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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의 거버넌스 공유 1탄] 특정 사업에 대한 거버넌스 모델링

by jineeya 2021. 12. 27.

2018년 준비부터 2019~2021 3년간의 실행까지,

삼성나눔과꿈 사업을 통해 수행한,

제목이 거창하기도 하지만 참 길기도 했던,

성북의 ‘미래인재’ 육성을 위한 ‘지역축제 봉사학습 교육모델’ 개발<지역성을 가진 청소년!! 축제로 자라자!!> 사업이 올해로 종료된다.

해당 사업을 통해 성북이라는 지역에 남긴 자취가 꽤 있고, 앞으로도 이어질 자취가 좀 있을 듯한데,

실행 3년 중 2년 연속으로 정리하게 된 거버넌스 모델링도 꽤 의미있는 내용으로 남을 것 같다.

나름 2년 동안 거버넌스 모델링도 약간의 살이 붙어 진화했는데, 그래서 마무리 기념으로 포스트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1탄이라고 볼 수 있는 2020년 버전의 '성북의 거버넌스 공유' 부터 올려볼까 한다.

 

아래 기술된 내용은 2020년 <청소년의 성장을 돕는 마을학교 설명서> 中 거버넌스 관련 부분이며, 해당 책 원고 전체가 궁금한 분은 아래 링크를 클릭할 수 있다.

http://keystory.net/storybox/files/2020청소년의성장을돕는마을학교설명서.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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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의 ‘미래인재’ 육성을 위한 ‘지역축제 봉사학습 교육모델’ 개발
<지역성을 가진 청소년!! 축제로 자라자!!> 사업 개요

 

협동조합 문화변압기 김지희


1. 사업 구조

성북의 ‘미래인재’ 육성을 위한 ‘지역축제 봉사학습 교육모델’ 개발 <지역성을 가진 청소년!! 축제로 자라자!!>(이하 ‘사업’)는 사업 명에서 나타나듯 청소년을 대상으로 지역축제에서의 봉사학습에 대한 새로운 방식을 도모하여 청소년의 시민성, 그리고 마을 시민으로의 자리매김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목적을 위해 시작되었다. 지역의 미래인재인 청소년이 마을 시민으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기 위한 성장 요소로는 3가지 가제를 도출하였는데, 마을축제와 청소년의 연결, 청소년의 성장을 돕는 청년, 청소년의 성장을 돕는 마을이 그것이다. 따라서 해당 사업의 주요한 3주체는 청소년, 청년, 지역 네트워크로 구분할 수 있다.

사업의 구성



2019년 사업의 시작 시점에서 청소년의 성장을 위한 학교 밖 배움터로서의 마을축제를 정리했다. 축제는 그 본질상 누구나 주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니, 이를 현장 삼아 청소년이 마을 활동에 주체로 참여하도록 돕고, 결국 청소년의 시민성을 강화하자는 골자를 두고 있다. 이를 위해 마을과 청소년을 매개하고 기획과 청소년을 매개하는 청년의 역할을 상정하였고 그들은 마을의 문화기획자이자 교육자로 초대되었다. 사업 내에 이들은 성북축제 라운드스쿨을 통해 성장을 위한 기본 동력과 실제 지역축제의 장과의 연계, 축제에서 기획자로의 기회를 가졌다. 더불어, 사업은 지역네트워크의 차원에서 성북축제 인문학, 성북축제 마을교육 자원네트워크, 성과지표 개발을 위한 연구를 동시에 추진하였다. 성북축제 인문학은 마을 역시 마을 시민으로의 전반적인 역량을 높이는 시민력 향상과 향후 마을 중심 배움 공동체로의 확장을 지향하면서 학부모, 축제 운영자, 청소년의 그룹별 워크숍 형태로 진행되었다. 2020년에는 직접 학교로 찾아가는 청소년 과정을 거치면서 수업 외 시간에 시간을 쪼개어 참여하려는 청소년들의 자아 성찰력 향상의 에너지를 확인한 바 있으며, 지역의 이슈에 고민을 나누고 공유하는 동네북이라는 모임이 청소년의 자발적인 의지로 탄생하였다.
성북축제 마을교육 자원네트워크는 사업 컨소시엄 기관, 지역교육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네트워크 구성을 통해 마을의 현장을 둘러싼 지역 기반이 사람과 속도를 감안하면서 유동성 높은 변화 추이에도 단계적 효과를 발현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다. 2019년도에는 인사를 나누고 서로 마을에서의 역할을 탐지하고 신뢰를 쌓는 과정을 거쳤다면, 2020년도에는 중간 지원단으로의 역할 지향에 주목하면서 사업과 청소년을 연결하는 활동 주체로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또한 성과지표 개발을 위한 연구를 통해 본 사업의 설계가 실제로 유효한지 검토해보는 계기를 가지고자 했다. 해당 연구는 2,3년 차에 실질적인 변화 추이를 알아보기 위한 성과 지표 개발 및 지표를 통한 평가가 핵심 과제이며, 과정에서 사전 1,2년 차에 현장 활동의 핵심주체들이 현장을 기반으로 도출한 사업의 의미와 과정에 대한 연구와 이를 바탕으로 해당 모델링을 다른 지역에서도 참고할 수 있는 매뉴얼 제작 역시 병행했다.

