을 이어나간다면 지속가능성에 일조하는 네트워크의 일원이 될 테지만, 실상 사회의 자원은 그리 넉넉하게 분배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제를 하루 또는 주간에 이루어지는 일개의 기획으로만 사고하면 축제의 뿌리는 영원히 내려지지 못할 수도 있다. 지역 주민이 해당 축제를 나의 축제로 인식하고 축제의 지킴이를 자처하는 순간, 축제의 영속성은 승부 지워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축제는 축제 자체의 세계관을 구축하는 동시에, 블랙홀과 같이 지역네트워크의 역량을 모으고, 빅뱅과 같이 축제 이후 지역에 환원되는 순환 과정을 찾아야 한다.

예술마을 만들기, 마을 사회적 경제, 주민자치회, 생활문화 동아리, 지역단체, 각종 모임 등 일상을 주기로 돌아가는 네트워크들의 힘은 축제의 원천이자 정당성을 확보해주는 보물이다. 실제 공유성북원탁회의의 7개 예술마을만들기 워킹그룹은 매주 모이고, 지역에서 함께 활동하고 놀고 일할 거리를 마련한다. 때론 소소한 마켓을 열고, 때론 예술제를 개최하고, 때론 공간을 운영하고, 동네주민들과 소통하고, 지역가게와 친분을 나누며 함께 자치를 도모한다. 그들의 일상 활동은 매일의 마을 살이를 풍족하게 만들 뿐 아니라 그 성과의 하나로 지역축제에서 동네친구들로 함께 모여 누군가는 공연을, 누군가는 부스 운영을, 누군가는 공간 디자인을, 누군가는 축제 기획을 한다. 개인이 아닌 마을과 주민과 친구들의 힘이 1년간의 삶을 투영하고 한몫에 결집시키는 기본 동력으로 작동한다.

지역축제가 축제 기간 외에도 정기적으로 지역 네트워크들과 연계되고, 때론 소속되고, 행위함으로써 해당 일상성을 축제의 것으로도 전환시키는 활동은 축제가 지역과 소통하고 주민의 것으로 치환되기 위한 중요한 장치다. 따라서 지역 축제 매개자들의 일상 활동과 네트워크 결합 역시 향후 제도 구축에서도 함께 고민될 필요가 있다.

 

4) 선택 요소 확대

민관 거버넌스 과정에서 주로 듣는 이슈 중 하나는 상호 소통 언어의 차이점이다. 각각 위치를 기반으로 단련해온 소통은 상대방에게 낯설고 불편함을 초래한다. 그러나 직접적인 단어가 변화하지 않더라도 상호 논의와 결정할 요소가 많아지면 상호 이해도 가속화된다. 축제에서 확정된 필수 요소를 최소화하고 선택 요소를 확대하여 결정권 발동의 이슈를 다양하게 구축해야 소통도 원활해진다.

축제의 변화를 주도하는 전통과 창의는 전통을 이어가는 창의성과 새로운 축제관을 구성하는 창의성 모두를 의미하며, 선택적일수록 발현되기 쉽다. 또한 장기간의 공동 경험은 새로운 선택요소의 발굴로도 확장될 수 있다. 이러한 선택 요소의 확대, 창의성의 발현은 지역축제를 풍성하게 만들고 매번 동일하면서도 새로운 축제의 힘을 드러내기 위한 이벤트이기도 하다.

 

3. 나가며

 

다소 거창하고 거칠고 확신할 수 없는 발제의 제목은 결론적이라기보다 앞으로의 필요성을 제안하는 도발에 가깝다.

지역과 축제와 사람과 행정과 정치는 언제나 변화무쌍하고, 언제나 부족하다. 그래서 쉽지 않고, 논의와 판단이 필요하고, 때론 최선이 아니라 차선을 생각하고, 장기계획이 아니라 단기 계획에 집중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오늘의 정리가 내일까지 쓰일지, 내일의 정리가 미래에 의미 있을지 쉽게 단언할 수 없다.

다만 협치는 인간의 손을 많이 타는, 마치 유기체와 같은,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구성하는 일종의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민간은 민간끼리, 관은 관끼리 알아서 준비하는 축제가 극대화된 효율성을 가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협치를 통해 지역 내에서 일상을 나누고, 그 힘을 축제에 투여하고, 지역축제의 미래를 함께 도모하는 것, 이것은 바로 축제가 나의 것, 우리의 것, 주민의 것이 되었을 때 나올 수 있는 동네친구들의 합작품이자, 축제가 나아갈 수 있는 현재까지- 가장 아름다운 경로다.

