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vie story

각자의 정의 속에서 기준점과 폭넓은 경계선을 잊지 않길... - 영화 [인어배러월드]

by jineeya 2011. 6. 27.

 
기본정보  장편 | 극영화 | 드라마 | 덴마크, 스웨덴 | 113분 | 2010년
감독       수잔 비에르
출연배우   미카엘 페르.., 트리네 뒤르.., 울리히 톰센, 마르쿠스 리..
등급        12세 관람가
개봉일       극장 : 2011-06-23
공식사이트   http://blog.naver.com/ibetterworld

영화를 보면서 바로 눈치채지는 못했는 데,
곱씹어 생각해보니 대단한 미덕이 하나 숨어 있다.
굵직굵직한 주제의 이야기가 꽤 많은데 영화 자체는 다급하지 않고 꽤 느긋한 걸음걸이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내내 마음 편한 걸음걸이는 아니지만 말이다.

병으로 죽은 엄마의 치료를 아빠가 포기했다고 생각하는, 엄마의 장례식 이후 영국에서 덴마크의 한가한 지방으로 전학 온 크리스티안.
처음엔 이에 한 교정기로 인한 이지메인가 싶었는데 은근슬쩍 섞이는 '스웨덴으로 돌아가'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인종문제까지 안고 있는 엘리아스.

덴마크에 살면서 아프리카로 의료활동을 다니는 스웨덴 출신 아버지를 둔 아들답게 엘리아스의 미덕은 그저 참기 뿐이다.
하지만 다소 위험해보이는 힘 겨루기에서 순식간에 자신들 만의 학생 커뮤니티 내에서 위치를 확고히 한 크리스티안.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았던 자신을 상대해주는 그를 보면서 엘리아스는 또래와의 친목에 대해 처음 접하는 어린이마냥 들뜬다.

해소할 길 없는 분노에 대해 물리적 보복을 선택하는 크리스티안의 행보에 대해 무의식적 경계심이 들지만,
누구에게도 의논할 수 없었던 엘리아스이 크리스티안과 함께 하기로 한 결정은 어찌보면 지당하기 그지 없다.

그들의 이유야 있으나 나이에도 사회에도 걸맞지 않는 갈 길 잃은 과격함은 과연 어떻게 해소될 수 있을까?

^ 포스터


^ 엘리아스와 크리스티안

사실 위에는 크리스티안과 엘리아스의 이야기를 가득 적었지만,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머리 터지게 고민된 부분은 아프리카에 의료활동을 간 아버지 안톤의 상황이었다.
과연 정의란 어디까지의 기준인가?

그는 아프리카의 어느 난민 캠프에서 계속 의료활동을 하면서 돌림병만 상대해도 가슴 아플 마당에,
육체적 피로보다 더한 정신적 고통과 판단의 순간을 마지하게 된다.
바로 어제 꿰매었던 칼로 갈라진 배의 임산부,
바로 오늘 저 세상으로 보낼 수 밖에 없었던 작은 몸에 온통 칼로 패인 상처가 가득했던 아이.
그 모든 일을 행했던 반군지도자가 자신의 상처난 다리를 고쳐달라며 난민캠프에 쳐들어왔다.
끔찍한 살인마를 치료하는 안톤에게 모든 가족을 잃은 난민들은 불만의 말을 한움큼 내고, 함께 하는 의료진조차 누구도 소독한 칼 하나 건네주지 않지만 안톤 만이 그 치료를 묵묵히 이어간다.

그러나 방금 싸늘하게 식어버린 아이의 주검 앞에서 자신이 낸 칼 사례를 뽐내듯 말하는 살인마에게 결국 안톤도 분노하고 만다. 그는 반군지도자를 캠프 밖으로 끌어냈고, 그에게 가족을 잃은 모든 난민들은 함께 그를 죽였다.

극악한 살인마에게조차 지키고자 했던 의사로써의 윤리, 자신의 아이 앞에서 뺨을 때리던 덴마크인의 폭력을 참아낸 의지,
수없는 살인에 일말의 가책도 없는 한 인간의 모습에 안톤은 순식간에 그 모든 걸 다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패닉에 빠졌지만 곧 아들의 대형사고로 일시적으로 소강되었다.

안톤의 행동은 옳은 것일까?
같은 상황이라도 누군가는 독약이라도 먹여 적극적으로 죽여버렸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끝까지 치료를 완료할 수도 있다.
과연 정의라는 건 어디까지일까? 그것은 누군가에게나 동일한 기준인가? 기준점은 있되 수용가능한 영역은 어디까지인가?
이러한 장면에서 이러한 고민을 반복하는 와중에 드는 생각은 역시 하나다.
그 살인마가 저 정도까지 심하지 않았더라면, 약간의 실수 정도 한 거라면 용서도 되었을 텐데, 왜 그 머리 속은 건널 수 없는 강까지 건너버린 걸까? 함께 하는 커뮤니티의 룰을 공유할 수 있었더라면...

그리하여 대체로의 사람들은 안톤의 행동에 가타부타의 결정을 지어 설명해줄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정의란 게 애초에 고정되어 꽂혀있는 깃발이 될 수 있는 것이었나?
사는 곳도, 입는 옷도, 먹는 음식도 조금씩 다르다면 발현되는 정의 역시 조금씩 다른 것 아닌가?
적어도 커뮤니티라면 소속된 사람들은 어느 기준점을 상정하여 어느 수준까지 동의할 수 있는 정의를 마련해놓을 것인지가 사실상 핵심이 아닐까? 하지만 손쉽고 잔인하게도 벗어나버린 인간이 있다면 그에 대한 공동의 결정은 과연 무엇인가?

이 영화는 언뜻 드러난 학교 폭력, 인종 차별, 정의와 처벌의 기준, 일상 폭력 이외에도
안락사, 가족의 화해 등 진중한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 있다.
하지만 결국 알고보면 다 인간의 이야기이다.
그렇기에 일상인 듯 얼마든지 빼곡하게 넣어도 흘러가는 구름을 구경할 수 있을 만큼 여유롭게 보이는 것 또한 사실이다.

거대하고 수려한 장관 속임에도 불구하고 그 사이사이 스며들어 있는 인간의 더러운 면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인간의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지향할 세상의 한 사례를 보여주는 영화.


* 사진출처 : 인디플러그(http://www.indieplug.net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