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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철40

[글/시리즈] 도철(饕餮)_#05 - 도철 그리는 작가의 글 그리기 03.29. 순제는 불을 내뿜는 어머어마한 크기의 용에 대해 예우를 다하였다. 금과 은 만큼의 나이를 먹은 어머니의 경험과 지혜를 높이 샀다. 그는 궁을 자유롭게 드나들게 배려하고 세상만큼 오래된 광물을 지키는 수호 역할을 부탁하기도 했다. 애당초 한 곳에 머무르는 걸 상상조차 못했던 어머니는 간혹 순에 들러 왕실의 보물을 자신 만의 장소에서 지키다가 황제가 원하면 다시 가져오곤 했다.아마도 천상에 가져다 놓았다가 다시 가져오는 것이리라.하늘에는 인간이 다가갈 수 없고, 하늘이 땅의 물건 따위에 관심 기울일 리 없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하늘을 수호하지만 하늘에 속하지 못했던 것도 금은보화 따위를 지켜달라는 부탁에 땅을 과하게 접했기 때문이다. 하늘은 땅의 냄새에 민감하고.. 2015. 7. 31.
[글/시리즈] 도철(饕餮)_#04 - 도철 그리는 작가의 글 그리기 03.28. 얼마 전 숲을 걷다가 수십 마리의 비둘기들이 앉아있는 놀라운 나무를 발견했다. 나중에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그 나무는 페린데우스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예전 어머니로부터 치명적인 비둘기 나무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어느 날 숲 위를 날던 어머니는 비둘기떼가 잔뜩 앉은 나무를 한그루 발견하였다.곧장 땅으로 내려가 나무로 슬금슬금 다가갔는데 달콤한 열매에 취한 비둘기들은 어머니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했다. 어머니는 몽롱한 비둘기들의 눈을 살피고 나서 바로 나무를 향해 내달렸다. 그러나 나무의 그늘에 들어선 순간 격렬한 고통이 밀려왔다. 거대한 포효와 함께 몇 걸음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디뎠던 발의 발톱 끝은 시커먼 색으로 물들었다.나무 그늘이 공포를 야기시키긴.. 2015. 7. 24.
[글/시리즈] 도철(饕餮)_#03 - 도철 그리는 작가의 글 그리기 03.27. 한참을 벗어나 결국 숲으로 다시 돌아와버렸다.원래 나의 혈족들은 모두 숲을 싫어한다.햇빛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다가 특히 나무가 만들어내는 그늘과 바람의 조합은 쥐약이다.어릴 적부터 어머니는 숲에 들어가는 걸 허용하지 않으셨다. 어느 날인가 이문이 포뢰와 더불어 나를 데리고 숲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필시 먼 곳을 보다가 드넓은 녹색 솜뭉치들의 정체가 궁금해졌을 것이다.그러나 우리 셋은 그리 깊이 발길을 옮기지도 못했다. 숲의 입구에서부터 녹색잎과 나뭇가지들이 머리 위로 드리워지자 포뢰가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평소 고요하고 잔잔하던 소리가 아니라 공포에 질린 비명이었다.이문을 바라보자 일그러진 얼굴을 선명히 볼 수 있었다.결국 이문과 나는 포뢰의 양쪽 어깨.. 2015. 7. 17.
[글/시리즈] 도철(饕餮)_#02 - 도철 그리는 작가의 글 그리기 03.19. 나의 이촌(二寸)1)들은 겁쟁이다. 아니, 게으른 건가?순제의 궁 밖으로 나온 적이 거의 없다. 한 번 몸짓에 천리를 가는 용의 자식으로 태어났으면서도황제가 보이는 제 어미에 대한 호의에 자식들이 먼저 반응했다. 앞다투어 경쟁하듯 순제의 심금을 울릴만한 제의를 내뱉었다.'사후를 지켜주겠다', '궁의 파수꾼이 되어주겠다', '독약으로부터 황실을 지켜주겠다', '소리 질러 귀신을 쫓아주겠다'... 하나같이 쓸모없는 존재였다. 그렇게 보였다. 그래서인지 쓸모 있을 법한 일을 열심히 찾아댔다. 그렇게 보였다.찰나의 안위를 위해 종마처럼 달렸다. 그렇게 보였다.결과적으로 꽤 바빴다. 그렇게 보였다.어리석었다. 그렇게 보였다. 1) 도철과 이촌들 도철(饕 탐할 도, 餮.. 2015. 7. 9.