20181211_발제_성북 축제 거버넌스의 요소들_김지희.hwp





비로, 그동안 격조했구만.

항상 꿈 속에서 보다보니 안부 묻는 걸 잠시 잊었네.


2월 말인데 하늘에서 천둥이 치고있어서 말이지.

갑자기 자네가 생각나지 뭔가.


그러고보니 꿈 속에서 오히려 현실에서의 만남만 되새기고 있는데, 이 점이 특히 헷갈린다네.

자넨 나와 꿈 속에서 본 건가? 현실에서 본 건가?

하긴, 우리 사이에 그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던가?


아참, 나와 이름을 나눈 자.

요즘 비로라는 자네 이름을 간혹 잊고 로한이라 부르기도 한다네.

나와 나눈 이름이 로한이라 그런거겠지.


꿈 속에서가 아닐세.

걸어가다가도, 멍하니 노트북 모니터를 쳐다보다가도...

심지어 소리내어 불러볼 때도 있다네.

희한하지? 나에겐 잊혀진 부분이 더 많을 텐데 말이야.


여튼 이건 내 느낌인데 

불현듯 올해 안에 자네의 손을 잡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어디까지나 감일세.

그래도 혹시 모르지 않나?

꽤 바빠지고 있어서말이야. 꿈으로 들어갈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네.

아이러니하네만, 그럴수록 자네가 현실에 나올 가능성이 커지지.


궁금하지만 자주 보지 않아도 안심되는 자, 비로.

다음에 또 편지하지.

그때까지 강건하지실....




- 언젠가 쓸 지 모르는 당신의 이야기를 위하여, 지안이 보냄






* 본 발제문은 12월 15일 성북 축제거버넌스 포럼 '지역축제 잘 됐으면 합니다' 발제문입니다.

* 프리젠테이션자료는 https://prezi.com/view/dqQax5fRX7JqH9G3utbK/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성북 지역축제의 이슈와 지속가능성

 

 

2017.12.15. 협동조합 누리마실친구들 김지희

 


서문

 

축제는 고대 종교의 제례의식을 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어느새 축복과 기원을 담던 축제는 일상에서의 비일상과 비생산이 허용되는 일탈 기간을 담아내면서 현대사회 삶의 질을 추구하는 데 상관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비단 뒤르켐이 말한 사회 통합의 기능을 제시하지 않더라도 프로이드가 짚어낸 전도와 비일상의 성격조차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에게는 적정한 휴식과 생활문화 향유의 관점을 제시한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축제는 실로 비생산적이고 때론 소비와 파괴를 유도하기도 한다. 도로를 점유하고, 행렬하고, 멀쩡한 식당 대신 거리로 나오고, 몇 시간 후면 원상 복귀되어야할 공간 변형이 일어난다. TV나 영화관에서 볼 수 없는 공연자를 만나고, 왕이 될 수도, 거지가 될 수도 있는 상징의 시간이 부여된다. 주차장은 작은 공연장이, 동네투어 안내소가 된다. 

닫힌 공간이 열리고, 열린 공간이 왜곡되는 순간, 우리는 축제의 심장부로 내디뎠음을 인지할 수 있다.


축제가 지니는 예외와 전복, 평등의 이미지로 인해 몇몇 학자들은 축제를 고대로부터 구축되어온 종교 제례, 놀이, 전승의 속성과 더불어 공동체를 안정화하고 부를 재분배하는 주요 체계로 여겨왔다. 반대로 1970년대 신자유주의의 부상과 맞물려 일부 축제는 사회를 반영하고 때론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훈련장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지역사회 내 확연해지는 빈부격차로 인해 축제는 특정 계층의 경제적 또는 정치적 지위를 부각시키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또한 국내에서는 전쟁과 이념으로 유린된 역사문화 속에서도 명맥을 이어가는 전통 전승의 축제들이 상존하는 한편, 축제 실행의 단계에서 주민이 타자화되는 가운데 공동체의 힘과 축제전문가의 영역이 구분되어 관광축제와의 변별이 어려워지곤 한다.