2. 사업에 담긴 지향점


사실상 사업의 사업 설계 차원에서 오히려 청소년을 중심으로 한 직접적인 실행 영역이 기반 조성에 해당하는 간접적인 영역에 비해 적게 배치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아프리카의 속담이라고 알려진 오래되고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가치,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개념에 기반한다. 실제 마을은 행정적인 개념을 넘는 일상에서의 부단한 노력을 통해 진정한 마을로 유지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따라서 사업의 성과에 대한 자부심 확대가 아닌 해당 사업의 보편성 획득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는 언제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적용 가능하여 유의미한 마을 시민 확대에 대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마음의 경계를 낮추면서 마을에 기여하고자 하는 순수한 의지를 도출할 수 있다는 확신에서 비롯된다.

사업이 핵심주체에게 바라는 역할 지향


특히 사업의 핵심 주체인 청소년은 1년 차 시민성이라는 단어와 감수성을 인지하는 방식에 주목했다면, 2년 차에 들어 실제 현장을 경험하면서 동네 사람을 만나고 그들을 위한 활동 의지를 발현하는 마을 시민으로의 역량 배양이 보다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인지하게 되었다. 청년에 대한 역할 지향 역시 약간의 변화를 겪게 되는데 사업 초기 마을과 청소년을 매개하는 주체로, 청소년의 기획에 실행력을 가속화하는 문화기획자의 역할과 청소년과 함께 일상을 나누는 교육자의 역할이 동시에 부여되었다. 그러나 2020년에 들어 청년 역시 사회 초년생으로 마을의 자원을 이해하고 자원에 대한 활용과 관계 형성이 필요한 주체임이 명확해졌다. 따라서 보다 복잡한 역할 부여보다 매개자로의 위치, 그리고 청년 역시 마을 시민이라는 인식과 이를 통한 마을 일에 관심을 가지고 동력을 투여하는 주체로의 성장에 주목하였다.
2020년 상반기에는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시대를 맞이하여 사업의 방향성에 대한 혼돈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변화와 성장을 이끌어내는 주요한 장으로의 마을축제는 줄줄이 취소되었고 사업은 2년 차 들어 보다 안정적인 활동력을 기대했던 시점에 현실적인 고민에 봉착했다. 이로 인해 상반기에는 축제라는 장의 부재라기보다 온라인으로의 확대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러한 의식의 전환은 사업의 보다 근본적인 고민과 지향을 상기시켰다. 마을축제를 장으로, 수단으로 사고한 시점에서 지역 네트워크는 마을축제에 대한 자신과 역량을 갖추고 있었다. 성북지역의 몇몇 마을축제는 5년이 넘는 민관협력형 축제 실행의 경험을 쌓았고, 마을 시민으로의 활동이 발현되는 장으로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현재까지 온라인은 무지의 세계, 새로운 세계였고 아직 마을의 역량을 본격적으로 투여해보지 못한 장이다. 
사실상 이번 사업에서 장으로 유효한 수단은 마을이 일정 기간 이상 공을 들여 상호 신뢰를 쌓고 가꾸어나가고 있는 사람, 공간, 네트워크, 그리고 이 셋의 조합으로 탄생하는 각종 행사, 사업, 놀이, 활동인 것이다. 따라서 2020년 사업은 마을축제라는 장을 지역 기반으로 가드닝 되는 모든 것으로 확대했고, 2021년에는 지역 기반성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성북의 거버넌스 공유

