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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을 거부하는 빛과 나무 - 수유동 북한산 둘레길 초입 요즘 주중에 돌아다니는 곳의 대부분은 밤엔 성북동, 낮엔 수유동이다. 주말엔 자유로이 고고고~~!ㅋㅋ 계속 밤의 성북천 유랑을 다니다가 정말 빛이 눈부신 날에 수유동 북한산 언저리를 돌아다녀봤다. 와~~ 햇빛이 비친 나뭇잎의 윤기와 투명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이 감동이다. 더욱 더워지기 전에, 녹음이 미쳐버리기 직전, 이제 막 청년이 된 싱그러운 자연의 매력이 폭 빠져보시라. 햇빛이라는 자연 조명의 강렬함이 배경을 거부하고 녹음과 함께 당당하고 나란히 주인공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2011. 6. 5.
뜻밖의 발견 - 한밤에도 누릴 수 있는 성북 노천 전시회 사실... 오늘은 수유동의 눈부신 자연을 올릴 예정이었다. 적어도 성북천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러다가 우연히 성북천엔 -앞을 볼 수 있는 눈만 있다면- 누구나 24시간 관람이 가능한 노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운좋게도 말이다. 모처럼 3일동안의 연휴가 기다리고 있다. 거하게 저녁식사를 한 후, 무거워진 몸과 디카를 이끌고 성북천을 터덜터덜 걷기 시작했다. 가능한 만큼 걸어보자 싶었는데 30분 이상 걸어도 끝이 없다. 노란 꽃, 갈대밭, 내천 소리, 나무, 바위, 흙, 자전거도로와 도보가 알차게 들어서있는 걸 보니, 다시 한번 이사를 잘했다 싶다. (물....물론.... 청계천 연상이 좀 되긴 하는데...쩝...) 한참을 걷다보니 'public art project - 열린.. 2011. 6. 4.
한밤의 꽃놀이 - 꽃 뒤태도 아름다워요. 성북천 따라 노랗고 하얀 꽃들이 밭을 이루고 있다. 꽃이야 어느 각도로 보든 아름답기 그지 없지만, 뒷태를 보니 새삼 아름답네. 비율도, 색감도 당연히 끝내주지만, 어떤 꽃은 하늘을 향해 깔끔한 꽁지머리를 묶은 듯, 어떤 꽃은 바람에 살짝 흔들리듯 여리여리한 자태로, 어떤 꽃은 고상하게 살포시 고개 숙인 듯, 같은 색이라도 느낌도, 분위기도 다채롭다. 그러다 어느덧 사람이 다니는 길을 내려다보니 꽃 한송이가 떨어져있다. 왠지 아직도 윤기가 나는 게 생기가 느껴진다. 다른 꽃과 함께이지 않아도 사람이라는 존재를 항상 고뇌하게 만드는 소외나 괴로움 따윈 없어보인다. 홀로 있어도 자신을 잊지 않을 수 있는 자신감에 가득 차서... 물론 함께 하고 있으면 있는대로 '어울림'이라는 단어의 진수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2011. 6. 2.
우왓... 20여년 만의 수채화, 20여년 만의 붓 잡기 진짜, 아마도 중학생 내지는 고등학생 때가 마지막 수채화를 그려본 때였던 것 같아요. 그럼... 정말 20여년 만인 건데....(에잇, 이러면 나이 노출?^^;;) 아직 뒷 마무리가 덜 된 거긴 한데, 대충 됐다 싶으니 마구 올리고 싶은 생각이...ㅋㅋㅋ 찍어놓으니 또 틀린 것 같기도 하지만 나뭇잎이야 내가 보라색으로 설정한 거기도 하고, 어설프긴 하지만 붓 잡은 시간도 오래되었으니 대략 '이번 판은 이걸로 만족'???!!! 점점 더 나아지겠지요... 음훼훼~! 원래는 이런 모습이었지만서리 '자연'이라는 원본의 깊이를 그 무엇이 따라갈 수 있으리. (물론... 간혹 그 깊이를 따라가는 분들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2011. 5. 31.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머리, 두물머리 전(田) 전(戰) 전(展) 전(傳) 팔당댐 건설 당시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두물머리 농민들의 생존 해결책은 유기농. 그렇게 그들은 73년 이후 40여년 간 열심히 유기농업의 발원지로 꼽히며 살아왔다. 수질 개선을 위해 정부도 지원해왔댄다. 그러나 요 몇년 사이 4대강 개발 계획으로 인해 밭은 공연장과 위락시설이 들어설 판이다. 주민들은 4대강이라는 국가 시책에 극렬히 반대 중이고, 예술가들은 그들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작은 예술품 기증과 전시회를 개최했다. 오는 30일까지 경인미술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예술가들이 기증한 작품들을 판매하고 그 수익금을 두물머리에 기증한다. 작품에는 유명 예술가 뿐 아니라 지역 주민 또는 일반인들도 작품을 기증하여 전시하고 있다. 그런데 사진 찍은 걸 뒤져보니 기증받은 작품 중 지역 주민 게 하나도 .. 2011. 5. 29.