도시를 기반으로 한 지역사회로 한걸음 들어오면 협동체 중심의 마을 개념을 복원 또는 구축하는 활동이 활발하다. 이제 도시 사회의 구조로 인한 개인 소외, 사회 자정 능력의 상실은 언급하기 민망할 만큼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겪는 현상이다. 개개인이 구속된 일상을 공동체와 함께 넘어설 때, 축제는 공동창작의 산물이기에 가지는 다중의 기능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축제를 통해 금기에 도전하고 미래를 투영하고 일상을 벗어나는 동안 개개인의 해방감과 더불어 함께 기울인 노력만큼 집단의식이 발현되기도 하고, 역으로 지역사회의 누추한 관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축제는 때로 사회 통합에 힘쓰고, 때로 사회의 거울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국가에서 도시로, 도시에서 공동체로 들어올수록 그 실체는 더욱 극명하다. 



성북 지역축제 일반


성북구는 서울시 자치구 중에서도 축제 및 각종 문화행사가 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996년부터 10년 주기로 지역축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가장 최근 발간된  「한국지역축제 실태조사」 (2016)는 2014년 현재 3회 이상 개최된  종합축제 형태의 행사 현황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성북구의 경우 2014년 현재 7개의 지역축제와 2개의 소규모 마을축제가 적시되어있는데, 서울시 내에서도 도봉구 다음으로 많은 수다. 


성북구에서는 2014년 이후에도 몇몇 축제가 생겨났으며 지역 내에서 축제로 분류할 수 있는 행사 역시 존재하는데, 그 중에서 성북구와 민간에서 주최하는 몇 가지 축제를 월별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축제명

개최횟수(2017년현재)


5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

어린이친구 성북페스티벌

유럽단편영화제

선잠제향

9

5

5

24

6

심우장 다례재 만해 한용운 선사

라틴아메리카축제

 

6

8

성북문화바캉스

3

9

세계맥주축제

구석구섞잔치

2

3

10

성북진경 페스티벌

성북훈민정음축제

월곡 달빛축제

6

2

1

11

성북 책모꼬지

7

12

유러피안 크리스마스마켓

성북구 청소년 동아리페스티벌

8

4


표  월별 성북지역축제 현황



위에 언급된 축제 외에도 동축제를 비롯하여 개운산 해맞이행사, 송년음악회, 각종 단체의 산신제 등이 개최되고 있으며, 화학작용3, 성북예술제와 같은 연극축제가 열린 바 있다. 그밖에도 - 기존 정의에 따르면 축제의 범주에서 제외되지만 - 예술 장르별 행사나 개울장, 고개장, 나누장, 월장석방방방 등 지역 곳곳에서 펼쳐지는 마을장터 역시 각자만의 주기와 공간을 통해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있다.


「축제인류학」 (2015)에서 류정아가 분류한 한국 축제의 주제별 유형을 살펴보면, 크게 마을굿으로의 축제, 지역정체성의 강화, 관광과 여흥거리, 도시적 성격에 따라 축제를 나눠볼 수 있다. 

마을 굿으로의 축제는 오랜 세월 반복하여 주민의 염원이 일정 틀로 외현되는 방식으로, 강릉 단오제, 하회별신굿탈놀이 등을 들 수 있다.  지역정체성의 강화로는 지역전통, 자연경관, 지역특산물 등의 기제에 따라 전국에서 다종다기한 축제가 펼쳐지고 있다. 수원 화성과 같은 공간에 역사문화가 결합되기도 하고, 눈, 연꽃과 같은 지역에서 손꼽히는 자연물이 주제가 되기도 한다. 인삼이나 야생차 등 지역 특산물은 축제의 주제 뿐 아니라 지역 생태계, 산업 활성화 등 보다 직접적인 형태의 욕구와 맞물리기도 한다. 관광과 여흥거리로써의 축제는 각종 음식축제, 문화예술제 등 역사와 전통문화와의 연계보다는 지역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지는 경우가 있다. 도시적 성격의 축제로는 특히 서울시 내 열리는 각종 거리축제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축제는 다양한 특징이 결합되어 있어 하나의 범주에 포함시키기 어려울 수 있으나 위의 구분자로 보자면, 성북지역의 축제는 주로 관광 및 여흥 차원의 축제 비중이 높다. 선잠제향을 비롯한 몇몇 축제는 지역정체성 강화로 구분할 수 있으나, 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 성북문화바캉스 등 대체로의 행사는 관광과 여흥의 분류에 근접한다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한국지역축제 실태조사」 (2016)에서는 개최목적과 축제주제에 따른 분류체계를 가지고 있다. 개최목적에 따라서는 전통민속 보존, 주민 화합, 지역상품 판매, 관광 이벤트, 문화예술 향유의 5가지 분류가 있는데, 성북의 경우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 성북진경과 같은 구 단위 축제는 대체로 문화예술 향유에 가까우며 동축제는 주로 주민 화합이나 전통민속 보존의 의미를 띈다. 축제 주제에 따라서는 전통문화축제, 문화예술축제, 생태자연축제, 지역특산물축제, 주민화합축제의 5가지 분류가 있는데, 역시 성북에서는 문화예술축제와 주민화합축제, 전통문화축제가 주를 이룬다. 


