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을 잃어버린 아이(A Child Who Lost a S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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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 한복판에 가면을 쓰고 등장한 아이.
가면을 썼지만 그럼에도 드러나는 쑥쓰러움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자신의 가면들을 훑어보며 약간의 긴장감을 숨기지 못한다.
그러나 그 아이는 슬슬 자신 만의 공연을 시작하고 사람들은 그 아이의 재주와 재치에 아낌없이 박장대소를 보낸다.
그들의 박장대소를 머금은 씨앗은 커다란 천사 날개라는 잎을 피워내며 하늘을 뚫을 듯한 높이로 자라기 시작한다.
사실 그 아이는 발가락이 없어 웃음을 잃어버린 상황.
어느날 날개도 없는 요상한 생김의 천사가 그에게 사람들의 웃음을 머금으면 자라는 식물 씨앗을 준다.
잘 키워지면 웃음을 되찾을 수 있다는 말과 함께... 그래도 정작 잘 키운 씨앗에서 날개가 자라나니 천사가 괜히 고단한 노동만 시킨 건 아닐지 의심스러운데...
구한말 쯤으로 보이는 시대 상황 보부상과 동네 어르신들, '까르르'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귀엽고 닥종이 인형을 3D로 보 듯 신비롭고 멋진 기분이다.
특히 가면을 빠른 속도로 바꿔가며 다양한 표정으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장면의 색감과 속도감은 일본 단편애니메이션 '가쿠렌보'를 생각나게하면서 상당히 기술적으로도 높은 수준의 애니임을 알 수 있다.
외관적 배경과 기본적 문화틀을 깔아주고 있는 한국 내지는 아시아의 전통미를 바탕으로,
주인공의 이름이 아담과 하와인 점, 태어날 때 부터의 장애, 천사와 악마의 시험 등은 다분히 특정 종교에 기인한 스토리의 한 축을 구성하고 있다.
이를 아우르는 약간의 창작이 섞이면서, 단편으로써의 단순하고 말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갈등 구조를 갖춘 그야말로 'well-made' 애니메이션이다.
그다지 지루하지 않은 권선징악, 꽤 재미있는 스토리라인.
물론 한해두해 지나가고 시커먼 어른이 되어가면서 과연 선이란 게 뭔지, 왜 갈등과 모험과 믿음이 필요한 지, 내지는 어떤 종류의 갈등과 모험과 믿음이 필요한 건지 헷갈리기 시작하지만...
그리고 여전히 하와 = 뱀같고 여자 = 악마처럼 그려진 점은 좀 마음에 안들지만서리...
* 사진출처 : 인디플러그( http://www.indieplug.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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