협동조합 문화변압기 김지희


1. 사업으로 살펴본 거버넌스 구축 실제

거버넌스는 광범위하고 다양하게 사용되어 여전히 개념에 대한 정확한 합의가 진행 중이라고 볼 수 있다. 학자에 따라 사회 공동의 문제에 대한 해결의 기제이자 과정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좀 더 좁혀 구태의연한 행정의 해소를 위한 대안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거버넌스에 대한 인식은 주로 민과 관의 협업을 중심으로 한 협치가 시대적 과제로 떠오르면서 행정 혁신과 본질적인 공공성 실현을 바탕으로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상당 기간 거버넌스의 경험치가 쌓이면서 민간의 창의성을 공공으로 수혈하고 시민과 행정의 화학적 혼합을 꾀하고자 하는 의지는 기존 권력형 정치와 행정의 폐해로 인해 잘못 정립된 행정 자산의 주인에 대한 인식을 제고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는 진정한 공공성의 의미 발현으로 나아가는 단계의 누적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행정에서 ‘협치’의 개념을 도입하여 제도화시키는 일련의 흐름은 꽤 최근의 작업인 만큼, 행정 일반의 혁신으로까지 진행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어느 정도 거버넌스 현장 실행에 대한 실험을 거치고 있는 지역이나 네트워크에서는 더 이상 실험의 기간을 연장하기엔 기존 행정제도로 인한 민간주체의 피로도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으며, 새로운 시도로 인해 보답이 아닌 위기를 맞이할 수도 있는 행정주체의 업무환경은 거버넌스에 대한 위축을 불러온다. 성북의 경우 2017년 협치성북회의 준비위원회를 거쳐 2018년부터 조례에 의거한 ‘협치’ 추진 주체인 협치성북회의가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1기 2년 동안 의제 발굴 및 실행과 기반 조성에 노력하면서 거버넌스 실행의 합을 맞추는 과정을 거쳤다. 초기 과정에서 마치 몸에 맞지 않는 옷으로 생활하는 것과 같이 서로 합을 맞추는 과정과 맞지 않는 제도에서 협치를 구현하기 위한 묘수 탐색의 이중고를 겪기도 했다. 여전히 현장 경험의 누적이 필요한 상황이기는 하나, 사실상 2020년부터 시작된 2기에서는 본격적인 행정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민관 양쪽의 피로도가 높아져 거버넌스의 지속가능성 결여는 필연적일 것으로 보였다. 실제 민간의 경우 공공과의 공동 협업을 진행하다 보면 사업 설계에 대한 존중과 외부 공표 없이 성과를 관의 이름으로만 알리거나 소통 없는 복제, 비합리적 논의로 인해 관과의 활동에서 사업의 성과를 빼앗긴다는 부정적 인식을 갖는 경우가 있다. 
사실 피로도의 문제는 예상외로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정치학자 채효정은 ‘거버넌스의 주체는 민중도, 국민도, 시민도 아니다. 거버넌스는 ‘이해당사자들’을 불러 모은다.‘(2018, 월간 워커스 46호)라고 정리한 바 있는데, 이는 기층 민간이 아닌 대변인과 같은 전문적인 중간지원조직이 수행하는 협상가 기능으로 역할이 몰리고 궁극적으로 정치제도에 경영술이 이식되는 흐름을 경고한 것이다. 따라서 거버넌스 수행에 있어서 적절한 시기에 총체적인 행정 혁신을 시도하고 제도 개선에 대한 아이디어가 직관적이고 즉각적으로 반영되는 시기가 당겨지지 않으면 핵심 주도자가 될 수 있는 일반시민들이 또다시 외곽으로 밀려나고 수동적인 입장에 처할 수밖에 없다.
한편 거버넌스는 공통의 관점과 가치관을 기반으로 공동자원에서의 시민력을 발휘하는 데 필요한 커먼즈의 한 요소로 간주되기도 하는데, 이는 패러다임을 재구성하는 단계까지 상정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문화정책가 이원재는 문화 커먼즈에 대해 ‘시민이 공동의 가치와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자신의 문화적 역량을 타자와 협력할 수 있는 공동의 자원으로 전환하고 동료 시민과 함께 문화를 형성하는 실천이자 체계’(2020, 문화 커먼즈의 활성화 방안 연구 : 공유성북원탁회의 사례 분석을 중심으로)로 정의하였다. 시민력의 확장은 거버넌스라는 비 물리적 경험 자원에서 커먼즈라는 물리적, 비 물리적 자원의 총합으로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개념으로만 국한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행정에 대한 패러다임이 행정주체의 수행 과제로 한정되는 것이 아닌 민과 관의 원활한 소통과 실현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의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
다양한 거버넌스의 개념에 따라 본 글에서 다룰 실제 사례 역시 해석의 여지가 여러 가지로 도출될 수 있음을 사전 주지하면서, 그간 사업을 진행하면서 지역에서 작동한 거버넌스를 바탕으로 사용된 거버넌스 개념을 먼저 정리해보고자 한다.
해당 사업에는 커뮤니티, 네트워크, 컨소시엄 등 다양한 비중의 거버넌스가 어우러져 활동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정릉 지역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마을공동체 활동은 정릉종합사회복지관과 마을인시장 사회적 협동조합의 활동과 누적된 네트워크 력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마을교육자원네트워크를 발동하면서 특히 청소년과의 접촉면 확대 및 마을과 학교의 연계 가능성을 확장시킬 수 있는 학교의 지역사회교육전문가들과의 소통은 사업의 새로운 네트워크 확대를 의미하기도 했다. 공간 민들레를 중심으로 학교, 탈학교의 구분 없이 만나는 대안 교육 네트워크의 인자들은 지역 내 매개 그룹으로의 청년층 발굴과 지역활동가로의 자리매김에 대한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으며, 성북문화재단과 협동조합 문화변압기와 같은 지역 문화기획 및 매개 그룹을 통해 지역축제라는 장을 활용한 다양한 마을 시민과의 공조와 청년층의 연계는 커뮤니티와 네트워크, 워킹그룹과 같은 다양한 그룹의 목표와 성격을 아우르며 동시다발로 활성화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번 사업의 경우 거버넌스의 핵심은 꽤나 강력한 사업 컨소시엄으로, 컨소시엄에 속한 기관들은 기획 초기부터 시스템 설계와 수정, 실행과 평가에 이르는 전과정에서 지역성과 시민성을 기반으로 강력한 수행력을 보인다. 따라서 기획과 수행 전반에 대한 거버넌스 구축 방식을 살펴보기 위해, 본 글에서는 다섯 기관 컨소시엄을 중심으로 거버넌스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볼까 한다.
먼저 컨소시엄의 기본 성립 조건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컨소시엄에 속한 다섯 기관의 활동 배경에 대해 인지할 필요가 있다. 성북 지역 내 기관별 목적과 마을 시민의 기대, 실제 활동에서의 역할 수행 및 상호 활동 연계 방식을 알면 사업의 컨소시엄이 가능했던 전제를 살펴볼 수 있다.

