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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story

마법사는 없어, 그래도... - 애니메이션 [일루셔니스트]

by jineeya 2011. 8. 11.

 
기본정보  장편 | 해외영화 | 판타지 | 애니 | 영국, 프랑스 | 80분 | 2010년
감독       실뱅 쇼메
출연배우  장 클로드 돈다, 에일리 란킨
등급       전체 관람가
개봉일     극장 : 2011-06-16

 

 


도심의 극장에서, 중소 도시의 극장으로,
기차 타고 배 타고 마차 타고 들어가야 할 시골의 작은 선술집 행사까지....

그의 희끗한 머리카락과 더불어 지나온 세월은 삶의 터전의 풍속도 역시 변화시켰다.

그는 마법사다.
성질 사나운 토끼 한마리와 모자, 몇가지 소품을 손에 든 마법사이다.

흡사 엘비스 프레슬리와 비틀즈를 짬뽕해놓은 듯한 밴드가 몰고 다니는 10~20대 여성이 아니면 더이상 운영이 어려운 극장이 그의 주 무대이다, 아니 였다.

그는 영국의 신사와도 같이 꼿꼿이 세운 턱을 내리지 않지만,
업계에서의 대우는 이미 고개를 떨군 지 오래다.

산 건너고 물 건너 멀리 행사를 떠난 그는 술꾼 가득찬 선술집에서 오랜만에 환경과 찬사의 기쁨을 누렸다.
심지어 그곳에는 그의 마법에 완벽히 동화된 한 명이 있었다.
선술집 청소와 잡일을 맡고 있는 이 작은 소녀는 영롱한 무한 동경의 눈빛을 반짝이며 마침내 마법사가 떠나는 날 그를 따라나선다.




쇠락해가는 마법사,
그의 마법을 진실로 믿는 소녀,
그녀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다중의 알바를 감내하는 마법사,
마법사의 그늘에서 행복한 마법을 만끽하며 마침내 행복한 사랑을 만난 소녀.


흡사 환상의 풍경 수채화를 보는 듯한 아름답고 단정한 배경화면과 마법사의 무표정하고 단정한 표정은
얼핏 건조하고 냉정한 3인칭 관찰자 시점을 관객에게 요구하는 듯 하다.
그러나 실상 화면을 보고 있노라면,
소녀의 꿈이 커질수록 더해지는 마법사의 휘는 허리가 끝이 예정된 행복인양 마냥 불안하다.

도시의 포장으로 점점 어여뻐지는 소녀가 마침내 도시 청년을 만나 사랑에 빠진 그 순간,
마법사는 다시 자신만의 길을 찾아 홀로 떠난다.
그러나 그가 마법친구 토끼를 자연으로 놓아주는 장면은,
무대에서 쫓겨난 수많은 정신적 동료들이 자살이나 거지 신세 등으로 전락한 나머지 이번 생을 포기한 것과 같은 맥락이 읽혀진다.

소녀는 남자를 따라 또 다른 마법의 행복을 찾아간다.
그러나 그녀의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집도 절도 가족도 없는 촌마을 출신 소녀는 세련미 넘치던 도시 남자와 과연 백년해로할 수 있을 것인가?


누군가는 이 애니메이션의 주된 내용을 후천적 부성애의 발현과 신데렐라의 탄생으로 결론 지을 지도 모른다.
또는 사회의 외곽을 책임지는 - 단정하지만 - B급인 인생들의 씁쓸함으로 결론 지을 수도 있다.
-토끼를 버리지 않았다면 - 두 타인의 따뜻한 만남과 쿨한 이별이라는 관계로 풀어놓을 지도 모르겠다.

영화 내내 총 다섯 문장이 안될 대사에도 불구하고 모든 캐릭터의 성격과 의사 전달이 명확하고 생동감이 넘치도록 그려낸 애니.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내용을 탄탄한 그림과 연출력, 이야기의 심도로 단단히 잡아나간 채 수많은 결론을 허용한다.

그래도 ... 역시 마지막에 남는 맛은 씁쓸함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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