서울시의 경우, 2011년부터 매년 서울시 축제 평가를 진행하고 있으며, 2016년에는 서울특별시 문화도시 기본조례에 축제 평가 조항이 신설된 상태다. 「2016 서울시축제 평가연구보고서」 (2016)에서는 서울시 및 자치구 축제의 유형을 크게 시민문화형, 관광마케팅형, 전문예술형으로 구분했는데, 해당년도 평가 대상인 성북진경페스티벌은 시민문화형으로 구분된다. 해당 분류를 적용하면 성북의 지역축제는 대체로 시민문화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한편 성북구 자치법규에는 총 3개의 법규에 ‘축제’라는 단어가 등장하는데, 먼저 ‘서울특별시 성북구 문화예술진흥자문위원회 조례 시행규칙’ 제4조의3 (전문 분과위원회 기능 및 구성)에서는 각종 축제 및 행사에 대해 분과위원회가 심의, 자문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지방재정법에 따른 ‘서울특별시 성북구 투자사업 심사에 관한 규칙’에서는 제3조 (심사대상) 항목 중 '총사업비 3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의 공연·축제 등 행사성 사업과 홍보관 사업'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서울특별시 성북구 정보화 기본 조례’에 등장하는데 제46조 '이용자 참여 행사의 운영'에서 구청장은 이용자의 적극적인 구정참여 또는 구정홍보 등을 위하여 문화예술행사 및 축제의 개최를 홍보ㆍ기념 하고자 할 때 이용자 참여행사를 운영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참고로 서울시 중구의 경우에는 축제 지원 및 운영 조례를 두어 지역축제 추진 및 지원사업 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으며, 서대문구, 노원구, 성동구는 축제위원회 설치 및 운영 조례를 두고 있고 성동구도 입법예고한 상황이다. 특정 축제에 대한 법규를 마련한 자치구도 있는데 강동구는 강동선사문화축제에 관한 조례를, 광진구는 서울동화축제 추진위원회 설치 및 운영 규정 훈령을 별도로 두고 있다. 



성북 지역축제의 이슈


지역축제 실태 파악의 어려움


성북은 동축제까지 아울러도 10년 미만의 축제가 대부분이며, 문화예술과 관광 또는 문화예술과 시민이 결합된 형태의 축제가 주를 이룬다. 2005년 이후 서울시에서 지역축제가 급증하는 흐름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는데, 주민 중 예술가의 비율이 높다는 점에서 동일한 문화예술축제도 성북구만의 색과 협치 구조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작동할 수 있다. 그밖에도 가을 집중, 문화예술 축제의 증가, 민간 주도형 축제로의 변화 등 수도권 중심 실태조사와의 부합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으나 어디까지나 현장에서 체감하는 예상에 의존한 내용일 뿐이다. 

지역축제를 지속하고 있는 민간 주체조차 성북지역 축제의 보편성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민관 협치 축제가 증가한 것으로 보이나 실제 어느 정도 비율인지, 축제사무국 상근자는 평균 몇 명인지, 축제 사무국 정규직 상근 직원은 과연 성북구 내 존재하는지, 평균예산은 비교적 크다는 광주에 비해 얼마나 약소한지, 연간 축제 일정은 적합한지, 관주도 축제의 경우 소위 축제 비수기를 활용한 일정 조율은 어려운건지, 축제지원조례가 필요한지, 지역특화축제가 존재할 수 있는지와 그에 대한 제도 지원이 필요한지 등 실로 지역축제에 대한 기본계획 수립에도 실효성 있는 기초조사가 필요하다. 