대화, 무시, 분노, 결사, 예외는 없다... 진짜 없나? - 인권 다큐 [the pipe] 일요일(22일) 저녁, 마로니에공원까지 슬슬 걸어가 인권영화제의 마지막 영화를 감상했다. 다큐건 뭐건 간에 영화를 보는 것 자체가 너무 오랜만이다. 최근 인구에 회자되었던 독립영화 [혜화,동], [무산일기], [파수꾼] 3편 중에서도 감상한 영화가 [혜화,동] 밖에 없다. 타인의 감상평을 들은 바로는 [파수꾼]까지는 좀 힘들고, [무산일기]정도까지는 봤어야 하는데 말이다. 뭐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는 거겠지. 요즘엔 전시가 확실히 더 땡긴다. 직접 뭔가 만들어내는 것에도 관심이 많아지고... 여튼.. 내가 본 영화는 [The Pipe]라는 아일랜드 다큐멘터리로, 한 어촌 마을이 거대 에너지회사와 정부에 대응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2005년 어느날, 그들이 왔다. -우리나라에도 '조개껍데기'모양.. 2011. 5. 28.
촉촉한 연꽃잎 - 광릉수목원 따라 봉선사 역시 주말 포천 코스의 말미에 가게 된 봉선사. 봉선사도 봉선사인데 이곳으로 가는 저수지부터 절 사이 광릉수목원 드라이브 코스는 정말 일품이더군요. 광릉수목원 진짜 꼭 가봐야 할 것 같아요.(아직 못가봤다능...ㅠㅠ) 봉선사에 가면 한쪽에 너른 연꽃 호수가 펼쳐져 있습니다. 비에 젖은 연꽃잎 천지를 보니 만개할 때의 장관이 머리 속에 그려지는 듯 합니다. 청둥오리와 거위도 노니는 아름다운 곳, 풀 색깔이 살아있는 곳, 초록 천지에 눈이 시렸던 곳. 꼭 다시 가볼 곳. 봉선사 초입의 아름다운 나무 2011. 5. 23.
의미적, 존재적, 예술적 가치들 사이에서 - 금혜원 사진전 미안하지만 벌써 5월 초에 끝나버린 전시, 금혜원 사진전. 얼마전 올린 [Black, White & Pink]의 김광열 개인전과 함께 감상한 전시다. 솔직히 작가의 사진은 도시에 살고 있다면 사실은 별로 보고 싶지 않은 도심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진 자체는 기록으로써의 '의미적 가치'는 가질 수 있으되, 자칫 인간이 펼쳐놓은 거대하고 불필요한 '존재적 가치'를 보여주는 듯 하다. 놀라운 건 그것들의 모습이 때로는 SF적으로, 때로는 윤기나는 -그야말로- '예술적 가치'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작가는 쓰레기 매립지였지만 이제 생태공원으로 변모하고 있는 난지도의 파노라마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Green Curtain 시리즈, 재개발 현장을 담은 Blue Territory 시리즈, 쓰레기 처리 시설을 담은 Urb.. 2011. 5. 22.
