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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수많은 그림 중에 기묘하고 괴이한 그림들.
'기괴'란 단어는 글자를 치환해놓은 '괴기'와는 전혀 다른 의미다.
보통 '괴기'스럽다는 단어의 느낌은 뭔가 험악하고 일상에서 보기 힘든 것 중 사람을 공포스럽게 만들 만한 존재들이나 분위기를 느꼈을 때의 감정이다.
그러나 '기괴'하다는 건 뭔가를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 또는 그런 형용이다.
그런 의미에서 책 기괴명화의 그림들은 괴물이나 귀신이 아닌 이존재라 다소 낯설면서도 그 이야기가 무척이나 궁금한 것들을 품은 책이다.
책 초반에 등장하는 [유해교반도]는 힌두교의 창조신화 속 신과 거북이, 뱀, 천사와 악마가 등장하는 이야기이다.
첫장부터 등장하는 원숭이 장군 하누만 역시 사람들의 상상력을 초월하는 근사한 이야기이다.
가끔 생각하는 건데 사람의 창조력이란 참 희한한거다.
뭔가 존재에 대해 표현할 때는 우리도 잘 알고 있는 동물과 식물들이 혼합되거나 일부분씩 차용되는 외관으로 표현된다.
예를 들어 하누만은 원숭이의 형상이고, 나가는 비록 머리가 10개가 넘지만 분명 뱀의 형상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존재들의 행동은 대체로 우리가 꽤 보아왔다고 하기엔 스케일이 너무 크다.
하누만은 주군이자 친구인 '라마왕자'를 쉬게 하기 위해 입을 벌려 궁전 전체를 집어 삼킨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발견 가능한, 사람이 열매로 달려있는 나무의 전설들 역시 마찬가지다.
알렉산더의 페르시아명인 이스칸달의 이름을 딴 전설 중에는 나무에 사람, 말, 낙타, 표범 등의 머리가 열매처럼 달리는 [지껄이는 나무]라는 게 있다. 예언은 옵션인데 알렉산더의 죽음을 예언했다고 전해진다.
18세기 불교풍 채색을 보이는 타이의 [막카리폰(미녀열매)] 역시 열매로 열린 미소녀를 따다 아내로 맞을 수 있으나 7일 만에 썩어버린다는 안타까운 후문이 있다던가, 15세기 카를로 크리벨리가 그린 [수태고지]에는 대천사 가브리엘의 오른쪽 위로 보이는 건물 벽 장식에 아이얼굴이 열매로 달린 줄기가 부조로 새겨져있다.
간혹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든가, 인간의 손으로 빚어진 '완벽한 창조는 없다'는 명언들은 어쩌면 이런 데서 오는 혐의들이 아닐런지.
생명 자체를 창조시킨 존재가 아닌 창조당한 존재로써 그 생명을 유지시키는 나름의 노하우들은 조금씩 만들어낼 수 있으니,
이미 누군가 내지는 무엇인가가 만들어놓은 존재들로부터 약간의 아이디어를 빌어 섞어보고 분리해보고, 꾸며보고, 미스매치시켜보고, 행동시켜보고, 그리하여 상상해보는 것.
그렇기에 매 순간 머릿 속 헷갈림을 없앨 수가 없다.
나름 인간의 목숨 길이보다야 장대한 인간의 역사 속에서
신화와 전설은 올곧이 상상의 산물일까?
아니면 이 역시 내재되어 있는 창조의 카피본으로 두서없이 꺼내쓰고 있는 걸까?
음... 하누만은 언제쯤 다시 만날 수 있나~? ㅋㅋ
* 사진출처 : 아마존 재팬(http://www.amazon.co.jp/gp/reader/4870318245/ref=sib_dp_pt#reader-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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