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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story

마음 속 무지개와 관계/소통에 관한 유쾌한 이야기 - 독립영화 [레인보우]

by jineeya 2009. 12. 19.

* 독립영화 [레인보우]는 2009 서울독립영화제 장편초청작이었어요~!

레인보우
감독 신수원 (2009 / 한국)
출연 박현영, 백소명, 김재록, 이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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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이 되고자 교사 자리 박차고 나온 지완.
PD와 제작사 대표의 세치 혀에 놀아나 시나리오를 수정하다보니 어느새 세월만 5년이 흐르고, 컴퓨터 마우스 커서는 개미로 보이고, 시나리오는 쓰레기통행이다.
가끔 무지개를 보면서, 무지개색 마다 일곱 건반의 선율이 느껴지면서, 용기를 내어 본인 꼴리는 대로 다시 음악과 판타지가 어우러진 시나리오 [레인보우]를 써본다. 그리고 이번엔 시나리오 뿐 아니라 자신까지도 회사에서 정리당해버렸다.
남편은 '루저'라 부르며 캠코더 배터리를 던져버리고, 아이는 '엄마 바보'라고 쓴 낙서를 향해 공을 튀기곤 한다.

간단한 앞단의 줄거리는 이러하지만 결코 우울한 영화는 아니다. 상황은 그럴지 몰라도 매 장면 자연스러운 유머가 숨어있어 결코 무거워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담고 있는 의미들의 무게가 감소하지도 않는다.

영화 속 지완은 시나리오를 쓰는 동안 개미라는 부정과 무지개라는 긍정의 이미지 사이를 끊임없이 오고간다.
처음엔 투명테이프로 눌러 죽일 만큼 별 의미없었던 현실의 개미가 마우스 커서 속에서, 자신의 소매 안에서 기어다니며 주인공의 불안과 초조의 심리를 대변한다.
꼭 그런 건 아니겠지만 지완을 보면 마치 영화 자체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영화라는 게 원래 문화이자, 상업이자, 작품이기도 하지 않나?
감독은 자신의 색을 녹여내야 하는 동시에 사회도 반영하고, 스타일이나 트렌드도 적당히 읽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다양한 생각을 머리 속에서 굴릴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자신이 만들고 싶은 걸 자신의 뜻대로 구현해내는 건 왠만큼 거장이 되지 않는 한 어려운 일일 터.

그런 의미에서 지완은 영화 자체가 갖고 있는 다중적인 성격만큼 많은 시선을 겪어야 할 것 같다. 특히 '상업'이라는 단어 앞에서...

한편 이 영화에는 밴드부에 들어간 지완의 중학생 아들이 등장한다. 아들은 선배에게 기타를 뺏기고 연주가 아닌 청소만 하고 지내지만, 집안에선 '바보'와 '루저'사이를 오고가는 엄마에게 매우 쉬크하게 대처할 뿐이다.
그런 반면 엄마가 락페스티발에서 주워온 악보를 보며 연습에 열중하기도 하는 모습은 음악에 대한 열정 뿐 아니라 엄마와의 관계 끈이 나름 끈적하게 존재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듯 하다.

학교에서 또 다른 갈등 관계를 보여주는 아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주인공 지완과 비슷하면서도 좀 다르다.
기다리고 일정 정도 수용한다는 점에서는 엇비슷하지만,
어느날 상급생을 맞받아쳐버린 시점에서 아들은 또다른 권력 관계의 구현이 가능해졌다.

아마도 지완에게는 거의 영원히 불가능한 해결방식일 것이다.
폭력에 대해 지지할 생각은 없지만 권력 관계가 쉽게 전환되지 못하고 고착화되는 점은, 그것도 특정인들의 입김으로 작동되는 사회라는 건 그리 매력적이지 못하다.
왜 어른이 되면 단계와 격식과 규율이 복잡해지면서 모두가 원치 않은 고착만이 강화되어 가는 걸까?

어떻든 지완은 락페스티발 악보에 가사를 붙임으로써 아들로 상징되는 주변과의 관계와 소통을 재개하고 영화 제작의 희망을 마음 속 무지개에 다시 담아낸다.
그리고 아마도 이 영화를 만든 감독처럼 지완도 언젠가 자신의 영화의 내용 뿐 아니라 구현할 아름다운 방식 역시 찾게 되리라 믿는다.

 * 사진출처 - 서울독립영화제 (http://sif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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