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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59

신선한 고전 - 나이브스 아웃 예전 홍콩영화를 미친 듯이 보던 시절, 세상세상 유명한 배우들이 무슨 크리스마스 선물도 아니고 최소 1년에 1번 정도 말도 안되는 코믹영화에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라인업으로 출연하여 2시간 내로 실컷 웃겨주고 유유히 사라지곤 했다. 고급지게 골라골라 출연해도 감사할 것 같은 네임드들이 이렇게 떼거지로 나오는 풍경이 한두 영화 아니라면 아마도 그 나라 영화 풍토에 기인된 거라 생각했다. 코믹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는데, 그리고 영화는 죽었다 깨도 연출의 것이라 생각하는데, 놀랍게도 이렇게 모여 그렇게 찍으면 저렇게 유쾌한 영화가 나오는구나 싶기도 했다. 본 적 없는 배우가 거의 없는 영화, 나이브스 아웃이 그런 영화다. 하나같이 주연을 꿰차도 차고 넘칠 배우들이 세상세상 고전적인 방식의 탐정영화에 함.. 2020. 1. 12.
[애니메이션] 학살기관 1.요절한 작가 이토 케이카쿠.필명 자체가 계획(計劃)인 이 작가는 단 두 편의 소설 [학살기관], [하모니]와 한편의 프롤로그를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한편의 프롤로그는 친구가 마무리하여 [죽은 자의 제국]으로 완성.사후 5년, 그의 이름대로인 이토 프로젝트가 발동, 세 편의 애니메이션이 탄생하게 되었다. 짧은 기간, 강렬한 작품을 남기고 간 천재작가에게 바치는 남겨진 예술가들의 가장 멋진 추모 중 하나. 이토 케이카쿠의 세계는 전쟁과 폭력, 공포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사회에 대한 일종의 상이 맺혀져있다. 그 상은 아이러니하게 우리가 본래 일컫는 '자유'에 대한 박탈을 전제로 한다.애니메이션 [학살기관]은 이러한 세계관 속에서 인간의 감정이 기관별로 분석되고 통제의 가능성을 띄기 시작하는 근.. 2017. 12. 24.
멋대로 빌어버린 소망, 그리고 저주 - 애니메이션 [마법을 쓰지 않는 마법사] 화려한 외모, 거대한 눈, 말이 없는 마법사. 흘리는 눈물인지 흩날리는 옷솔인지 거대한 눈에서 펄럭이는 그것은 기대고 싶은 존재의 아우라와 구슬픈 감수성을 동시에 나타낸다. 언제나 사람들은 마법사에게 도움을 빌고,언제나 마법사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지만,놀랍게도 사람들은 마법사의 도움을 알아채지 못한다. 사람들이 멋대로 빌어버린 소망,말하지 않아도 알아볼 혜안의 부재,그리하여 마법사가 받는 사람들의 저주. 혜안이 아닌 원망의 재주 밖에 없지만 사람들의 저주는 생각보다 강하다.'피도 눈물도 없는 마법사, 고통에 몸부림칠 날이 올거다.'그렇게 저주는 마법사의 최후를 결정짓는다. 이보다 억울하고, 이보다 원통할까 싶지만,같은 일이 반복되어도 마법사로 상징되는 일군의 사람들은 결국 같은 생각과 같은 일을 반복한.. 2017. 2. 26.
씁쓸함에서 달콤함을 찾기 위한 규모 - 영화 [미끼와 바늘] 유럽단편영화제 섹션5. 가족의 탄생 中 30년도 넘은 이력서의 사진에는 젊은 청춘의 한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져있다.어느새 머리도 하얗게 새고 주름도 자글거리지만 그닥 추한 건 아니다.정년퇴임이 가까워온 그들의 모습은 여유롭고, 넉넉하고, 간혹 친구에게 삐치고, 잘못은 인정하기 어렵고, 젊은 상사는 신경 쓰이고, 그렇다고 원하는대로 일을 해줄 기력은 없다. 평생의 노동 터전인 공장에선 근무시간 내내 CCTV가 돌지만,평생의 노동 버릇인 흡연, 커피 한잔, 퍼즐 맞추기는 쉬이 끊어낼 수 없다. 결국 1,2,3차의 경고를 맞이한 끝에 두 친구는 공장에서 해고당했다. 그들이 해고당하기까지 노동현장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관람객들에게 많은 딜레마를 안겨준다.근속이 30년 넘은 이들에게 해고는 적합한 방식인지 고민하는.. 2016. 6. 2.