실례로 성북구의 지역축제를 다룬 각종 자료의 축제목록만 비교해도 지역축제의 범위가 서로 상이하고, 축제명도 다르며, 지역축제, 동축제, 마을축제 등 사용하는 용어의 혼재가 그대로 드러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한국지역축제 실태조사」 (2016)에 명시된 성북지역축제는 다문화음식축제(현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 삼선동 선녀축제, 안암동 은행나무축제, 월월축제, 장위 부마축제, 종암동 북바위축제, 한마음 달맞이 축제, 돌곶이마을 감나무 축제, 최순우 옛집 시민축제다. 한편 서울시 축제지원센터 웹사이트에 성북구로 명기된 자치구 축제는 최순우 옛집 작은 축제 동행, 정릉 버들잎 축제, 장위부마축제, 선잠제향, 성북진경페스티벌로, 총 5개의 행사다. 

성북구 내 자료로는  「성북 창조문화도시 기본계획 2020」  (2016)에 언급된 대표축제로 성북문화다양성축제 누리마실, 성북진경, 책모꼬지, 성북 훈민정음 축제가 명기되어 있으며 「2014 성북구 동축제 평가보고서」 (2014)에 언급된 12개 동축제의 목록이 기재되어 있다. 「성북구 축제 브랜드와 문화콘텐츠 개발 연구」 (2016)에서는 심우장 다례제, 선잠제향, 누리마실, 부마축제,선녀축제, 성북진경페스티벌, 훈민정음축제와 동별 13개의 마을축제가 별도로 적시되어있다.

기관별로 축제 분류나 예산 출처, 조사 용도 등에 따라 축제로 판단하는 기준이 상이할 수 있으나, 결국 성북구라는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축제를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는 성북구가 생각하는 축제의 지향, 그에 따른 기준, 이해를 돕기 위한 명시, 적합한 제도와 지원을 모색하는데 도움이 될 기본 연구사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민관협치의 로드맵


민관협치에 관해서는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 사례를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은 2013년부터 누리마실친구들이라는 민간주체와 공동주관으로 개최되고 있으며, 2015년부터 문화다양성 기반 축제의 컨셉과 더불어 본격적인 민관협치체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2016년 누리마실친구들은 협동조합 설립을 통해 실체화하는 동시에 누리마실캐릭터 탄생, 문화다양성 지지선언과 퍼레이드와 같은 축제 전통을 수립해나갔다. 올해 누리마실친구들은 축제의 단발성을 지양하고 문화다양성 일상화를 위해 4월 사전 네트워크파티부터 5월 축제, 7월 문화야시장 밤마실누리마실에 이르는 기획을 진행했다. 축제를 담당하는 민간주체가 명확해지면서 관련 네트워크와 예술가 주민의 안정적 참여와 - 부족한 기간에도 불구하고 - 매년 축제 컨셉에 따른 공연, 공간, 퍼레이드 기획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주로 기획, 공연, 공간에 대해 축제가 갖는 강점은 공유성북원탁회의를 중심으로 한 평상시 네트워크의 작동으로 인해 수혜 받은 지점이 없지 않다. 실제 지역 내 문화다양성 주체들과 지역가게 네트워크도 함께 꾸려져 일상을 담아내는 축제로 거듭나야함에도 불구하고 축제 예산은 상설화를 꿈꾸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하고 따라서 안정적 투입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누리마실친구들은 2015년부터 꾸준히 상설사무국에 대한 요구를 천명한 바 있으며, 실제 평가회의에 참가한 구청장의 추진의지도 확인한 바 있으나 현재까지는 답보 상태다.

 

민간주체가 실체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민간이 주도하는 민관협치 축제에 대한 상호간의 의식이 부족한 점도 당면한 난관 중 하나다. 2016년 축제 누리마실에서는 축제 구간 내 세계맥주축제라는 별도의 축제 배치와 임의의 위치 배치를 요청받은 바 있다. 올해의 경우 누들축제를 아예 누리마실 사무국이 기획, 배치하는 것과 구민의날 행사를 구간 내 배치하도록 하였는데, 축제 누리마실이 실제 성북구민들의 민간조직에서 공동주관한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과도한 행정 개입이라 볼 수 있다. 이는 민간으로 하여금 축제를 바라보는 구의 관점이 소유로 인식된다는 점에서 민관협치와 정면 배치된다 할 수 있다.

