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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62

그렇게도 당연하게 힐링 - 바라카몬 잘 나가는 전문가, 찾아온 좌절, 인정할 수 없는데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지적, 어쩌다 바뀐 환경, 조건 없는 포용, 과정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길, 그리고 새삼스레 중요해진 커뮤니티. 차도남이 도시에서 어쩌다 시골에 내려가면서 발생하는 힐링 애니메이션의 이야기 흐름은 꽤나 예상 가능하다보니, 한두편 보다보면 '또?'인가 싶기도 해서 완주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따라서 막장드라마 스토리라인급의 스토리 전개 예상에도 집중은 일사천리, 마음은 몽글몽글, 공감은 구석구석 일으키는 애니메이션이라면 그야말로 훌륭하다 할 만하다. 바라카몬은 그렇게 훌륭한 애니메이션이다. 숲의 벌레든 바다의 생선이든 거주하는 집의 쥐든 손으로 잡는 건 불가능하고, 밥해먹을 줄도 모르고, 뒷산에서도 길 잃어도 실족사할지 모르는, 시골마.. 2021. 7. 24.
처음엔 지적 사치인가 싶었는데... - 미션임파서블 루벤 극장판 애니메이션 중 눈에 띄는 게 있어 간만에 극장행, 93분 러닝타임 중 아마도 80여분 전후까지도 황홀하게 감상 중이다가 마지막에 김 빠진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미리 말해두는데 이 애니메이션은 기본적으로 훌륭하다. 애니 속 등장하는 예술작품들을 한두가지라도 감상해본 사람이라면, 이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예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 애니메이션이 예술을 표현하는 방식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에 비해 스토리가 너무 안 중요해져 다소 허탈하다 싶었다. 이 애니메이션은 심지어 시나리오상까지 수상했다. 그런데 나는 왜 스토리가 밀린 느낌이었을까? 이번에 새삼 나 스스로가 장르 복합을 그렇게 얘기하면서도 장르들에 대한 편견에 가득찬 건 아닌지 고민에 휩싸였다. 예술작품들에 대한 .. 2021. 7. 13.
지금 현혹된 것에 쏟고 있는 것 - 소설 <서루조당 파효> 간만에 한권의 책을 끝까지 읽었다. 부끄럽지만 최근 몇년 사이 처음이었다. 지난 몇년동안 필요한 부분만 선별하여 읽다보니 책 읽는 맛을 잃었다. 그렇다기보다, 원래 책 읽는 맛을 알 정도로 많이 읽지는 않는다. 사실 이 책은 주요 인물이 반복되나 이야기는 달라 단편마다 잘라 읽어도 된다. 그런데 왠지 이번에는 여섯편 모두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다 읽어본 책이 필요했나보다. 교고쿠 나쓰히코는 내가 좋아하는 요괴 추리 소설가다. 소설을 잘 못 읽는 편인데 이 작가의 글은 좋아한다. 현실을 치밀하게 엮어가는 와중에 괴설이 일상인 양 녹아든다. 주요인물 중 몇몇은 말로 세상도 갖을 언변의 달인들이다. 읽다보면, 아니 듣다보면 화려한 말의 전개가 감동이다. 사실 는 소품 같은 소설로, 추리 요소는 배제.. 2021. 3. 2.
신선한 고전 - 나이브스 아웃 예전 홍콩영화를 미친 듯이 보던 시절, 세상세상 유명한 배우들이 무슨 크리스마스 선물도 아니고 최소 1년에 1번 정도 말도 안되는 코믹영화에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라인업으로 출연하여 2시간 내로 실컷 웃겨주고 유유히 사라지곤 했다. 고급지게 골라골라 출연해도 감사할 것 같은 네임드들이 이렇게 떼거지로 나오는 풍경이 한두 영화 아니라면 아마도 그 나라 영화 풍토에 기인된 거라 생각했다. 코믹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는데, 그리고 영화는 죽었다 깨도 연출의 것이라 생각하는데, 놀랍게도 이렇게 모여 그렇게 찍으면 저렇게 유쾌한 영화가 나오는구나 싶기도 했다. 본 적 없는 배우가 거의 없는 영화, 나이브스 아웃이 그런 영화다. 하나같이 주연을 꿰차도 차고 넘칠 배우들이 세상세상 고전적인 방식의 탐정영화에 함.. 2020. 1. 12.
