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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79

노안과 유튜브 오염도를 뚫고 간만에 순삭 - 책 [에도괴담걸작선] 괴담에서는 귀신 또는 요괴가 등장하기 마련인데,아무래도 요괴는 불현듯 나타나는 자연재해와 같아서 인간으로의 이입보다는 그 형태나 성질 등이 더 궁금하다.반면 귀신은 사람의 연장선상일수도 있어서 그런지, 억울하고, 타당하고, 그러나 어리석은 군상이 마음에 닿는다.동시에 완전 인간은 아니라서 그런가?왠지 요즘은 작은 손해와 손실도 참을 수없는 분노와 '짜증'을 유발하곤 하는데,괴담 속 귀신들은 억화심정을 가져도 모자랄 일을 당하고도 한풀이가 참 소박하기도 하다.물론 어떤 귀신들은 그렇게 까지 할 일인가 싶게 너무 심하다 싶기도 하지만... 보통 괴담을 보면 희한한 요괴에 관심이 집중되기 마련이었으나,이 책은 에피소드들이 귀신에 훨씬 집중되어 있다.그렇기에 본의아니게 살면 살수록 점점 손실에 약해져 소인배의 .. 2025. 10. 23.
다양한 문화권의 다라니들을 들은 것 같은 <겐코-안 03062> 작곡가이자 연출가인 하이너 괴벨스의 시리즈로 60분짜리 다원예술작품. 뒤에 붙은 숫자는 국립현대미술관 우편번호라고한다.사실 전시를 60분간 관람하는 건 드문 일이긴 하나,중간에 이탈하지도, 졸지도, 딴 짓하지도 않고 그야말로 몰두하여 감상했다.일본 사원에 영감을 받았다는 이 작품은 마치 음과 양같은 네모와 동그라미의 이미지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운드와 조명이 채워진다.이미지가 단순하지만 지루하지 않고, 조명은 이미지와 결합하여 '절대'에 가까운 규칙으로 계산되어 보여지고,사운드는 다양하게 구성되어 어떤 방해없이 작품에 몰두시킨다.다양한 문화권의 다양한 다라니를 모아서 온전히 들은 듯한 1시간. 2025. 8. 2.
소수 민족의 문화 향기가 물씬 나는 [황신록] 일본 애니메이션은 당연히 더 말할 필요없이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최근 몇년 간 본 중국 애니메이션도 퀄리티가 훌륭하다. 단순히 기술의 문제라기보다 이야기거리가 더 이상 '서유기'와 '백사'에 머무르지 않고,문학 역시 판타지부터 SF 등 다양한 장르가 선전하고 있는 덕에 애니메이션의 분야도 확장되고 있는 듯 하다.'작적' 이후로 '천관사복' 같은 도교와 불교가 공존하는 세계관을 다루거나 '시광대리인'과 같은 미스터리 추리 분야도 있다. 애니메이션 [황신록]은 아직 업데이트 초반이라 등장하는 존재들이 어떤 존재들일지, 세계관이 어떤 건지 다 파악하지 못했다.'황신'이 폐허의 신이라고 하니 폐허의 신과 관련한 기록 정도의 내용으로 알고 있다.다만 등장하는 다양한 스타일과 존재들의 모습은 한국의 귀신도, 일본.. 2025. 6. 27.
[비일상의 확장성 1] 거장의 글을 동화책으로 보면... 가끔 세계 거장들의 동화책이 나올 때가 있나보다.이런 류의 책 중 처음 본 동화책은 움베르토 에코의 이었다.이번에 읽게 된 안톤 체호프의 는 두번째다. 물론 그 사이 무언가 읽었을 수도 있고, 동화작가들 역시 대체로 거장이라 구분이 필요한가 싶기도 하다.여튼 여기서 거장은 보통 문학 작가이므로, 보통의 동화책보다 텍스트가 꽤 길다.도 역시 '텍스트가 많구나' 싶은 생각을 했는데, 아주 평온한 마음으로 순식간에 읽혔다. 보통 동화책, 그림책은 성인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다보니,소위 '어른스러운' 이야기를 어린이에게 들려줘도 되는 지 무심결에 제단을 할 경우가 있다.이 동화책이 '잠시 주인 잃은 개가 헤매다가 다시 주인을 찾은 이야기'라는 차원에서는 연령이나 독자층에 대해 점검할 필요가 없었다.그러나 예전 .. 2025. 6. 3.
존경보다 생존의 쓰임이 급한 지금 - 책 <죽은 나무를 위한 애도> 힘들 때 자연에 속하며 자연의 통찰력을 받은 작가 헤르만 헤세는나무만을 위한 책을 썼다.물론 나무는 책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의 존경과 예술의 숭앙을 받을만 하다.동시에 우리는 기후 위기 속에서 - 존경과 숭앙을 표현해도 모자랄 시간에 -생존에의 필요와 자연의 보이지 않는 손에 빌붙고 싶은 누구보다 다급한 인류가 되었다.나도 분명 20세기에 태어나 21세기를 살고 있는데 이 찰나의 인생이 진행되는 와중에도,인간에게 분명 감동과 감상의 대상일 이들은 여전히, 언제나 탄압과 쓸모 사이의 유용성의 타진 대상이다. 최소한 나무에  감탄할 수 있고 통찰할 수 있는 감각의 길로 다시 돌아가길 바라며,책에서 생각나는 문구 2가지를 적어본다.'너는 겁먹고 있는데, 왜냐하면 네가 가고 있는 길이 너를 네 어머니와 고향.. 2025. 4. 3.
