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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 story36

[글/시리즈] 도철(饕餮)_#06 03.30. 음력 5월 13일. 대나무를 심거나 옮기는 죽취일(竹醉日)이다. 모든 이촌(二寸)들의 생일은 바로 이 날이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예로부터 죽순을 용손(龍孫)이라 불렀다. 이날이 되어 -원래도 그랬지만 - 퍼먹고 마시다 보면 어느새 술잔에, 솥뚜껑에 얼굴을 파묻혀있었다. 어머니는 원래 성정이 불같았으나 이런 나를 꾸짖는 일이 없었다. 하긴 그녀는 세상의 이치를 너무 깨달아 함부로 끼어드는 법이 없다. 심지어 망나니처럼 보일 자식의 일에서도 말이다. 진중하다 못해 게으른 그녀는 예상외로 사람들의 환심을 얻었다. 거대하고 기괴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통해 사람들은 지혜롭고 달관한 도인을 연상하곤 했다. 그녀는 말을 섞었던 인물이든 생면부지의 인물이든, 누가 태어나든 죽든, 전혀 감정을 드러.. 2015. 8. 7.
[글/시리즈] 도철(饕餮)_#05 - 도철 그리는 작가의 글 그리기 03.29. 순제는 불을 내뿜는 어머어마한 크기의 용에 대해 예우를 다하였다. 금과 은 만큼의 나이를 먹은 어머니의 경험과 지혜를 높이 샀다. 그는 궁을 자유롭게 드나들게 배려하고 세상만큼 오래된 광물을 지키는 수호 역할을 부탁하기도 했다. 애당초 한 곳에 머무르는 걸 상상조차 못했던 어머니는 간혹 순에 들러 왕실의 보물을 자신 만의 장소에서 지키다가 황제가 원하면 다시 가져오곤 했다.아마도 천상에 가져다 놓았다가 다시 가져오는 것이리라.하늘에는 인간이 다가갈 수 없고, 하늘이 땅의 물건 따위에 관심 기울일 리 없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하늘을 수호하지만 하늘에 속하지 못했던 것도 금은보화 따위를 지켜달라는 부탁에 땅을 과하게 접했기 때문이다. 하늘은 땅의 냄새에 민감하고.. 2015. 7. 31.
[글/시리즈] 도철(饕餮)_#04 - 도철 그리는 작가의 글 그리기 03.28. 얼마 전 숲을 걷다가 수십 마리의 비둘기들이 앉아있는 놀라운 나무를 발견했다. 나중에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그 나무는 페린데우스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예전 어머니로부터 치명적인 비둘기 나무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어느 날 숲 위를 날던 어머니는 비둘기떼가 잔뜩 앉은 나무를 한그루 발견하였다.곧장 땅으로 내려가 나무로 슬금슬금 다가갔는데 달콤한 열매에 취한 비둘기들은 어머니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했다. 어머니는 몽롱한 비둘기들의 눈을 살피고 나서 바로 나무를 향해 내달렸다. 그러나 나무의 그늘에 들어선 순간 격렬한 고통이 밀려왔다. 거대한 포효와 함께 몇 걸음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디뎠던 발의 발톱 끝은 시커먼 색으로 물들었다.나무 그늘이 공포를 야기시키긴.. 2015. 7. 24.
[글/시리즈] 도철(饕餮)_#03 - 도철 그리는 작가의 글 그리기 03.27. 한참을 벗어나 결국 숲으로 다시 돌아와버렸다.원래 나의 혈족들은 모두 숲을 싫어한다.햇빛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다가 특히 나무가 만들어내는 그늘과 바람의 조합은 쥐약이다.어릴 적부터 어머니는 숲에 들어가는 걸 허용하지 않으셨다. 어느 날인가 이문이 포뢰와 더불어 나를 데리고 숲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필시 먼 곳을 보다가 드넓은 녹색 솜뭉치들의 정체가 궁금해졌을 것이다.그러나 우리 셋은 그리 깊이 발길을 옮기지도 못했다. 숲의 입구에서부터 녹색잎과 나뭇가지들이 머리 위로 드리워지자 포뢰가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평소 고요하고 잔잔하던 소리가 아니라 공포에 질린 비명이었다.이문을 바라보자 일그러진 얼굴을 선명히 볼 수 있었다.결국 이문과 나는 포뢰의 양쪽 어깨.. 2015. 7. 17.