[애니메이션] 학살기관 1.요절한 작가 이토 케이카쿠.필명 자체가 계획(計劃)인 이 작가는 단 두 편의 소설 [학살기관], [하모니]와 한편의 프롤로그를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한편의 프롤로그는 친구가 마무리하여 [죽은 자의 제국]으로 완성.사후 5년, 그의 이름대로인 이토 프로젝트가 발동, 세 편의 애니메이션이 탄생하게 되었다. 짧은 기간, 강렬한 작품을 남기고 간 천재작가에게 바치는 남겨진 예술가들의 가장 멋진 추모 중 하나. 이토 케이카쿠의 세계는 전쟁과 폭력, 공포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사회에 대한 일종의 상이 맺혀져있다. 그 상은 아이러니하게 우리가 본래 일컫는 '자유'에 대한 박탈을 전제로 한다.애니메이션 [학살기관]은 이러한 세계관 속에서 인간의 감정이 기관별로 분석되고 통제의 가능성을 띄기 시작하는 근.. 2017. 12. 24.
멋대로 빌어버린 소망, 그리고 저주 - 애니메이션 [마법을 쓰지 않는 마법사] 화려한 외모, 거대한 눈, 말이 없는 마법사. 흘리는 눈물인지 흩날리는 옷솔인지 거대한 눈에서 펄럭이는 그것은 기대고 싶은 존재의 아우라와 구슬픈 감수성을 동시에 나타낸다. 언제나 사람들은 마법사에게 도움을 빌고,언제나 마법사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지만,놀랍게도 사람들은 마법사의 도움을 알아채지 못한다. 사람들이 멋대로 빌어버린 소망,말하지 않아도 알아볼 혜안의 부재,그리하여 마법사가 받는 사람들의 저주. 혜안이 아닌 원망의 재주 밖에 없지만 사람들의 저주는 생각보다 강하다.'피도 눈물도 없는 마법사, 고통에 몸부림칠 날이 올거다.'그렇게 저주는 마법사의 최후를 결정짓는다. 이보다 억울하고, 이보다 원통할까 싶지만,같은 일이 반복되어도 마법사로 상징되는 일군의 사람들은 결국 같은 생각과 같은 일을 반복한.. 2017. 2. 26.
씁쓸함에서 달콤함을 찾기 위한 규모 - 영화 [미끼와 바늘] 유럽단편영화제 섹션5. 가족의 탄생 中 30년도 넘은 이력서의 사진에는 젊은 청춘의 한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져있다.어느새 머리도 하얗게 새고 주름도 자글거리지만 그닥 추한 건 아니다.정년퇴임이 가까워온 그들의 모습은 여유롭고, 넉넉하고, 간혹 친구에게 삐치고, 잘못은 인정하기 어렵고, 젊은 상사는 신경 쓰이고, 그렇다고 원하는대로 일을 해줄 기력은 없다. 평생의 노동 터전인 공장에선 근무시간 내내 CCTV가 돌지만,평생의 노동 버릇인 흡연, 커피 한잔, 퍼즐 맞추기는 쉬이 끊어낼 수 없다. 결국 1,2,3차의 경고를 맞이한 끝에 두 친구는 공장에서 해고당했다. 그들이 해고당하기까지 노동현장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관람객들에게 많은 딜레마를 안겨준다.근속이 30년 넘은 이들에게 해고는 적합한 방식인지 고민하는.. 2016. 6. 2.
그래서 영화? - 셜록: 유령신부 개봉 당일 40여만명이 이 영화를 위해 극장을 방문했다. -나의 오지랖이겠으나- BBC 드라마 '셜록'의 덕후들만을 위한 극장판이 어떻게 이런 인기몰이가 가능한가?시즌2가 KBS에서 방영한 적 있는데 나름 공중파의 힘인가? 19세기 빅토리아시대와 현대를 오고가며 액자 구조를 가지고 있어 영화 속 19세기만 뽑아 보면 굳이 다른 시즌을 보지 않아도 상관 없으나, 그럴거면 2시간을 영화관에 앉아 있을 필요는 없지.기본적으로 시즌물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야, 더불어 시즌4에 대한 기대도가 있어야, 전체적으로 지루하지 않게 관람할 수 있다. 마치 시즌4로 넘어가기 위한 스페셜 의식을 치루고 있는 기분이다.집안의 모니터들에서 벗어나 바깥 바람 좀 쐬며, 신년 맞이 겸 자가 선물 겸 전세계적 이해집단을 형성하고, 다.. 2016. 1. 4.
