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한 직진 - 애니 <장송의 프리렌>
익숙한 이세계, 익숙한 엘프, 익숙한 영웅, 익숙한 드워프, 익숙한 설정, 익숙한 관계. 은 그 모든 크리셰 범벅같은 애니메이션이다. 낙관적 허무주의를 장착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이 애니메이션은 한번 보고 다시는 곱씹을 필요가 없을 수도 있으나, 왠지 글적이고 싶은 건 스치고 지난 후 뭔가가 남아서일 수도 있다. 나이로 표상되지만 결국 만물에 해당되는, '다르다'는 것의 진폭을 엄청나게 늘려놓으면 어떻게 되는지 어렴풋이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최소한 스승을 만난지 1,000여년은 된 엘프, 50년에 한번 오는 유성 만날 때까지 함께 한 모험가들과 이별을 고하지만 그녀에게는 딱히 이별도 아니다. 50년 쯤이야 눈 깜빡하면 끝나는 시간이니까. 그동안 함께한 인간 검사는 죽었고, 대략 25년 쯤 지나면..
2023. 10. 2.
본격 의학 학습 애니 ‘일하는 세포’
피로 얼룩진 일상, 24시간 반복되는 노동, 끊임없이 도망치거나 끊임없이 해치우거나, 끊임없이 청소하거나… 암울한 자본주의 디스토피아 세상같지만 사실 세포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우리의 몸 속 사정이다. 찰과상 입어도 세상은 무너지고, 상한 음식을 먹어도 세상은 무너지고, 세포가 변형되어도 세상은 무너진다. 그래도 백혈구, 적혈구, T세포, 혈소판, 마크로파지, 수지상 세포 등이 이동하면서 무너뜨리는 녀석들을 없애고, 세상을 수복하고, 일상을 되찾는다. 비장하고 암울하게 표현했으나 ‘일하는 세포’ 시즌 1은 그야말로 순한 맛이다. (시리즈 여러 개이고 블랙버전도 있음) 그저 세포를 의인화한 것 만으로도 상황에 대한 상상이 풍성하게 쌓인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이라면 누구나 매일 고도의 경..
2021. 7.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