[글/시리즈] 도철(饕餮)_#02 - 도철 그리는 작가의 글 그리기 03.19. 나의 이촌(二寸)1)들은 겁쟁이다. 아니, 게으른 건가?순제의 궁 밖으로 나온 적이 거의 없다. 한 번 몸짓에 천리를 가는 용의 자식으로 태어났으면서도황제가 보이는 제 어미에 대한 호의에 자식들이 먼저 반응했다. 앞다투어 경쟁하듯 순제의 심금을 울릴만한 제의를 내뱉었다.'사후를 지켜주겠다', '궁의 파수꾼이 되어주겠다', '독약으로부터 황실을 지켜주겠다', '소리 질러 귀신을 쫓아주겠다'... 하나같이 쓸모없는 존재였다. 그렇게 보였다. 그래서인지 쓸모 있을 법한 일을 열심히 찾아댔다. 그렇게 보였다.찰나의 안위를 위해 종마처럼 달렸다. 그렇게 보였다.결과적으로 꽤 바빴다. 그렇게 보였다.어리석었다. 그렇게 보였다. 1) 도철과 이촌들 도철(饕 탐할 도, 餮.. 2015. 7. 9.
[글/시리즈] 도철(饕餮)_#01 - 도철 그리는 작가의 글 그리기 02.05. 머리가 깨질 것 같다. 눈을 뜨긴 했는데 녹슨 기계마냥 뻑뻑하다. 이게 다 그 순제 놈 때문이다. 나는 쫓겨났다. 그놈에게서, 그놈의 나라에서. 그렇다고 들었다. 여긴 염제 신농의 나라(수메르)보다 북서쪽이다. 땅으로 둘러싸인 안타까운 바다, 중해 근처다. 03.01. 중얼중얼, 웅얼웅얼... 누군가 말을 하고 있다. 그다지 시끄럽진 않는다. 혼자만 말하고 있다. ‘궁~~’ 낮은 소리가 끊임없이 울린다. 다른 이들은 신경 쓰이지 않는지 귀 기울이고 있지만, 나의 귀는 ‘궁~’거리는 소리가 압도한다. “빨리!” 드디어 말하는 자 외 누군가가 입을 뗐다. 크진 않지만 빠르고 단호한 목소리다. 역시나, 말하는 자가 당황한다. 또다시 말하는 자만이 말을 이어간다. .. 2015. 7. 3.
[(나름) 시리즈/글] '너'의 이야기_세종대왕 #05/05 '너'의 이야기_세종대왕#01 - http://jineeya.tistory.com/658#02 - http://jineeya.tistory.com/659#03 - http://jineeya.tistory.com/660#04 - http://jineeya.tistory.com/661#05 - http://jineeya.tistory.com/662 #05 / 05 세종 시대 발명되거나 이룩한 성과를 보니, 문득 두가지 의문이 든다. 평생 임금이라는 직업 하나에 매달려 비단 인문학 뿐 아니라 전쟁무기, 경제성을 높이는 각종 장비, 농업용품과 서적, 음악 등 온갖 분야에 모두 신경을 써야 하는 위치. 모든 걸 신경 쓴다는 것은 결국 관리와 조정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야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결국 한글 자체에 대.. 2015. 4. 6.
[(나름) 시리즈/글] '너'의 이야기_세종대왕 #04/05 '너'의 이야기_세종대왕#01 - http://jineeya.tistory.com/658#02 - http://jineeya.tistory.com/659#03 - http://jineeya.tistory.com/660#04 - http://jineeya.tistory.com/661#05 - http://jineeya.tistory.com/662 #04 / 05 ‘너’의 오래된 미래가 된 세종대왕. 세종대왕이 만든 글자.(*너 : 자신을 지칭하는 1인칭 조사)한글은 특히 최신 제작된 글자라서 ‘너’뿐만 아니라 문자 관련 ‘나’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 나 : 특정한 꿈이나 희망을 추구하는 무리를 단수로 지칭함) 실제 한글은 어떻게 생겼는가? 한글 자음은 사람의 발음 기관을 본 떴다고 하던데, 당시에.. 2015. 4. 5.