축제 준비 기획안을 사전 공유함에도 불구하고 축제의 준비가 마무리되는 단계에서 구나 동 단위의 부스 요구 역시 비슷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더불어 사회의 변화와 함께 성북구가 천명한 ‘다문화대신 상호문화, 문화다양성을 사용’한다는 구호는 축제 누리마실의 중요한 슬로건의 하나로 자리 잡은 반면, 오히려 성북구 내 공공기관에서 공공연하게 ‘다문화’를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축제를 통한 캠페인의 효과는 당연히 협소해질 수밖에 없다.


관련 사항들은 구와 민간조직과의 소통 부재,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장기 전망 공유와 의견 조율이 이루어지지 못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진일보한 민관협치 모델로 나아가기 위한 상호간 노력이 필요하다.



축제 지원 체계


구 단위 축제는 규모에 비해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힘을 실어보고자하는 민간 또는 재단법인, 임의단체 등의 희생이 전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축제의 수에 비해 인력 배치의 안정성을 도모할 수 없으니 전문 인력 발굴과 양성에 힘을 쏟기 힘들다. 이는 문화예술축제를 주로 하는 성북구에서 지속 가능한 기획자, 예술가, 주민 그룹의 발굴을 저해하고 비슷비슷한 구성의 축제를 반복하는 요인이 된다. 정확한 축제 지원체계를 갖추지 못한 채 신규 축제를 도입하는 것 역시 저예산 편성으로 인한 부실 축제 양산의 매커니즘으로 작동할 수 있다.

서울시 내에서도 손꼽히는 축제의 수를 자랑하는 만큼 그에 걸맞는 체계와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축제에 대한 물적,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연구조사사업으로 기초 자료를 구성하고, 축제 기본 요소들을 감안한 표준 비용을 산출하고, 축제학교를 운영하는 등의 활동은 지역사회 내 개인이나 민간 주체들이 발굴되고 아직은 덜 지친 지금이야말로 결정적 시기라 할 수 있다. 특히 성북구는 구 주최 축제가 많은 만큼 민간주도형으로의 변화를 모색하면서 중장기 계획을 도모할 수 있는 지원 체계 형성이 시급하다.



제언


축제가 문화현상의 하나로 자리 잡은 건, 공동 창작의 산물이자 협동체에 기반한 행위들의 집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2000년대 이후 문화예술축제의 부흥은 주민들의 생활문화 발견과 투영, 집단의식의 발현으로 연계되는 고리를 생성한다. 나아가 지역축제가 사회 통합과 사회의 거울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건 같은 땅에 발을 딛고 미래를 바라보는 지역공동체가 만들어나갈 일상 문화 전승 통로인 동시에 지역사회의 다양한 관계를 목도하고 개선의 여지를 모색해볼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지점은 지속 가능성이다.


위에 언급된 이슈는 결국 앞으로 성북구와 축제에 함께하는 민간주체들이 나아갈 방향과 전략이기도 하다. 지역 내 축제를 면밀히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단계별 민관협치 로드맵을 수립하고, 축제 지원기구나 축제공방과 같은 부속 시설 등 현실에서의 축제 역량 강화와 직접 연계된 행위의 지원 체계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

요한 하위징아는 책 「호모루덴스」 (1938)에서 축제를 ‘인간의 유희적 본성이 문화적으로 표현된 것’이라 적었다. 현대사회의 개별화 쳇바퀴 속에서 공동의 일탈을 구현하는 축제가 다시금 현대사회로 빨려 들어가기 전에, 축제를 받들고 있는 수많은 지역민들의 노력의 무게를 인지해야한다. 민과 관 상호 일상의 소통을 강화하여 원활하고 유의미한 과정을 제시함으로써 축제 참여자들 간 지역사회 문화 공감대를 마련하는 거대한 네트워크의 장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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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활짝 '미인도'축제도 끝나고,
수많은 미아들이 에코백으로, 책으로, 지도로, 현수막으로 남았다.
그리고 곧 '미소책'이라는 공간책자로도 남을 예정.

왔다갔다하느라 사진도 별로 남지 않았지만, 나에게 남겨진 수많은 미아들이 매 장면 다양한 얼굴로 날 반긴다.

당장은 좀 아쉽지만 미아가 말했듯이
"안녕, 내일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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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빼고 인생 두번째 책이 세상에 나왔다.

기간이 짧아 좀 걱정했지만 생각외로 따뜻한 그림책이다. 아니, 그렇게 될 것 같다.


