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의 파리, 동료들과 업무종료 인사를 하고 자신의 택시에 탄 이반은 이미 짐을 잔뜩 실은 소피의 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드골 공항을 향한다.
그러나 중간에 내려달라는 소피를 뒤로 하고 집으로 향하는 이반의 택시 뒷자리에는 소피의 비행기 티켓이 남아 있는데...
이 애니메이션은 이반과 소피의 짧은 만남과 새로 시작될 사랑을 암시하는 소위 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런데 그 뻔한 이야기 줄기와 12분이라는 시간의 한계 속에서도 그들이 마음을 쌓아가는 순서라는 짜임새가 보인다는 점은 이 애니메이션의 커다란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소피의 서류가 바람에 흩날릴 때 이를 잡아주는 이반,
소피가 담배를 피우려할 때 눈물,콧물 흘리며 말리다가 결국 택시를 세워 기다려주는 이반,
이반이 고장난 택시를 고치는 동안 기다리고 있는 소피와 하늘에서 날리기 시작한 눈.
택시에서의 짧은 시간은 마치 이반과 소피의 짧은 연애를 보는 듯 하다.
반면, 소피가 목적지에 가기 전 택시를 내려버린 행위는 소피 안에 남아버린 실연에 대한 미련을 붙잡으려는 행위와도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행위는 연인과의 사진을 강에 날려버림으로써 실연의 종지부를 찍기 위한 행위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비행기티켓을 돌려주기 위해 돌아온 이반과 다시 만난 소피.
새벽까지 소피의 옆을 기다리며 쌓인 눈을 함께 맞고, 깨어나서도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웃겨주는 이반.
이제 다시 탑승한 택시에서는 소피가 손님으로써의 뒷좌석이 아닌 앞좌석에 앉아 이반이 동료들에게 받은 바게트빵을 안아든다. 그녀는 이반이 구축하고 있는 택시라는 일상의 공간, 바게트를 매개로 한 주변인들과의 관계 속에 한껏 들어와버렸다.
이런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사랑은 이반같은 바보만이 할 수 있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많은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지만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그러나 어쩌면 사랑이야말로 '의외'가 아닌 '일상'이며, '극단'이 아닌 '평범'으로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필요충분조건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존재로 파고드는 건 어느새 스며들어버려 그 시간이 결코 지루하고 길게 느껴질 수 없기 때문에...
그리하여 우리는 모두 사랑을 할 수 있다.
말은 이래도 물론 어렵다. =.=
다들 미리 메리크리스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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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 네이버 무비(http://movie.naver.com)
* 영화보기 : 네이버 독립영화관 (http://movie.naver.com/movie/special/0606/indi/index.n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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