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84 당사자성이 이야기에 주는 힘 - 다큐멘터리 <안녕, 전쟁, 안녕> 그 날은 마음 속에 복불복을 새긴 날이었다.11시 상영을 관람하기 위해선 집에서 1시간 30분 전에 출발해야 했다.청소년감독 경쟁이 별도로 있는 것으로 봐서는 어린이감독들은 필시 취학 전 ~ 초등학교 취학연령대까지이리라.그래도 간만에 잭팟을 기대하며, 며칠 전 세운 ‘계획’이란 걸 이행하기 위하여, 집을 나섰다. 영화관 로비는 감독들과 그들의 가족, 지인들로 북적였다.시작 10분 전인데도 아무도 영화관에 들어오지 않았다.이 고요를 의심하며 다시 입구로 나가 관의 번호를 확인했는데 정확하다.그제서야 분주히 들어오는 사람들은 정시가 되어도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첫 영화의 첫 부분은 그들의 정신없는 움직임과 소리에 살짝 묻혔다. 불안했다. 그러나 예상 외로 관람 분위기는 쾌적했고, 영화들은 좋았다.그 중에서.. 2026. 9. 17. 책 내용 별로 없는 책 <채식주의자> 샛길 리뷰 1.베스트셀러보다 취향 독서가 대부분이다.어느날 동네 소규모 아트마켓에서 책 를 구매하고나서 책장 한 곳에 꽤 미뤄놓았다.한참 다지이 오사무의 를 읽던 참인데 심하게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그래서 를 집어 읽기 시작했는데, 반나절만에 다 읽었다.새삼 깨달은 건데 나는 에세이 수필에 취약하다. 는 순식간에 읽어치운 기억이 있어 여행기에 취약한 것 같지는 않다. 아, 번역 없는 한국책인 점도 변수가 되려나?여튼 가 수필이어서 큰일이다. 그나마 책이 얇은 점은 다행이고. 어떻든 는 막힘없이 순식간에 읽을 수 있다.그만큼 읽기 편하다. 함의를 뜯어 낱낱이 살펴보더라도 생각은 많아질 수는 있지만, 시간은 많아질 필요가 않을 듯 하다. 그런 면에서 알차다고도 볼 수 있다. 2. 알차다는 표현에 대해서는 나만의 설명이.. 2026. 9. 9. 전시 <독수리 2마리 스케치> 동네친구 우희서작가의 개인전 전시 를 다녀왔다.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제우스가 날린 두마리 독수리는 동시에 도달하는 세상의 중심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전시장은 크게는 두마리같은 두 작품이 설치되어 있지만, 어찌보면 이동하는 모든 것들을 아우르고 있다.심지어 현재 이 전시를 관람하는 관람자조차도 이동의 주체 중 하나다.세상의 중심을 찾는다는 목적 지향은 인생의 많은 상황에서 발생하기 어려운 경우의 수다.오히려 인생의 대부분은 흘러오다가 현재일지도 모른다. '무엇 때문에 움직이는가'를 탐험하는 걸 수도 있지만,'움직임에 딱히 이유가 없을 지도 모른다'는 짙은 혐의를 다시 한번 인지하는 순간. 2026. 7. 20. 나의 친애하는 이웃들 또는 머릿 속 친구들 펠트 인형 말의 형상과 미셸 공드리라는 감독명에 이끌려 을 이제야 보았다.영화는 정말 잘 만들었다 싶었는데,사실 꿈을 오가는 미쟝센에 CG가 아니라 어린이가 직접 만들법한 장난감으로 실제 사이즈화한 점이 무척이나 용감하다고나 해야할까? 자칫 촌스러움을 넘어 장난같은 어설픔의 미학이 잘 안착되어있다.심지어 이후 제작된 영화다. 기존의 도식적인 '전진'이 제대로된 '진화'가 아닐 수 있다는 적절한 사례일지도... 환상은 환상이지만 실제 발생 상황이라 생각해보면 이렇게 머릿 속이 꽃다발인 사람은 질리거나 질식할 것 같거나 도돌이표에 내 멘탈이 날아갈 지도... 