그래서 영화? - 셜록: 유령신부 개봉 당일 40여만명이 이 영화를 위해 극장을 방문했다. -나의 오지랖이겠으나- BBC 드라마 '셜록'의 덕후들만을 위한 극장판이 어떻게 이런 인기몰이가 가능한가?시즌2가 KBS에서 방영한 적 있는데 나름 공중파의 힘인가? 19세기 빅토리아시대와 현대를 오고가며 액자 구조를 가지고 있어 영화 속 19세기만 뽑아 보면 굳이 다른 시즌을 보지 않아도 상관 없으나, 그럴거면 2시간을 영화관에 앉아 있을 필요는 없지.기본적으로 시즌물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야, 더불어 시즌4에 대한 기대도가 있어야, 전체적으로 지루하지 않게 관람할 수 있다. 마치 시즌4로 넘어가기 위한 스페셜 의식을 치루고 있는 기분이다.집안의 모니터들에서 벗어나 바깥 바람 좀 쐬며, 신년 맞이 겸 자가 선물 겸 전세계적 이해집단을 형성하고, 다.. 2016. 1. 4.
초현실보다는 부유하는 현실? - 블라디미르 쿠쉬전 얼마 전 본 전시는 분명 최근 초현실주의 대표주자로 불린다는 블라디미르 쿠쉬의 전시회. 하지만 초현실주의에 대한 이야기는 뒤로 미루고 좀 다른 이야기를 먼저 시작해볼까한다. 어른이 되어서도 판타지한 세계를 추구한다면? 생선 뼈가 십자군 병정처럼 보이고 하늘의 구름이 거대한 입술처럼 보인다면?보통 이런 경우엔 같은 어른들로부터 ’덜 자랐다’는 오명(?), ‘키덜트’라는 딱지를 면치 못할 것이다. 특히 ‘판타지’를 ‘팬시’의 어느 하위 개념쯤으로 여기는, 섬세함이 부족한 어른들의 혐오는 오명의 직접적인 피해를 더욱 증폭시킬지도 모른다. 하지만 팀버튼이나 미로처럼 목숨 걸고 본격적이고 진지하게 덤벼들면 그들의 존재를 도저히 부정할 수가 없다. 그 이전에 마녀를, 신을, 괴물을, 심지어 살아있는 왕을 신으로 만.. 2015. 1. 13.
그들 만의 가벼운 생각과 무거운 금전 사이, 거래 물건은 우리의 삶 - 영화 <블랙딜> 개인적으로 은 공공재의 의미나 민영화 1세대 국가들의 참혹한 실상을 확인했다기보다는,'우리나라, 생각보다 괜찮구나'라는 찰나적 안도감을 주는 영화다. 아르헨티나 한 아파트의 전기가 끊겨 몇날며칠 주민들이 야밤 시위를 하고 있을 때,칠레 연금수령 노인이 연금으로 생활 영위를 못할 때,프랑스의 한 도시가 물 민영화를 했다가 다시 꾸역꾸역 공공재로 변화시켰을 때,특히 영국 철도 관계자가 '한국보다는 못하겠지만' 영국 철도도 많이 좋아졌다라는 인터뷰를 할 때,'한국이 살만하구만'이라는 -착각일지도 모르는- 생각의 늪에 빠진다. 물론 네이버 검색어 1위에 빛났던 '민영화'라는 단어는 -어느 여인의 이름이 아니라- 수많은 공공 영역의 사유화를 추진하려는 권력자의 이리저리 찔러보기 행동이고,이미 돈까지 많은 권력자가.. 2014. 7. 5.
정말로 다를까? - 전시<유니버설 스튜디오, 서울> - 아마도 대부분 사람들이 그러하겠지만-'유니버설 스튜디오, 서울' 이라는 제목을 들으면 해외 테마파크의 캐릭터나 일러스트 등의 전시라고 생각할텐데...기대(?)와는 달리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 작가들의 전시회다. 확실히 개인의 이력은 중요하다.하나의 문화를 접하며 살다가 다른 문화와 접하고 변형, 조화, 또는 부정 등을 겪게 되면 그 주체만의 독특한 색깔을 띄게 된다.누군가의 작품 속에서 - 이미 체득된 이미지 외에도 - 평생 알 수 없었던 색다른 문화를 감지하는 건 꽤나 흥미로운 일이다. 그러나... 요즘 작가들은 모두 보편적(Univeral)인건지,유독 이번 전시 기획 상 그렇게 포인트를 잡기로 한건지,아니면 이국의 소재가 외국인 작가들에게 묘한 환상을 심어준 건지 모르겠지만,그다지 생경하지는 않은.. 2014. 6. 24.