가. 거버넌스 주체들의 성북 지역 내 주요 역할


해당 사업은 성북문화재단, 공간 민들레, 마을인시장 사회적 협동조합, 정릉종합사회복지관, 협동조합 문화변압기 총 다섯 기관의 컨소시엄을 통해 사업이 진행 중이며, 지역 내에서 담당하고 있는 주요 역할은 다음과 같다.

기관 주요 키워드 조직 목적에 따른 성북지역에서의 보편적인 역할
성북문화재단 문화, 예술, 지원 지역 문화예술의 기반을 제공하고 다양한 그룹을 매개하는 중간지원조직
공간 민들레 청소년, 청년, 교육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는 교육 가치를 기반으로 지역과의 소통을 실현하는 청소년 대안 교육 조직
마을인시장 협동조합 지역, 시장, 장터 정릉신시장 활성화에서 시작한 마을 장터 개울장을 운영하면서 지역 내 일상문화 네트워크의 한 축을 담당
정릉종합사회복지관 복지, 공동체, 지역 정릉지역을 기반으로 광의의 복지 개념을 실현하는 지역 커뮤니티 거점
협동조합문화변압기 문화, 축제, 지역 지역 거버넌스 축제 및 축제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문화기획자 그룹



대체로 서울시 성북구라는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왕성한 활동을 진행 중이며, 지역이라는 한정성은 꽤 다양한 영역의 주체들이 함께 어우러져 활동할 수 있는 여지를 확장시킨다. 특히 지역에서의 문화는 예술의 한정성을 넘어 생활에 스며드는 동시에 패러다임의 변화를 꾀할 수 있는 주요 기제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기관, 조직, 단체에서는 각 영역에서의 문화 흐름 형성에 주목하기 마련이고, 단일 조직으로는 극복하기 힘든 지역 내 이슈의 방향 전환에 있어서 연대 또는 협업할 타 조직을 염두에 둔다. 그러나 무분별한 연대체의 양산과 몸집 불리기는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다양한 이슈를 희석시킬 위험을 내포하며, 실제 해당 연대체의 실행력을 반감시킬 때도 있다. 따라서 보다 기관에 맞는 세밀하고 구체적인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토대 하에 관련 기관들과의 합을 맞추는 소규모 활동 연계가 많아질수록 실행력을 분산하고 효과적으로 발현할 수 있는 연대체 구성이 용이하다.