살짝 놀란 건 20년 전 이 영화를 본 적은 없지만 음악은 들어 익숙하다는 점이다. 특히 는 예전 자주 드는 음악 목록에도 있었던 듯.이제서야 다시 .. 2026. 4. 17. [DDP 전시] 창작의 정원 둘레길 갤러리 따라 오르다보면 30인의 디자이너 작품들이 정원사친구들의 정원 사이사이에 숨어있음.마지막 사진은 다른 전시이지만, 역시 둘레길 갤러리 따라가다보면 볼 수 있음. 2025. 11. 26. 노안과 유튜브 오염도를 뚫고 간만에 순삭 - 책 [에도괴담걸작선] 괴담에서는 귀신 또는 요괴가 등장하기 마련인데,아무래도 요괴는 불현듯 나타나는 자연재해와 같아서 인간으로의 이입보다는 그 형태나 성질 등이 더 궁금하다.반면 귀신은 사람의 연장선상일수도 있어서 그런지, 억울하고, 타당하고, 그러나 어리석은 군상이 마음에 닿는다.동시에 완전 인간은 아니라서 그런가?왠지 요즘은 작은 손해와 손실도 참을 수없는 분노와 '짜증'을 유발하곤 하는데,괴담 속 귀신들은 억화심정을 가져도 모자랄 일을 당하고도 한풀이가 참 소박하기도 하다.물론 어떤 귀신들은 그렇게 까지 할 일인가 싶게 너무 심하다 싶기도 하지만... 보통 괴담을 보면 희한한 요괴에 관심이 집중되기 마련이었으나,이 책은 에피소드들이 귀신에 훨씬 집중되어 있다.그렇기에 본의아니게 살면 살수록 점점 손실에 약해져 소인배의 .. 2025. 10. 23. 다양한 문화권의 다라니들을 들은 것 같은 <겐코-안 03062> 작곡가이자 연출가인 하이너 괴벨스의 시리즈로 60분짜리 다원예술작품. 뒤에 붙은 숫자는 국립현대미술관 우편번호라고한다.사실 전시를 60분간 관람하는 건 드문 일이긴 하나,중간에 이탈하지도, 졸지도, 딴 짓하지도 않고 그야말로 몰두하여 감상했다.일본 사원에 영감을 받았다는 이 작품은 마치 음과 양같은 네모와 동그라미의 이미지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운드와 조명이 채워진다.이미지가 단순하지만 지루하지 않고, 조명은 이미지와 결합하여 '절대'에 가까운 규칙으로 계산되어 보여지고,사운드는 다양하게 구성되어 어떤 방해없이 작품에 몰두시킨다.다양한 문화권의 다양한 다라니를 모아서 온전히 들은 듯한 1시간. 2025. 8. 2. 소수 민족의 문화 향기가 물씬 나는 [황신록] 일본 애니메이션은 당연히 더 말할 필요없이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최근 몇년 간 본 중국 애니메이션도 퀄리티가 훌륭하다. 단순히 기술의 문제라기보다 이야기거리가 더 이상 '서유기'와 '백사'에 머무르지 않고,문학 역시 판타지부터 SF 등 다양한 장르가 선전하고 있는 덕에 애니메이션의 분야도 확장되고 있는 듯 하다.'작적' 이후로 '천관사복' 같은 도교와 불교가 공존하는 세계관을 다루거나 '시광대리인'과 같은 미스터리 추리 분야도 있다. 애니메이션 [황신록]은 아직 업데이트 초반이라 등장하는 존재들이 어떤 존재들일지, 세계관이 어떤 건지 다 파악하지 못했다.'황신'이 폐허의 신이라고 하니 폐허의 신과 관련한 기록 정도의 내용으로 알고 있다.다만 등장하는 다양한 스타일과 존재들의 모습은 한국의 귀신도, 일본.. 2025. 6. 27. [비일상의 확장성 1] 거장의 글을 동화책으로 보면... 가끔 세계 거장들의 동화책이 나올 때가 있나보다.이런 류의 책 중 처음 본 동화책은 움베르토 에코의 이었다.이번에 읽게 된 안톤 체호프의 는 두번째다. 물론 그 사이 무언가 읽었을 수도 있고, 동화작가들 역시 대체로 거장이라 구분이 필요한가 싶기도 하다.