제로가 '줄임'이라 생각하는 건 다소 협소 - 책 [제로의 책] 워크숍이나 프로젝트로부터 엮인 책을 선호하지 않는다. 왠지 해당 주제에 대한 수많은 변주를 낮은 깊이로 연달아 나열할 듯 싶어서다.아마도 무릎 높이로 찰랑이는 바다에서 어설픈 물장구 몇 번으로 휴양을 끝내고야 말 것 같은 기분이다. 물론 이 책 역시 끝맺음이라는 상태 차원으로 보면 비슷한 감상일 수도 있고 챕터별로 균질하지도 않다. 다만 -20세기부터 존재했던- 기존의 익숙해진 분야가 재조립되고,  21세기 들어 드디어 다양하다못해 그동안 걸려있던 사회 기준점(앵커)의 위치를 모두 조정할 만큼의 '변화'라는 지점에 대해 새롭게 살펴볼 기회가 되었다.이 책은비닐봉지가 종이봉투의 낭비로 인한 결과물이었던 과거의 기억을 환기하기도 하고,메타버그, -인체를 포함하여- 재야생화, 팅커링(보다는 데이터셋), 할머.. 2025. 1. 28.
애타고 절실해도 시간의 신은 무심히 관통한다 - 단편애니 [크로노스] 그야말로 아주 직관적인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본 기분이다. 애달프다 못해 답답하고 심장이 뛰는 속도로 다리도 달리고 끊임없이 생각해도 계속 생각나고... 그러나 결국 시간이 흐르면,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마치 그렇게 해야 살 수 있는 듯이, 무엇을 잃었는 지 생각하는 것조차 잃는 것이 맞다는 듯이, 사랑은 잊혀져간다. 인생의 한 때 가장 중요했던 평생의 기억은 '평생'이라는 그 이름이 무색하게 덧없이 지워졌고 '기억'이라는 그 이름이 무색하게 덧없이 소멸한다. 결국엔 시간의 신에게 빼앗길 모든 것. 관람 - 무비블록 https://www.moviebloc.com/detail/ct_11ecc9eba610346fb207023f85d07bb2/ko 2023. 11. 6.
성북의 청괴들을 보다가 문진 하나 얻게 되었네. 지금이야 하나같이 대가들이겠으나, 당시엔 천둥벌거숭이같던 청년작가들. 그중에서도 송영방 작가의 개구진 그림은 시선을 잡는다. 도록은 아직 없다하니 굿즈로 나아감! 2023. 11. 2.
우연의 우연이 함께 하는 라퐁텐 우화집 집에서 나와 좀 걸을까 생각하면서 밤 산책을 나서게 되었고, 아직도 켜져있는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어가게 되었고, 어쩌다 라퐁텐 우화집을 사게 되었고, 돌아오는 길에 새벽을 넘겨 업장을 정리하는 친구를 만나게 되었고, 그 친구가 정리하는 동안 나는 라퐁텐 우화집을 모두 읽을 수 있었다. 라퐁텐 우화는 토끼와 거북이, 여우와 두루미 같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우화들이 가득했고, 우화마다 다른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이 우화의 재미를 배가시켜주었다. 다만 우화 말미에 우화의 교훈을 정리해주는 한줄평은 정말 별로라서 읽지 않는 걸 추천한다. 우화의 교훈이라는 건 입장에 따라 다양할 수도 있다. 이야기는 하나일지라도 문화다양한 세상에 살아가면 교훈은 점차 복잡해진다. 예전에는 왜 그리 복잡한지, 이러한 복잡한 걸 .. 2023. 10. 31.
연말연시 맞이 윷놀이세트 장만! 윷은 세계관에 맞춰 커스텀해봄! 2023. 10. 29.
마음 한구석이 찔리는 힐링 - 백요보(百妖谱) 대체로의 괴이존재를 다루는 판타지물은 일상이 아닌 묘한 풍경 속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을 바라보게 하는 힘이 있다. 흥미로운 이야기와 아무런 이익과 피해가 없는 관계라는 건 감정이입 없는 건조한 감상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예상외로 판타지의 요괴나 괴물이나 이능존재들은 우리 사회 이웃인 누군가를 대변한다. 평범하게 지낸 다수자라면 겪지 못할 피로함, 분노, 억울함은 소수자의 상황을 인지하게 하고 죄책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리하여 마음 한구석이 아리기 시작한다. 게다가 수많은 다수자 중 극히 소수의 매개로 그들은 다수자를 용서하기까지 한다. 그리하여 마음 한구석이 안도하기 시작한다. 힐링물은 잘못 파면 현실사회 잔혹극이다. 하지만 힐링이라는 한계점이 용서를 기반으로 새로운 모색을 종용한다. 그 안에서 와.. 2023. 10. 25.
유연한 직진 - 애니 <장송의 프리렌> 익숙한 이세계, 익숙한 엘프, 익숙한 영웅, 익숙한 드워프, 익숙한 설정, 익숙한 관계. 은 그 모든 크리셰 범벅같은 애니메이션이다. 낙관적 허무주의를 장착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이 애니메이션은 한번 보고 다시는 곱씹을 필요가 없을 수도 있으나, 왠지 글적이고 싶은 건 스치고 지난 후 뭔가가 남아서일 수도 있다. 나이로 표상되지만 결국 만물에 해당되는, '다르다'는 것의 진폭을 엄청나게 늘려놓으면 어떻게 되는지 어렴풋이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최소한 스승을 만난지 1,000여년은 된 엘프, 50년에 한번 오는 유성 만날 때까지 함께 한 모험가들과 이별을 고하지만 그녀에게는 딱히 이별도 아니다. 50년 쯤이야 눈 깜빡하면 끝나는 시간이니까. 그동안 함께한 인간 검사는 죽었고, 대략 25년 쯤 지나면.. 2023. 10.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