내일은 책 [미아의 고개여행기]가 탄생하게 된 미아리고개에서,

미아리고개 공간소개 축제 '미소활짝'이 열린다.

다들 즐구경 오시길~! 


미소활짝 '미인도' 축제

- 2016.04.23. 토요일 오후 1시

- 미아리고개 하부공간 '미인도' (동선동3가 22-6)

- https://www.facebook.com/michinfriends/





2015년 7개월이 걸린 무지개다리지원사업 스토리북 '심연향연'이 드디어 인쇄까지 마치고 종이책으로 나왔다.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문화다양성 주체들을 만나고, 그들의 활동을 알아가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좀 오버스럽지만 책을 읽는 분들이 있다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아래 정도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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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사람들은 무언가의 의미를 검색하고 요약해주길 바란다. 그래서 관찰자가, 연결자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그 무언가는 이미 사람들에게 꽉 차고 흘러넘칠 만큼 보여준다.

만약 이 책의 진정한 완료 시점이 있다면, 바로 독자 여러분이  책에서 찾아낸 보물 같은 사람과 활동에 연결되고자 노력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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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철 그리는 작가의 글 그리기



06.19.


향긋한 바람이 코끝을 간지럽히기 한참일 무렵 결국 난 눈을 떴다. 평화로움에 땅에라도 스며들 수 있을 것 같지만, 결국 몸을 일으켰다. 얼굴에 닿는 나뭇잎이 뺨을 간지럽혔지만 뿌리치고 마음을 돌렸다.

페린데우스를 뒤로 하고 숲을 벗어났다.


“타오티에님”

분명 나의 이름이다. 그것도 지중해 근처에서 듣는 순의 언어.

“타오티에!”

고개를 돌리는 건 순간이었으나, 그의 얼굴은 느린 슬라이드 화면처럼 서서히 윤곽을 파악할 수 있었다.

‘명!’

순의 장수 명이다. 나의 멱살을 부여잡고 군선에 밀쳐 던졌던 바로 그 녀석!


“잘 지내셨습니까?”

깊숙이 굽힌 자세가 마치 나를 조롱하는 것 같다.

바로 치켜든 얼굴에 번지는 반가움의 미소가 나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여긴?’ 

무슨 일로 왔는지 물어보려는 거냐?

금세 입을 다물었다. 스스로가 원망스럽다. 먹는 것 이외에는 머리가 안 돌아가는 것인가? 명색이 용의 자식인데 나의 분노는 가슴속 어디로 사그라든 것일까?


“'오랜 시간 찾아 헤맸습니다'라고 알리고 싶으나 이 나라에 들어오자마자 임금께서 일러주신 장소로 와보니 바로 계시네요. 다행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 곳을 나라라 칭해도 되는 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초원의 색이 눈을 맑게 해주네요. 아름다운 곳입니다.

염제라면 모두 농지로 바꿔버리셨겠지만요.”


이 녀석이 명? 왜 이리 말이 많지? 임금 옆에 굳건히 서서 입 한번 떼지 않던 녀석이었을 텐데.

그새 하얀 얼굴이 살짝 그을렀나? 여전히 하얗긴 하지만. 

사복인 것도 처음 보는 군. 역시 생각만큼 형편없이 말랐군. 저런 부실한 놈을 장수랍시고 측근에 둔 순제 놈이 불쌍하지. 


“타오님.”

명이 입을 떼려 한다.

‘잠깐’ 순식간에 왼손이 명을 향해 펼쳐졌다. 

페린데우스가 온몸에 중독시킨 게으름을 흩트러뜨리며 겨우 말문을 열었다.

‘이 자식, 여기서 뭐하는 거지?’

“모시러 왔습니다. 타오님.”

‘모시다니 난 쫓겨났다고!’

“네. 정확히 371일 전 도성 안뜰에서 군사들에게 포위되셨죠. 실제로는 비희님과 산예님에게 붙잡히신 셈이긴 하지만요.”

그렇다.

산예가 재미있는 물건을 구했다며 향로 안을 쳐다보라길래 ‘별일이다’ 싶었는데, 들여다보는 순간 뜨거운 불덩이들이 얼굴을 덮쳐왔다. 바로 물러서 계단에서 구르자마자 비희가 날 눌러버렸다.

‘이제 와서.’

“어머님이 쓰러지셨습니다.”