나. 거버넌스 주체들 간 지역 내 연계 활동 현황


해당 기관들은 길게는 6년에서 짧게는 2년 사이 다양한 활동 연계를 통해 공동의 경험을 쌓아왔으며, 해당 활동들은 서류에 남는 사업의 영역뿐 아니라 지역에서의 일상 네트워크 지속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왔다.

컨소시엄 기관 간 주요 협력사업 관계도


성북문화재단은 성북구 문화재단 설립 및 운영에 대한 조례에 의거하여 2012년 9월 출범이래 지역의 문화예술 전반에 관한 사업 실행 및 지원을 위해 약 24개의 문화시설을 관장하고 있는 중간지원조직이다. 초기 지역 내 문화정책가, 예술가, 지역주민과의 소통을 통해 지역 문화예술 네트워크 지원에 큰 역량을 투여했으며, 2014년 공유성북원탁회의라는 문화예술 거버넌스 네트워크 탄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성북문화재단 자체가 지역의 공유자산으로 작동하면서 공유성북원탁회의와의 긴밀한 협치 활동뿐 아니라 여타 네트워크와의 다채로운 연계활동은 거버넌스 기반 활동을 위한 매개와 지원이라는 조직 정체성을 확립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다섯 기관 모두와 가장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활동 연계를 하고 있다. 공간 민들레와는 2015년에 성북청소년문화공유센터의 청소년 중심 공유 공간 활용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였으며, 지역 네트워크에 공간 민들레를 처음 소개하기도 했다. 2018년 본 사업에 대한 기획 단계에서 공간 민들레와의 컨소시엄을 제안하는 한편 2020년에 기초단위 문화예술교육 거점 구축 지원 사업을 함께 추진 중이다. 협동조합 문화변압기와는 2015년 조합 설립 준비 단계부터 지역 거버넌스 축제에 대한 공동기획 주체로 활동하고 있다. 2015년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의 민관협력사업단을 구성하면서 지역축제의 거버넌스 운영을 본격화하였으며, 2016년 조합 설립 이후로 단위 축제뿐 아니라 2017년 성북축제거버넌스 포럼, 2018년 성북축제학교 운영, 성북축제협력네트워크 공동 운영 등 지역 축제 거버넌스 사업에 대한 공동기획과 운영의 파트너로 활동 중이다. 정릉종합사회복지관은 오랜 기간 정릉 지역 마을 커뮤니티 활동의 강력한 지원조직으로 자리매김해왔다. 공유성북원탁회의를 중심으로 한 지역 내 동 단위 예술마을 만들기 워킹그룹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정릉지역 내 커뮤니티 주체들과의 접촉 역시 확대되었다. 과정에서 정릉종합사회복지관과 성북문화재단은 대단위 주민 공동체의 문화예술 거버넌스의 직접적인 실현물인 정릉더하기축제, 정릉버들잎축제 등과 같은 지역축제의 공동운영체에 핵심 조직들이 되었다. 동시에 다양한 커뮤니티를 결합시키는 구심점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마을인시장 사회적 협동조합은 2014년 서울시 신시장 모델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생긴 정릉신시장사업단에서 시작한 정릉 개울장을 이어받으면서 성북구 내 가장 크고 주민의 참여가 활발한 마을장터로 자리매김시켰다. 꾸준한 지역 활동이 이어지면서 2018년 정릉더하기축제에 결합하게 되었고 성북문화재단과 정릉종합사회복지관과의 관계 구축이 축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공간 민들레는 1998년 탈학교 논쟁을 본격화시킨 ‘학교를 넘어서’를 비롯하여 대안 교육담론과 실천을 담아내는 출판과 교육, 연구를 이어가는 민들레 출판사에서 태동하여 대안교육을 구현하는 민들레 사랑방을 전신으로 한 학습과 경험의 장이다. 학교라는 형식을 버리기 위한 ‘공간 민들레’라는 명칭은 교육 중심의 다양한 활동으로 삶의 힘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후 지역 중심의 거버넌스에 주목한 공간 민들레는 일부 성북 지역에서 자리 잡으면서 특히 성북문화재단과의 협력을 통해 거버넌스형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실제 공간 민들레에게 있어서 이번 사업은 지역 주체들과의 실질적인 거버넌스를 실험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지역 단위들 역시 공간 민들레를 통해 청소년의 마을 시민으로의 이향에 대한 개념과 가능성을 인지하게 되었다.