[(나름) 시리즈/글] '너'의 이야기_세종대왕 #03/05 '너'의 이야기_세종대왕#01 - http://jineeya.tistory.com/658#02 - http://jineeya.tistory.com/659#03 - http://jineeya.tistory.com/660#04 - http://jineeya.tistory.com/661#05 - http://jineeya.tistory.com/662 #03 / 05 그의 어록은 그를 본받기 위한 중대한 사료다. 그와 같이 산다는 건 그와 같이 말한다는 것이다. 그의 어록이야말로 '너'에게 중요한 철학을 제시해줄 보물이다.(*너 : 자신을 지칭하는 1인칭 조사) '나라를 다스리는 법은 믿음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그렇다. 한 때 그런 이야기가 나돌았다. 훈민정음은 세종대왕이 아니라 집현전 학자들이 올곧이 만든거.. 2015. 4. 5.
[(나름) 시리즈/글] '너'의 이야기_세종대왕 #02/05 '너'의 이야기_세종대왕#01 - http://jineeya.tistory.com/658#02 - http://jineeya.tistory.com/659#03 - http://jineeya.tistory.com/660#04 - http://jineeya.tistory.com/661#05 - http://jineeya.tistory.com/662 #02 / 05 '듕귁에 달아' 그래, 맞다. 세종대왕은 중국 글자를 빌어쓰면서 식자가 권력화되는 현상을 피하고자한 선구자다.그는 글자 사용 대중화의 혁명을 완성했다. '너'는 그의 선구자적 면모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너 : 자신을 지칭하는 1인칭 조사) 이제 모두가 한글을 쓰는 시대. '너'는 '나'와 같은 특정인들만의 글자 창제를 통해 글자 창제의 대.. 2015. 4. 4.
[(나름) 시리즈/글] '너'의 이야기_세종대왕 #01/05 '너'의 이야기_세종대왕#01 - http://jineeya.tistory.com/658#02 - http://jineeya.tistory.com/659#03 - http://jineeya.tistory.com/660#04 - http://jineeya.tistory.com/661#05 - http://jineeya.tistory.com/662 #01 / 05 '나'는 불현듯 깨달았다.(* 나 : 특정한 꿈이나 희망을 추구하는 무리를 단수로 지칭함) 부족한 잠로 핏발 선 눈동자들이 튀어나올 것 같지만, 그래도 '나'는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 서보길 잘했다고 생각해본다.(*새종대왕 : 저작권 개념이 없었던 570여년전 훈민정음 창제 및 반포를 주도하였다. 현대 경제계 분석에 의하면 당시 저작권이 적용되었을.. 2015. 4. 3.
불통(不通) - 글 + 6'45'' 영상 불통(不通) 뉴다큐멘터리 공연 [오래된 집과 광화문사거리] 中 Screen 1. 잿빛 하늘 /Sreen 2. 영상Screen 3. / 세상이 돈다 S1. 오늘도 이순신장군은 /S3. / 오늘도 차가운 돌바닥이 S1. 드넓은 하늘과 하나가 되어 /S3. / 눈 앞을 스쳤다가 하늘로 솟구쳐 S1. 눈길조차 내어주지 않는다 /S3. / 빙빙 돌다 발밑으로 툭 S1. 나에게는..... /S3. / 겨우 제자리..... ~~~~~~~~~~~~~~~~~~ S1. 어슬렁어슬렁 걷다보면 /S3. / 어슬렁어슬렁 걷다보면 S1. 눌러쓴 모자, 터질 듯한 점퍼 /S3. / 시커먼 녀석들, 나를 가로막아 S1. 살을 에는 추위에도 /S3. / '꺼져버려' 소리치고 싶은데 S1. 흥에 겨운 아이. /S3. / 까불대는 놈 S.. 2015. 2.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