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481 [글/시리즈] 도철(饕餮)_#03 - 도철 그리는 작가의 글 그리기 03.27. 한참을 벗어나 결국 숲으로 다시 돌아와버렸다.원래 나의 혈족들은 모두 숲을 싫어한다.햇빛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다가 특히 나무가 만들어내는 그늘과 바람의 조합은 쥐약이다.어릴 적부터 어머니는 숲에 들어가는 걸 허용하지 않으셨다. 어느 날인가 이문이 포뢰와 더불어 나를 데리고 숲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필시 먼 곳을 보다가 드넓은 녹색 솜뭉치들의 정체가 궁금해졌을 것이다.그러나 우리 셋은 그리 깊이 발길을 옮기지도 못했다. 숲의 입구에서부터 녹색잎과 나뭇가지들이 머리 위로 드리워지자 포뢰가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평소 고요하고 잔잔하던 소리가 아니라 공포에 질린 비명이었다.이문을 바라보자 일그러진 얼굴을 선명히 볼 수 있었다.결국 이문과 나는 포뢰의 양쪽 어깨.. 2015. 7. 17. [100P 미완성] 벽-숨겨진 풍경 최근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저분한 벽에 녹아있는 세월의 흔적이 나에게 진귀해졌다. 한참 들여다보다가 입체로 만들어보기도 하고, 보는 방향을 틀어보기도 하고, 쓸데없는 재료를 써보기도 하면서,숨겨진 풍경을 찾아보고 있다. 하얀 바탕에 동네 주민센터 서예반에서 쓰고 버리는 글자들을 얻어다가 붙여보고 싶기도 하고,그냥 텅 빈 하얀 캔버스에 계속 뭔가 하얀 계열의 재료들만 말끔히 얹고 싶기도 하고,아교액 잔뜩 뿌리고 멋대로 뻗어가는 물감의 길을 만들어보고 싶기도 하고... 아직 진행중. 2015. 7. 12. [글/시리즈] 도철(饕餮)_#02 - 도철 그리는 작가의 글 그리기 03.19. 나의 이촌(二寸)1)들은 겁쟁이다. 아니, 게으른 건가?순제의 궁 밖으로 나온 적이 거의 없다. 한 번 몸짓에 천리를 가는 용의 자식으로 태어났으면서도황제가 보이는 제 어미에 대한 호의에 자식들이 먼저 반응했다. 앞다투어 경쟁하듯 순제의 심금을 울릴만한 제의를 내뱉었다.'사후를 지켜주겠다', '궁의 파수꾼이 되어주겠다', '독약으로부터 황실을 지켜주겠다', '소리 질러 귀신을 쫓아주겠다'... 하나같이 쓸모없는 존재였다. 그렇게 보였다. 그래서인지 쓸모 있을 법한 일을 열심히 찾아댔다. 그렇게 보였다.찰나의 안위를 위해 종마처럼 달렸다. 그렇게 보였다.결과적으로 꽤 바빴다. 그렇게 보였다.어리석었다. 그렇게 보였다. 1) 도철과 이촌들 도철(饕 탐할 도, 餮.. 2015. 7. 9. [글/시리즈] 도철(饕餮)_#01 - 도철 그리는 작가의 글 그리기 02.05. 머리가 깨질 것 같다. 눈을 뜨긴 했는데 녹슨 기계마냥 뻑뻑하다. 이게 다 그 순제 놈 때문이다. 나는 쫓겨났다. 그놈에게서, 그놈의 나라에서. 그렇다고 들었다. 여긴 염제 신농의 나라(수메르)보다 북서쪽이다. 땅으로 둘러싸인 안타까운 바다, 중해 근처다. 03.01. 중얼중얼, 웅얼웅얼... 누군가 말을 하고 있다. 그다지 시끄럽진 않는다. 혼자만 말하고 있다. ‘궁~~’ 낮은 소리가 끊임없이 울린다. 다른 이들은 신경 쓰이지 않는지 귀 기울이고 있지만, 나의 귀는 ‘궁~’거리는 소리가 압도한다. “빨리!” 드디어 말하는 자 외 누군가가 입을 뗐다. 