초현실보다는 부유하는 현실? - 블라디미르 쿠쉬전 얼마 전 본 전시는 분명 최근 초현실주의 대표주자로 불린다는 블라디미르 쿠쉬의 전시회. 하지만 초현실주의에 대한 이야기는 뒤로 미루고 좀 다른 이야기를 먼저 시작해볼까한다. 어른이 되어서도 판타지한 세계를 추구한다면? 생선 뼈가 십자군 병정처럼 보이고 하늘의 구름이 거대한 입술처럼 보인다면?보통 이런 경우엔 같은 어른들로부터 ’덜 자랐다’는 오명(?), ‘키덜트’라는 딱지를 면치 못할 것이다. 특히 ‘판타지’를 ‘팬시’의 어느 하위 개념쯤으로 여기는, 섬세함이 부족한 어른들의 혐오는 오명의 직접적인 피해를 더욱 증폭시킬지도 모른다. 하지만 팀버튼이나 미로처럼 목숨 걸고 본격적이고 진지하게 덤벼들면 그들의 존재를 도저히 부정할 수가 없다. 그 이전에 마녀를, 신을, 괴물을, 심지어 살아있는 왕을 신으로 만.. 2015. 1. 13.
그들 만의 가벼운 생각과 무거운 금전 사이, 거래 물건은 우리의 삶 - 영화 <블랙딜> 개인적으로 은 공공재의 의미나 민영화 1세대 국가들의 참혹한 실상을 확인했다기보다는,'우리나라, 생각보다 괜찮구나'라는 찰나적 안도감을 주는 영화다. 아르헨티나 한 아파트의 전기가 끊겨 몇날며칠 주민들이 야밤 시위를 하고 있을 때,칠레 연금수령 노인이 연금으로 생활 영위를 못할 때,프랑스의 한 도시가 물 민영화를 했다가 다시 꾸역꾸역 공공재로 변화시켰을 때,특히 영국 철도 관계자가 '한국보다는 못하겠지만' 영국 철도도 많이 좋아졌다라는 인터뷰를 할 때,'한국이 살만하구만'이라는 -착각일지도 모르는- 생각의 늪에 빠진다. 물론 네이버 검색어 1위에 빛났던 '민영화'라는 단어는 -어느 여인의 이름이 아니라- 수많은 공공 영역의 사유화를 추진하려는 권력자의 이리저리 찔러보기 행동이고,이미 돈까지 많은 권력자가.. 2014. 7. 5.
정말로 다를까? - 전시<유니버설 스튜디오, 서울> - 아마도 대부분 사람들이 그러하겠지만-'유니버설 스튜디오, 서울' 이라는 제목을 들으면 해외 테마파크의 캐릭터나 일러스트 등의 전시라고 생각할텐데...기대(?)와는 달리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 작가들의 전시회다. 확실히 개인의 이력은 중요하다.하나의 문화를 접하며 살다가 다른 문화와 접하고 변형, 조화, 또는 부정 등을 겪게 되면 그 주체만의 독특한 색깔을 띄게 된다.누군가의 작품 속에서 - 이미 체득된 이미지 외에도 - 평생 알 수 없었던 색다른 문화를 감지하는 건 꽤나 흥미로운 일이다. 그러나... 요즘 작가들은 모두 보편적(Univeral)인건지,유독 이번 전시 기획 상 그렇게 포인트를 잡기로 한건지,아니면 이국의 소재가 외국인 작가들에게 묘한 환상을 심어준 건지 모르겠지만,그다지 생경하지는 않은.. 2014. 6. 24.
[완성 4F] 세대 변천 + 영화 <랄프 스테드먼 스토리:이상한 나라의 친구들> 안타깝게도 나는 세계 사회 운동의 흐름이나 역사에 무지하고, 국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따라서 며칠 전 시사회를 통해 만난 1936년생 영국인 랄프 스테드먼과 그의 이상한 나라의 친구들의 업적 또는 과오, 그들이 헤쳐나간 시대에 대해 논할 만한 능력이 없다. 다만 영화는 무척 잘 만들어진데다가 그의 그림과 스토리도 오묘한 조화가 돋보이고, 당연히 그의 그림은 멋졌고, 그의 조금 젊은 친구 조니 뎁부터 다른 모든 친구들까지 참 근사하게 살아왔다는 점은 분명하다.특히나 랄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1인칭으로 사고하고 그렸다는 책은 꼭 한번 보고 싶다. 스스로 '카투니스트' 정도로 불리면 될 것 같다는 랄프 스테드먼은 확신에 차서 말했다.'펜 하나로 세상을 바꿀 능력이 있었다'고...그는 매우 두렵기도 하고 부.. 2014. 6.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