안개와 비가 만들어내는 청명한 풍경 - 포천 스케치여행 최근엔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 풍경을 보러 나갈 일이 종종 생기네요. 이번 뎃생 수업은 야외에서 이루어졌어요. 안타깝게도 편하게 타인의 차를 얻어탄 지라 어디인지는 모르겠고요. 이곳 포천에 처음 왔을 때 바로 뇌까지 스며드는 풀내음과 눈이 시린 녹음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가까운 자연은 그 색이 선명하기 이를 때 없지만, 조금이라도 거리가 있는 자연은 안개로 인해 티미해짐이 사진에 바로 드러나네요. 사실 산 위로 스멀스멀 올라가는 안개도 인상적이었지만, 2차원 스틸로 담을 자신은 없었어요. 수업도 수업이지만, 그야말로 오감이 호강한 날! 오늘의 방문은 분명 수채화 한장 남기기 위함이었지요. 그런데 이렇게 찍어놓으니 이것도 나름 운치가... 제 수채화는 이 사진 컷과 거의 유사한데, 라기보다 유사해야 할텐.. 2011. 5. 21.
흑백에 분홍색 몇 방울 - 김광열 개인전 [Black, White & Pink] 이미 끝나버린 일민미술관의 김광열 개인전, [Black, White & Pink]. 놓쳤다면 다소 아쉬워하실만도 하다. 전공도 미술이 아닌, 성격도 내성적인, 성 정체성도 소수자인 작가. 사실 작가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지만, 구입한 도록의 설명글과 그린 연도별로 나열해보면 이런 느낌이랄까? 일단 그는 자화상 매니아, 내지는 필연적 선택이었을 듯. 내성적인데 미술 친구도, 지인도 생기기 힘들었을 것이고 어디서부터 무엇을 배우거나 그려야할 지 막막했을 지도... 그러다가 최근에 와서는 풍성해진 인간관계만큼 그림 속 등장인물도 증가한 기분이다. 실제로도 그러하길 바라고. 그럼에도 때론 수줍게, 때론 우울하게, 때론 냉정하게, 하지만 해학적으로, 그의 그림에선 언제나 그의 정체성을 드러나보이고픈 욕망이 느껴진.. 2011. 5. 19.
이곳을 가기 전엔 인물 공부가 필요해 - 카쉬전 인물의 내면까지 표현한다는 거장 사진 작가, 카쉬. 그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거나 또는 알지 못했던 인물의 모습을 드러내준다. 예를 들어 피카소는 흡사 여인의 몸을 닮은 데다 여인의 몸을 담고 있는 도자기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아인슈타인은 뭔가 엄청나게 즐거울 것 같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바로 눈 앞에 아른 거리듯 개구진 미소를 짓고 있다. 샤갈은 자신의 몽환적 그림을 배경으로 캐릭터와 닮은 얼굴을 가지고 왠지 그림 어딘가 작은 집에 살고 있는 듯한 그림쟁이 할아버지 모습을 하고있다. 미로의 그림은 복잡함을 압축시킨 단순함의 추상이 아니었나보다. 정말 해맑은 그 표정에서 순수하고 단순한 영혼을 엿볼 수 있다. 오드리 햅번, 그녀의 우울 그리고 아름다운 인생을 모두 담고 있는 세상의 가장 단아.. 2011. 5. 16.
15일만 피는 사군자 - 간송미술관의 [사군자대전] 1년에 딱 두번, 30일동안만 열리는 오묘한 곳, 올해는 2011년 5월 15일이 그 첫날이다. 한국미술품을 수집해온 전형필 선생이 66년 개관한 간송미술관은 국내 최초의 시립미술관, 아름다운 정원, 오직 1년 2회의 전시로 유명하댄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그날이 돌아왔고, 전시장 안에는 대, 난, 국, 죽이 만개해있다. 많은 관람인파 속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건 역시 대나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곧은 절개와 같은 직선이 와닿는 게 아니라, 왠지 적당한 곡선과 잎이 우아하면서도 기품있고 한없이 부드러울 것 같은 느낌이다. 특히 1층의 채색 설죽은 좀 떨어진 거리에서도 입체감이 3D 저리가라 싶다. 2층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그림들은 신죽(新竹)과 유연한 선들이다. 안타깝게도 전시물의 사진은 이 포스트에서 찾.. 2011. 5.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