‘뭐라고?’

어머니가 쓰러지다니... 그녀는 용이라고! 누가 감히 용을 쓰러뜨려?







* 참고


도철(饕 탐할 도, 餮 탐할 철) 

용의 다섯 번째 자식. 

먹고 마시는 걸 즐겨 잠시 눈을 떼면 솥뚜껑이나 술잔에 코를 박아버리는 경우가 즐비하다.

'자신의 몸통까지 먹어치워 얼굴과 뿔만 남아있다', '순제에게 쫓겨났다', '더 많이 먹으려고 농작으로 유명한 염제 신농의 나라로 떠났다'는 등 소문이 무성하다. 

최근엔 그를 직접 본 이가 없다 보니 들려오는 이야기도 괴기소설마냥 해괴망측해지고 있다. 


비희(贔 힘쓸 비, 屭 힘쓸 희)

용의 첫째 자식. 

힘이 장사이기도 하지만 힘 자랑도 즐긴다. 

세상을 구성하는 초석인 돌만 보면 번쩍 들어 중력을 거슬러버리니 돌들이 화가 날만도 하다. 

키도 잘 안 자라고 납작한 자라 용모이지만 본인은 전혀 개의치 않는데,

용모 때문인지는 몰라도 돌을 번쩍 들고 있는 건지 돌에게 깔린 건지 간혹 헷갈리기도 한다.


산예(狻 사자 산, 猊 사자 예)

용의 여덟 번째 자식. 

어릴 적부터 어미가 내뿜는 불을 동경했으나 실제로 본 건  단 한번 뿐이다. 

하지만 한번의 경험은 대단한 감동이었나 보다. 

현재까지도 불이나 폭죽에 홀려 향로 곁을 떠나지 못한다.

이문처럼 말을 걸어도 대답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걱정이다.





03.30.


음력 5월 13일. 대나무를 심거나 옮기는 죽취일(竹醉日)이다. 모든 이촌(二寸)들의 생일은 바로 이 날이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예로부터 죽순을 용손(龍孫)이라 불렀다. 

이날이 되어 -원래도 그랬지만 - 퍼먹고 마시다 보면 어느새 술잔에, 솥뚜껑에 얼굴을 파묻혀있었다. 

어머니는 원래 성정이 불같았으나 이런 나를 꾸짖는 일이 없었다.


하긴 그녀는 세상의 이치를 너무 깨달아 함부로 끼어드는 법이 없다. 심지어 망나니처럼 보일 자식의 일에서도 말이다. 진중하다 못해 게으른 그녀는 예상외로 사람들의 환심을 얻었다. 거대하고 기괴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통해 사람들은 지혜롭고 달관한 도인을 연상하곤 했다.


그녀는 말을 섞었던 인물이든 생면부지의 인물이든, 누가 태어나든 죽든, 전혀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놀랍게도 사람들은 인간 생사에 대한 그녀의 무관심으로 인해 사후세계에 대한 묘한 안정감을 가지게 되었다. 


‘엄청난 수명과 누적된 지혜의 상징은 생과 사를 구분 짓지 않고 기쁘거나 감동스럽거나 슬프거나 안타까워하지 않는다. 결국 죽는다는 건 산다는 것과 별 차이 없는 게 아닐까?’


죽어보지 못한 그녀가 인간의 죽음에 대해 영향을 미친다는 것,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솔직히 말해 화내는 것에서조차 게으른 그녀가 불같은 성정으로 혐오를 드러내는 주제가 바로 죽음과 하늘이다.

천적도 없을 것 같은 그녀가 자식들에게 가장 엄격하게 훈련시키는 건 죽지 않는 방법이다. 물론 훈련받은 건지 그녀가 우리의 생각을 조정한 건지 구분은 잘 가지 않는다.


아홉 자식 들은 자신의 인지를 가동시킬 때, 물리적 실체의 테두리를 규정짓는 것보다 사방으로 깃들여지고 스며들게 나누는 방법을 익혔다. 본체조차 둘 필요가 없어 가히 불멸이다. 그러나 너무 나눠 깃들여지는 건 주의해야 한다. 요는 균형이다. 실제 이문은 어느 순간부터 불러도 대답 없고 언제나 먼발치만 쳐다보고 있어 무슨 생각을 하는 지조차 모르겠다. 마치 하늘을 향한 망부석이라도 되어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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