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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 story

제로가 '줄임'이라 생각하는 건 다소 협소 - 책 [제로의 책]

by jineeya 2025. 1. 28.

워크숍이나 프로젝트로부터 엮인 책을 선호하지 않는다.
왠지 해당 주제에 대한 수많은 변주를 낮은 깊이로 연달아 나열할 듯 싶어서다.
아마도 무릎 높이로 찰랑이는 바다에서 어설픈 물장구 몇 번으로 휴양을 끝내고야 말 것 같은 기분이다.

물론 이 책 <제로의 책> 역시 끝맺음이라는 상태 차원으로 보면 비슷한 감상일 수도 있고 챕터별로 균질하지도 않다.

다만 -20세기부터 존재했던- 기존의 익숙해진 분야가 재조립되고,  
21세기 들어 드디어 다양하다못해 그동안 걸려있던 사회 기준점(앵커)의 위치를 모두 조정할 만큼의 '변화'라는 지점에 대해 새롭게 살펴볼 기회가 되었다.

이 책은

비닐봉지가 종이봉투의 낭비로 인한 결과물이었던 과거의 기억을 환기하기도 하고,

메타버그, -인체를 포함하여- 재야생화, 팅커링(보다는 데이터셋), 할머니가 된다는 것 앞에 붙은 '무사히' 등 익숙한 듯 낯선 의미들을 접하게 하고,

제로가 비단 '줄임'이라 생각하는 관행을 넘은 길이 무엇인지 사회적 함의에 이르는 힌트를 주기도 한다.

 

그리고 책을 읽다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책과는 결을 달리하는 몇가지 딴 생각이 떠오른다.

요즘 국내 정세가 정세다보니 '안정감 있는 변화'의 조건을 고민하게 되고,

1) 정보량 통제가 아닌 건 명백히 알겠고, 2) 정박할 항구, 새로운 기준점을 숙고의 과정으로 찾지 못하면 부표보다 못한 해양 쓰레기마냥 휩쓸려 가기 마련이겠구나 싶은 하나의 결론에 도달한다. 마치 극우 유튜버에 흔들리는 수많은 사람들 마냥.

 

그리고 또 하나의 딴 생각은 사회의 성별 스테레오 타입이 어려지는 경향에 대한 내용을 읽다가 혹시 그 스테레오 타입은 외모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리고 예쁘라고 종용하는 건 현재에 이르러 성별 지향성을 넘어선 기분도 든다.  


이 책에는 전혀 등장하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책의 요지는 
수학자 힐베르트가 퇴임식 고별연설에서 했다는 명언이지 않을까 싶다.

'어리석은 "우리는 모를 것이다" 사상에 대항해, 우리들의 구호는 다음과 같다. 
우리는 알아야만 한다, 우리는 알게 될 것이다.'
- 출처 : 나무위키

 

출처 : 알라딘 (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926836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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