[완성 4F] 세대 변천 + 영화 <랄프 스테드먼 스토리:이상한 나라의 친구들> 안타깝게도 나는 세계 사회 운동의 흐름이나 역사에 무지하고, 국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따라서 며칠 전 시사회를 통해 만난 1936년생 영국인 랄프 스테드먼과 그의 이상한 나라의 친구들의 업적 또는 과오, 그들이 헤쳐나간 시대에 대해 논할 만한 능력이 없다. 다만 영화는 무척 잘 만들어진데다가 그의 그림과 스토리도 오묘한 조화가 돋보이고, 당연히 그의 그림은 멋졌고, 그의 조금 젊은 친구 조니 뎁부터 다른 모든 친구들까지 참 근사하게 살아왔다는 점은 분명하다.특히나 랄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1인칭으로 사고하고 그렸다는 책은 꼭 한번 보고 싶다. 스스로 '카투니스트' 정도로 불리면 될 것 같다는 랄프 스테드먼은 확신에 차서 말했다.'펜 하나로 세상을 바꿀 능력이 있었다'고...그는 매우 두렵기도 하고 부.. 2014. 6. 19.
존재는 규명이 필요할까? 모든 건 거대한 과정일 지도... - 해커 붓다와 더 콩그레스 원래대로면 영화 [더 콩그레스]를 보고 나서 디스토피아 또는 실현 가능한 미래사회에 대한 보고서 정도로 파악하면 된다. 게다가 실제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절묘한 조화는 그림체보다 내용적인 조합에서의 케미가 높은 데 기인한다. 좀 더 추가한다면, [더 콩그레스]는 [매트릭스] 시리즈에다가 존재의 객체성을 더욱 흐려놓은 개념이 추가된 걸 수 있다. [더 콩그레스]에 대한 평을 보면 주로 앞은 약간 지루하고 본격적으로 애니메이션과 섞이는 뒷부분을 다이나믹하게 보는 견해가 있는 것 같은데, 사실상 이 속도감은 - 영화의 재미와 별도로 - 그냥 ‘올바르다’. (물론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절대 지루하지 않다) 배우의 모든 걸 컴퓨터로 스캔하여 프로그램화한 ‘영원히 젊고, 별다른 인생 굴곡 없이 사생활 콘트롤이 가능하.. 2014. 6. 15.
3가지 기억과 기록 - <상실의 기록>전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것.그리고 책, 사진, 지도, 또는 기억 속에 박제되기 시작한 것. 전에 참가한 작가들은 다양한 매개를 통해 상실된 것들에 대한 기록을 재현한다.그런데 실제 전시 감상 때도 못느꼈지만 도록을 보다보니,5명의 작가별로 작품에 나타낸 기록의 산물은 -나의 매우 개인적인 생각으로- 크게 3가지 구분이 가능하다. 1. 타자적 기록 매체에서 기억과 기록을 소환하기 1) 김원진, 2) 김정은, 3) 신리라 작가는 각각 1) 책, 2) 지도책, 3) 사진이라는 이미 기록의 박제가 완료된 소재에서 - 1) 태우거나 2) 오리거나 3) 필요한 부분만 다시 그리는 - 자신 만의 표현 방식을 통해 필요한 기록을 소환한다. 물론 각 작가별로 매체에 기록된 내용은 -사진 그리기 같이- 자신의 기억에 집중되.. 2014. 5. 30.
불안정성을 매우 안정되게 깨달음 - 한중교류전 [액체문명] '액체문명'에서 '액체'는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이 말한 현대사회의 특성을 의미한다고 한다. 뭔가 물처럼 유동적이고 흘러가고 생겨났다가 사라지듯, 끊임없이 생산되고 소비되고 폐기되고 예측불가능하고 불안정한 사회와 그에 따라가버리는 존재들. 이 주제는 현대 모든 예술가들의 작품 속에서 적어도 한번 이상은 녹아들었을 주제다. 아니, 오히려 대부분의 작품들에 스며들어있을 주제다. 간혹 불안정성이 작가들의 차별성, 독특성을 배가시키고,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시키는 좋은 요소로 작용할 만큼 현대에선 중요한 컨셉이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불안정은 불안정하다. 아무리 익숙해지고 싶거나 이미 익숙해져도 안정되지는 못한다. 다만 특히 동북아권의 작가들의 작품에서는 그 불안정성이 담고 있는 의미를 한눈에 알아챌 .. 2014. 3.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