[글/시리즈] 도철(饕餮)_#01 - 도철 그리는 작가의 글 그리기 02.05. 머리가 깨질 것 같다. 눈을 뜨긴 했는데 녹슨 기계마냥 뻑뻑하다. 이게 다 그 순제 놈 때문이다. 나는 쫓겨났다. 그놈에게서, 그놈의 나라에서. 그렇다고 들었다. 여긴 염제 신농의 나라(수메르)보다 북서쪽이다. 땅으로 둘러싸인 안타까운 바다, 중해 근처다. 03.01. 중얼중얼, 웅얼웅얼... 누군가 말을 하고 있다. 그다지 시끄럽진 않는다. 혼자만 말하고 있다. ‘궁~~’ 낮은 소리가 끊임없이 울린다. 다른 이들은 신경 쓰이지 않는지 귀 기울이고 있지만, 나의 귀는 ‘궁~’거리는 소리가 압도한다. “빨리!” 드디어 말하는 자 외 누군가가 입을 뗐다. 크진 않지만 빠르고 단호한 목소리다. 역시나, 말하는 자가 당황한다. 또다시 말하는 자만이 말을 이어간다. .. 2015. 7. 3.
[4F, 도철 초상화시리즈] 가브리엘 도철 계속 도철 작업을 하다보니,마치 여러 시대, 여러 작가들의 도철에 대한 서로 다른 자화상 내지는 상상도를 나열하는 듯한 시리즈도 재미있을 것 같다.같은 존재, 다른 느낌. 사람은 사람의 수만큼 다르게, 다양하게 보고 느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는 사실을 배우는 게 의외로 쉽지 않아 실제 그럴 지는 모르겠지만... [가브리엘 도철], jineeya(김지희), 4F, 캔버스에 유화 2015. 4. 26.
용의 자식들을 만나다 용생구자, 앙증맞은 용의 아홉자식들을 만났다.분명 용의 자식들은 용이 되지 못하고 쫓겨나기도 한 괴물들도 섞여있지만,궁궐 처마에서, 종 위에서, 화로에서, 문고리에서, 식기에서, 비석을 짊어지고 임금과 서민을 지키는 존재들이기도 하다. 2015. 4. 25.
[유화 4M / set, 도철 초상화시리즈] 도철 정면상 4호 중에서도 얇상한 Marine 사이즈 캔버스 2개로 도철 정면상 그림.자화상을 대체할까 싶어서 반면상 하나 그리다가 두작품이 되었다. 2015. 2. 24.
[수채화 10F, 도철 초상화시리즈] 도철의 눈, 四方畵 보통 수채화 작업을 하지는 않는데, 숙제중...ㅜ.ㅡ 도철은 지난해부터 개인적으로 집중하고 있는 소재 중 하나이다. 도철은 용의 자식이자 성정이 거칠고, 식탐이 과하여 자신의 몸까지 먹어치운 것으로 알려져있다. 탐욕을 경계하는 의미로 주로 청동기 시대 장식에 널리 사용된 도철은, 때때로 죽음과 재탄생의 경계, 즉 死로 들어서는 마지막의 너머라는 의미에서 마치 자연을 도와 사체를 분해하고 새 생명의 밑거름을 제공하는 미생물과 같이 느껴진다. 이는 시작 이전의 생명을 준비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할 지도 모른다는 상상과 더불어 그 이미지를 차용하고 변형하고 재구성하는 사이 어디서나 묻어있는 도철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동시에 이번 작품에서는 사방으로 돌려도 어디가 위이고 아래이고 왼쪽이고 오른쪽인지 특별히 인.. 2015. 2. 11.
귀요미 도철 '순환'이라는 입체조형 작품의 하단 부분 마무리 중입니다.네 귀퉁이에 귀요미 도철을 표현해놓았어요. 눈과 발 하나씩 남은 모습이 진짜 자신의 몸까지 다 먹어치운 도철의 단순 스케치 버전이라고나 할까요?진정한 얼굴 : 몸 = 1:1 버전이죠...ㅋㅋ 12월 1일부터 5일까지 중앙대학교 문화예술교육원 과정의 선생님들과 함께중앙대학교 아트센터 301갤러리에서 전시 예정입니다.관심자 놀러오세요~! 2014. 11. 26.
[완성] 순환(循環) 2014. [순환]. 김지희. 55*58*72cm. 나무, 마끈, 천 등. 작품 [순환]은 삶과 죽음, 객체와 통합의 순환에 관한 내용을 담고자 한다. 나무로 형상화된 전체 구조는 나무의 뿌리, 줄기, 가지, 때로는 잎 등의 구상적 표현을 통해 재생과 분해의 생명 순환 과정을 상징한다. 나무와 더불어 중요한 지반이자 땅을 상징하는 교자상의 바닥은 도철(饕餮)이라는 중국 고대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의 형상이 자리하고 있다. 도철은 소나 양의 몸에 호랑이 이빨과 사람의 얼굴을 가진 굽은 뿔 달린 모습을 하고 있는데, 용의 자식 중 하나라고 한다. 사실 도철은 거칠고 엄청난 식탐을 가진 괴물로, 식탐이 과하여 자신의 몸까지 먹어치운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러한 형상과 성정으로 인해 도철은 주로 청동기 시대 탐욕을.. 2014. 11. 9.
[미완성-입체] 분해목 2번째 작업의도 - http://jineeya.tistory.com/613[미완성-입체] 분해목 1번째 - http://jineeya.tistory.com/618 2014. 10.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