크진 않지만 빠르고 단호한 목소리다. 역시나, 말하는 자가 당황한다. 또다시 말하는 자만이 말을 이어간다. .. 2015. 7. 3. 얼마 전 분양(?)받은 물옥잠 물과 햇빛만이 필요하다는 물옥잠. 뿌리 색이 진짜 오묘하다. 뚝 떼어 2시간 가까이 지하철여행을 했지만 아직까지 별 문제 없었다! 그걸 또 뚝 떼어 현관 앞과 다용도실에 나눠놓았다. 가끔 식물의 생명력에 비해 동물은 얼마나 허약한 지 새삼 깨닫는다. 물론 난 선인장도 보내버리는 엄청난 사람이 되어버렸지만... 그러고보면 진정성없는 무식이 가장 큰 오류인가? 2015. 6. 29. 아슬아슬 세이프 ~ 성북예술동물원 동네 친구 덕에 마감 전 아슬아슬 성북예술동물원 관람.성북도원을 가는 길도 만만치 않게 예술적이다. 2015. 6. 26. [사진] 구름에 갇힌 용 4월에 본 구름 속 용.낙타의 머리와 귀신의 눈, 돼지의 코만이 삐죽 보인다. 낙타의 머리... 풋.요즘 극히 조심해야 한다는 그...그... 불쌍한 녀석들... * 사족(蛇足) - 후한 말기(2세기 경)의 학자 왕부는 용에 관해 구사설(九似設)을 주장했다. 이는 용은 아홉 가지 동물과 닮았다는 설로, 머리는 낙타요 뿔은 사슴, 눈은 귀(鬼), 귀는 소, 목덜미는 뱀, 배는 이무기, 비늘은 물고기, 발톱은 매, 손바닥은 호랑이와 닮았다고 한다. (출처 - https://librewiki.net/wiki/%EC%9A%A9) 2015. 6. 15. 우스워지길 바람, 여름 요즘 여름을 우습게 봤다. 한해한해 지나면서 더위 버티기가, 더위에 포기하기가 점점 쉬워져서다. 하지만 결국 문제는 잠이다. 어깨에 만근의 중력이 작동한다. 침대에 누워있는 시간이 많아도 자는 건 다른 상황. 어서 바쁘게, 정신없이 지나가주길 바란다. 2015. 6. 14. 1700년의 포스, 중국 고성암 어떤 집이든 문을 열면 다들 꽉꽉 들어차서 살았으면 좋겠다.물론 그러면 나는 구경하기 어렵겠지만, 역시 사람이 만든 집은 사람이 오고가는 것이 정석. rht rhtj 2015. 6. 4. [완성] 어떤 풍경 우연히 네가티브 필름을 폴라로이드 프린터로 뽑은 사진 한장. 오늘을 사는 공간이 시대불명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풍경이 때로 나의 이목을 잡아끌어 다른 세계로 인도하는 것은, 세상이 때로 나의 발목을 잡아끌어 현재 세계에 주저 앉히는 것과 같은 현혹이다. 어떤 풍경 (2015), 김지희, 특수용지에 디지털 프린팅 어떤 풍경 - 조선시대 야경 어떤 풍경 - 1940년대 서울 어떤 풍경 - 1970년대 서울 어떤 풍경 - 서울 성북동 (메조틴트) 어떤 풍경 - 서울 성북동(시대불명) 어떤 풍경 - 서울 성북동(5원 동전 일부 확대도) 10C 비잔틴 목조건물 모자이크화 20C 이탈리아 벽조건물 풍경 30C 신소재 건축자재를 사용한 제3신도시 2015. 5. 31. [완성] 불통(不通) 심연에 갇힌듯 한 두사람의 대화. 대화를 위해 시도된 무형의 소리는 때로 둘 사이의 거리와 경계를 규정 짓고, 통하지 못한 의미들은 서로의 표정조차 변화시킨다. [불통(不通)], jineeya(김지희), 61*45cm, 장지에 복합재료 2015. 5. 25. 4월의 설산 - 황산 끝 모를 절경 대신 눈의 조화를 맛본 4월의 황산 2015. 5. 3. 이전 1 ··· 65 66 67 68 69 70 71 ··· 12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