마을인시장 사회적 협동조합은 정릉전통시장을 빼놓고는 논의할 수 없는데, 중소기업청의 전통시장 살리기 정책사업의 도식화된 기획에 대한 비판으로 서울시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신시장사업 공모가 시작되었고, 2015년 당시 정릉시장 상인회, 성북문화재단, 공유성북원탁회의 등의 제안을 통해 시장의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지역형 기획의 차별성을 통해 선정되었다. 신시장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정릉 개울장은 이미 존재하는 전통시장 안에 팝업스토어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초기 기존 상인과의 마찰도 있었고 성과에 대한 우려도 존재했으나, 장터의 회차가 거듭되면서 청년층의 유입과 지역주민의 문화 향유를 충족시키는 사회적, 지역적 맥락이 성립되면서 정릉시장의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의 하나로 인정받았다. 신시장 사업은 실제 2016년도에 완료되었으며 공모에 선정된 대부분의 시장 사업단이 해체한 반면, 정릉의 경우 후속작업의 일환으로 협동조합이 설립되었고 정릉 개울장의 유지가 가능했다. 마을인시장 사회적 협동조합은 개울장 개최에 조합의 역량 투여가 높으나 점차 장터 활동의 경험치가 누적되면서 지역사회의 문화 흐름에 동참하고 지역 내 축제 및 마을장터들과의 정보 교류와 활동 연계에 관심을 기울이며 활동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이번 사업 역시 마을인시장 사회적 협동조합의 제안으로 시작되었고, 개울장은 사업 1년차의 주요 장으로 작동하였다.
1995년 개관한 정릉종합사회복지관은 컨소시엄 중 가장 오래된 기관이며 협소한 복지 실현에 머물지 않고 정릉지역을 중심으로 보편 복지 실현을 위한 마을 공동체 활성화 사업에 많은 공을 들였다. 실제 정릉지역주민들에게 정릉종합사회복지관은 신뢰감 있는 지원조직이자 주요한 커뮤니티의 허브 중 하나다. 정릉종합사회복지관은 돌봄, 아동청소년, 노인, 취약계층, 여성 일자리, 에너지복지, 사회적 관계망 형성 등 그야말로 다양한 영역에서 협력과 실행에 매진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의 사례가 10여 년 동안 자체 기획으로 개최한 정릉더하기축제를 2017년부터 정릉지역사회에 열어 공동주관과 운영을 시작한 점이다. 정릉더하기축제는 누구나 축제 사업단에 결합할 수 있고, 누구의 기획도 실현될 수 있는 주민주도형 축제의 괄목할만한 표본이다. 정릉지역의 활발한 커뮤니티들을 통한 풍성한 축제자원과 성북문화재단이 매개하는 문화예술 역량, 다양한 연령층의 자유로운 소통창구 확보는 정릉축제재밌당이라는 공동의 축제준비위원회 구축을 가능케 했으며 정릉축제재밌당은 비단 정릉더하기축제뿐 아니라 지역 내 
타 축제로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협동조합 문화변압기는 2014년 성북지역 중심으로 한 문화예술 거버넌스 네트워크인 공유성북원탁회의의 시작에서 그 원류를 찾을 수 있다. 꽤나 느슨하고 거대한 네트워크인 공유성북원탁회의는 2015년부터 동 단위 예술마을 만들기 워킹그룹, 문화다양성 워킹그룹, 공공 공간 공동운영 워킹그룹 등 관심 주제에 따라 다양한 실행 그룹을 만들며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중 2016년 생긴 문화다양성 워킹그룹에서는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의 민관 거버넌스 방식의 개최를 구상하였고, 실제 축제 민관협력사업단이 생기고 민과 관의 인력이 5 : 5로 배치되어 축제의 기획에서 실행, 평가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함께 했다. 이를 기반으로 2016년 공유성북원탁회의 내에서 지역 축제 거버넌스와 문화다양성에 기반한 문화기획을 중심으로 고민하는 협동조합 누리마실친구들이 생겼으며, 2018년부터 협동조합 문화변압기로 이름을 변경하여 운영되고 있다. 실제 지역축제는 비단 성북구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관주도의 축제가 대부분이며 민관협력형 축제가 증가하고 있으나 그나마도 관의 예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민간의 주도적 참여에 제한이 많다. 그런 의미에서 거버넌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문화예술 거버넌스 네트워크인 공유성북원탁회의에서 지역축제를 통한 거버넌스 실현은 중요한 이슈 중 하나였다. 협동조합 문화변압기는 성북문화재단과 함께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단위 축제뿐 아니라 지역축제 지원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포럼, 학교, 네트워크 운영 등을 공동 기획했다.
이러한 기관들 간 공동의 경험 축적은 상호 조직 내 의사 결정의 흐름, 역량의 파악, 활동 방향성 등을 미리 측정하기 용이하며, 이를 바탕으로 공동의 활동을 모색할 때 적정한 역할 분배와 간섭 구간 설정이 가능하다.

