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c] 통로
반들반들, 매끌매끌.만져보진 않았지만, 마치 잘 제련된 유리 조각품을 보는 듯하다.바람에 산들거리는 식물의 움직임과 현란한 반짝거림이 분명 눈을 현혹하지만, 나의 촉감마저 현혹시키진 못한다.만지면 차갑고 딱딱할 것만 같다.그것이 반들거릴지, 미끌거릴지, 축축할지, 말랑할지, 딱딱할지, 푸석거릴지 모른 채,그저 어딘가 어둠 속으로 이어져있는 통로에서 큰 한숨만 들이키고 돌아선다. 통로, 김지희, 30C (아마도 90.9 * 90.9cm), 캔버스에 복합재료
2016. 9. 17.
[12F] 묵은
오래 되었으되 뒤돌아보지 않아 묵고, 묵히다가, 해묵은 작업들이 있다. 나는 그 중 하나의 작업을 종료했다.캔버스는 20년 전 동생이 쓰던 나무틀에 새로이 브라운천이 씌워졌고,그 위로 어두운 도심 벽면을 테마 삼아, 핸디코트에, 수채화물감에, 수채화용 크레용에, 유화까지 뒤섞였다. 그러나 동네일 하고, 커리큘럼에 머리 쓰는 동안,우리동네아뜰리에 한 벽면에 고이 자리 잡았던 작업은비단 재료들만 덮어쓴 게 아닌 듯 하다. 몇개월 만에 다시 마주한 작업은 나의 공기를 지우고,된장처럼, 간장처럼, 그리고 곰팡이처럼 묵고 묵혀져,이미 나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 오늘 나의 것으로 돌리기 위한 해묵은 작업이 시작되었으나 순순히 돌아왔는지는 미지수다.낯설고 힘들고 손은 만신창이다. 그래도 괜찮다.그래서 더 괜찮은지도 ..
2016. 7.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