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vie story

환상이 과하여 된장의 향을 맡을 수가 없었네 - 영화 [된장]

by jineeya 2011. 6. 13.
된장
감독 이서군 (2010 / 한국)
출연 류승룡,이요원,이동욱
상세보기

콩, 소금, 항아리, 바람, 햇빛...
거기에 누룩, 지푸라기, 귀뚜라미의 소리와 그로 인한 울림.
단 하나의 음식을 만드려고 해도,
그 음식의 재료를 만드려고 해도,
그 노력에는 끝이 없다.
심지어 몇년에 걸쳐 만들어진 음식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희대의 살인마, 인질극의 달인이 대한민국 수사망을 뚫고 모든 경검찰을 조롱하던 중 한 지방의 초라한 식당에서 된장찌개를 먹다가 체포되었다.
대한민국 사형제도를 부활시켜버린 그의 마지막 한마디는 '그 된장찌개 맛보고 싶다'.
그의 영원히 가는 길을 연일 취재하던 기자들 중 한명이 살인마의 생존의지조차 무너뜨린 된장찌개의 맛을 찾아 떠난다.
그러던 중 알게 된 한 여인, 그는 어릴적부터 된장에 둘러쌓여 지냈던 그녀가 환상의 된장을 만들어가는 과정과 이를 위해 필요했던 재료들에 대해 하나씩 접해간다.
더불어 그 과정에서 만났던 다양한 마을의 사람들, 그녀를 돕던 재벌 회장, 그녀가 꿈에도 그리던 베일 속 연인의 존재도 하나씩 알아나가게 된다.

영화 '된장'은 환상의 된장을 다루는 만큼 '환상'이라는 컨셉에 매우 충실하다.
된장 독이 묻힐 벚꽃나무밭에서 흩날리는 벚꽃들, 된장을 묶는 지푸라기에 앉아 작은 떨림과 소리를 전하는 귀뚜라미, 끝없이 펼쳐지는 콩밭의 전경, 주인도 꼭꼭 숨겨놓은 소금을 찾는 길에 보이는 염전.
그리고 그 환상을 배가시키고 방점을 찍어주는 청순하고 깔끔한 이미지의 배우 이요원.

더불어 이 영화는 모든 더러운 것에 대한 눈가림을 시도한다. 특히 이요원을 돕는 재벌회장이 후각을 잃게 되는 구슬픈 배경은 애니메이션으로 처리되면서 조금의 지저분함도 허용치 않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모든 환상은 이 영화의 발목을 잡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된장의 모든 요소가 구해지고 만들어지고 숙성되는 과정은 매우 현실적이고,
누룩을 이용하는 등의 방식은 꽤나 있을 법하고 훌륭한 아이디어로 볼 수도 있는데
그것에 따른 장인의 전문성은 거의 부각되지 않는다.
이요원은 태어날 때부터 신비로운 이(異)세계의 존재일 뿐이고, 오히려 그 현실성이 모두 환상으로 포장된다.

류승룡의 훌륭한 애교 연기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화자로써의 비중은 도드라지지 못하고,
환상을 이어가고 싶은 강렬한 집중점으로 보이는 이동욱 귀신의 등장은 몰입을 완전히 방해한다.

전반적으로 밋밋한 구성과 '환상'이라는 도구에 '된장'이라는 주제가 휘말린 나머지 영화의 참맛이 반감되었다.
정말 환상의 된장을 화면으로 맛보고 싶었으나 무색무취의 물 한잔 겨우 마시고 나온 느낌.

* 사진출처 : 다음 무비(http://movie.daum.net)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