 

다. 거버넌스 주체들의 사업 참여 계기

마을인시장 사회적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정릉 개울장은 성북구 내에서도 가장 오래된 동시에 가장 큰 마을 장터로, 마을 시민들의 커뮤니티력 강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개울장은 매년 청소년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으나 개울장이나 청소년이나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기에는 상호 이해도, 활동에 대한 진정성도 생각의 차가 많이 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원봉사 활동이 청소년에게도 마을과의 관계를 넓히는 계기를 마련하는 동시에 개울장을 나의 장터, 시민의 장터로 사유하게끔 할 계기가 필요했다. 그래서 해당 사업의 진행을 고민했으며 규모나 지향점을 고려했을 때 비단 개울장 중심으로 고민하기보다는 성북지역을 놓고 가능한 주체들이 함께 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실제 마을인시장 사회적 협동조합은 2016년에 기존 조합원의 대대적인 변동이 있었고 지역 내에서의 활동에 대한 이해관계가 서로 달라 조정되는 과정을 겪었다. 그 과정 후 약 3년의 기간을 거치면서 자정의 시간, 조합 구성원의 결정권 확대 등을 통해 지역에서의 접점 확대 모색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해당 사업은 실제 마을인시장 사회적 협동조합의 제안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성북문화재단의 경우, 2012년 재단 설립 이래 지역에서의 다양한 문화예술 관계자와 관심자들의 네트워크 구축, 그들의 활동에 대한 매개 역할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노력을 기울였다. 실제 2018년 마을인시장 사회적 협동조합의 본 사업 제안이 있을 때도 재단은 컨소시엄 내에서도 각종 기획의 지원조직으로 역할을 상정했다. 사업 선정 후 2019년부터 실제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서 컨소시엄 기관별 조직 역할에 대한 견해 차로 인해 필요한 논의 과정이 있었고 실제 성북구 산하 중간지원조직이라는 위치로 인해 구정 정책의 변경에 따라 초기 인력 채용 동결이 4개월간 지속되는 난항을 겪기도 했다. 2년 차에 들어오면서 실제 사업의 총괄이자 매개조직의 역할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정립되기도 했고, 그 이전부터 성북문화재단은 모든 컨소시엄 기관과의 별도 거버넌스 활동을 가져왔기 때문에 사업 진행이 안정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기관에 따라서는 재단의 활동이 힘의 배분 차원에서 여전히 모호함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거버넌스 진행에 있어 이해관계 분산을 매우 유능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공간 민들레는 2015년 활동지를 성북구로 이전하면서 지역과의 협업 활동 욕구를 가지게 되었다. 실제 지역 네트워크와의 결합은 시대적 요구이기도 하고 생활권에서의 실천에 적합한 부분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민들레의 ‘일’, ‘사업’이라는 차원에서는 마땅한 결합 방식을 도모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2019년부터 함께 하게 된 이번 사업은 공간 민들레에게 매우 중요한 활동이며, 논의 단위와의 협업을 제대로 실행하고 싶은 것이 1차 목표이기도 하다. 1년 차에 성과지표 개발을 위한 기초연구사업으로 결합한데 이어 2년 차에는 사실상 이번 사업의 핵이라고 볼 수 있는 청소년 라운드스쿨, 청년 라운드스쿨을 관장하게 된 것도 실제 사업에서의 거버넌스 과정에서 공간 민들레의 고유 사업과 합치되는 결로 맞춰가는 과정을 밟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릉종합사회복지관은 컨소시엄 기관 중에서 삼성 나눔과 꿈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성북문화재단이 처음 사업계획 신청서를 보여줬을 때 복지관은 이 사업이 선정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선정되고 나서 삼성 나눔과 꿈의 기준과 가치가 사회복지 영역을 벗어나려고 시도 중임을 강력하게 감지하였다. 실제 복지관 자체도 지역 내에서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기관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성북문화재단과의 협업은 협업이라기보다 재단 서포트 정도로 파악하는 내부 시선이 존재한다. 그러나 정릉더하기축제의 실행부터 함께 한 협업의 경험은 평등한 컨소시엄에 대한 신뢰를 담보할 수 있었다. 실제 실무담당자 입장에서는 복지관이 고유 업무 외에도 꽤 ‘재미있어 보이는’ 사업에 함께 하는 게 신기하기도 했다. 동시에 다른 기관과 함께 한다는 감각을 감지하기에도 적합했다.
협동조합 문화변압기가 처음 사업 신청을 위한 기획회의에 결합했을 때의 고민은 과연 성북축제학교와의 변별점이 무엇인가의 지점이었다. 그러나 실제 설계를 해나가면서 단위 축제나 축제학교와 같은 단위 사업은 어떻게 보면 마을시민들이 함께 하기 위한 매개물, 수단일 뿐이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실제 이번 사업은 협동조합 문화변압기가 그동안 감안해온 마을 시민의 범주가 아닌 청소년이라는 주체들의 마을 시민 되기를 도모한다는 점에서, 실제 축제라는 매개물이 ‘시민이 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되는 것’에 대한 장으로도 작동할 수 있음을 인지하는 중이다. 