여튼 여기서 거장은 보통 문학 작가이므로, 보통의 동화책보다 텍스트가 꽤 길다.도 역시 '텍스트가 많구나' 싶은 생각을 했는데, 아주 평온한 마음으로 순식간에 읽혔다. 보통 동화책, 그림책은 성인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다보니,소위 '어른스러운' 이야기를 어린이에게 들려줘도 되는 지 무심결에 제단을 할 경우가 있다.이 동화책이 '잠시 주인 잃은 개가 헤매다가 다시 주인을 찾은 이야기'라는 차원에서는 연령이나 독자층에 대해 점검할 필요가 없었다.그러나 예전 .. 2025. 6. 3. 존경보다 생존의 쓰임이 급한 지금 - 책 <죽은 나무를 위한 애도> 힘들 때 자연에 속하며 자연의 통찰력을 받은 작가 헤르만 헤세는나무만을 위한 책을 썼다.물론 나무는 책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의 존경과 예술의 숭앙을 받을만 하다.동시에 우리는 기후 위기 속에서 - 존경과 숭앙을 표현해도 모자랄 시간에 -생존에의 필요와 자연의 보이지 않는 손에 빌붙고 싶은 누구보다 다급한 인류가 되었다.나도 분명 20세기에 태어나 21세기를 살고 있는데 이 찰나의 인생이 진행되는 와중에도,인간에게 분명 감동과 감상의 대상일 이들은 여전히, 언제나 탄압과 쓸모 사이의 유용성의 타진 대상이다. 최소한 나무에 감탄할 수 있고 통찰할 수 있는 감각의 길로 다시 돌아가길 바라며,책에서 생각나는 문구 2가지를 적어본다.'너는 겁먹고 있는데, 왜냐하면 네가 가고 있는 길이 너를 네 어머니와 고향.. 2025. 4. 3. 제로가 '줄임'이라 생각하는 건 다소 협소 - 책 [제로의 책] 워크숍이나 프로젝트로부터 엮인 책을 선호하지 않는다. 왠지 해당 주제에 대한 수많은 변주를 낮은 깊이로 연달아 나열할 듯 싶어서다.아마도 무릎 높이로 찰랑이는 바다에서 어설픈 물장구 몇 번으로 휴양을 끝내고야 말 것 같은 기분이다. 물론 이 책 역시 끝맺음이라는 상태 차원으로 보면 비슷한 감상일 수도 있고 챕터별로 균질하지도 않다. 다만 -20세기부터 존재했던- 기존의 익숙해진 분야가 재조립되고, 21세기 들어 드디어 다양하다못해 그동안 걸려있던 사회 기준점(앵커)의 위치를 모두 조정할 만큼의 '변화'라는 지점에 대해 새롭게 살펴볼 기회가 되었다.이 책은비닐봉지가 종이봉투의 낭비로 인한 결과물이었던 과거의 기억을 환기하기도 하고,메타버그, -인체를 포함하여- 재야생화, 팅커링(보다는 데이터셋), 할머.. 2025. 1. 28. 애타고 절실해도 시간의 신은 무심히 관통한다 - 단편애니 [크로노스] 그야말로 아주 직관적인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본 기분이다. 애달프다 못해 답답하고 심장이 뛰는 속도로 다리도 달리고 끊임없이 생각해도 계속 생각나고... 그러나 결국 시간이 흐르면,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마치 그렇게 해야 살 수 있는 듯이, 무엇을 잃었는 지 생각하는 것조차 잃는 것이 맞다는 듯이, 사랑은 잊혀져간다. 인생의 한 때 가장 중요했던 평생의 기억은 '평생'이라는 그 이름이 무색하게 덧없이 지워졌고 '기억'이라는 그 이름이 무색하게 덧없이 소멸한다. 결국엔 시간의 신에게 빼앗길 모든 것. 관람 - 무비블록 https://www.moviebloc.com/detail/ct_11ecc9eba610346fb207023f85d07bb2/ko 2023. 11. 6. 이전 1 2 3 4 ···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