2. 사업을 통해 본 거버넌스 주체들의 공통 이슈

가. 새로운 지역 주체들의 발견과 확장


사업의 주요 목적은 청소년이라는 어린 마을 시민이 본격적으로 마을 시민으로의 포지션을 확보하고 역할할 수 있는 마음가짐과 지역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있다. 해당 과정은 지역에서의 거버넌스가 지속 가능한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과도 맞닿아있다. 목적에 따른 기본 기조는 교육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공간 민들레의 교육원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스스로 배운다’, ‘하면서 배운다’, ‘서로 배운다’, ‘넘나들며 배운다’라는 4가지 원리를 통해 각각 배움의 자발성과 자신감으로 작동하는 환경 조성, 삶이 곧 배움이라는 실생활과 연결된 활동의 중요성, 서로 상호작용의 과정과 결과를 통해 배우면서 상호 공유와 지지, 지원을 독려하는 존재 인식 방식, 배움터의 경계를 두지 않고 다양한 넘나들기를 통한 확장을 추구한다.
실상 삶이 배움이라는 인식은 비단 교육의 원리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삶의 통합성을 고려할 때 마을에서의 삶, 시민 되기의 관점에 있어서 중요한 기반으로 작동할 수 있다.
일상에서 청소년과의 접촉면이 형성되어있는 공간 민들레와 달리 대부분의 지역사회에서는 매우 한정적인 방식으로 청소년과 접촉하고 있어 청소년을 마을 활동의 핵심 주체로 간주하는 것은 꽤 어려운 게 사실이다. 

마을에서의 청소년과 마을시민의 위치 설정


아이러니하게 지역사회에서 주로 학교와 학원에 국한된 바쁜 삶을 사는 청소년층과 만나게 되는 접점이 바로 자원봉사 활동이다. 자원봉사는 신청하는 이들에게 지역사회의 활동 단면을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행사를 주최하는 마을 시민에겐 그동안 보지 못했던 마을 시민과의 만남을 제공받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미 특정 행사라는 목표 수행을 위해 준비하는 실행자에게 자원봉사자들의 성장에 대한 기획은 순위가 밀리기 마련이고 자원봉사자 역시 적극적인 참여 유도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자원봉사라는 활동 방식의 개념을 매우 수동적으로 설정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고 싶다는 생각은 정릉전통시장 내 개울에서 개울장이라는 마을장터를 개최하면서 수많은 청소년과 자원봉사로 만나온 마을인시장 사회적 협동조합의 주된 고민이었고, 이 사업을 제안하게 된 가장 주요한 계기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정릉 개울장은 규모뿐 아니라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그야말로 마을시민들이 수행자가 되기도 쉽고, 관람자가 되기도 쉬운 장터이다. 누구나 접근하여 자신의 축제, 마을의 자산, 즐거운 실행을 경험할 수 있는 장임에도 불구하고 자원봉사로 나온 청소년들이 자원봉사에 대한 소극적인 해석, 활동에 대한 소극적인 수행, 지시에 대한 소극적인 변별로 한정되는 반응이 반복되는 건 꽤나 안타까운 손실처럼 느껴진다. 이는 비단 정릉 개울장뿐 아니라 지역에서 펼쳐지는 다채로운 지역축제 대부분에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지난해 <2019 성북의 ‘미래인재’ 육성을 위한 지역축제 봉사학습 교육모델 개발 성과지표개발 연구보고서>를 위한 청소년 라운드스쿨 참가 청소년 인터뷰에서 나온 인상적인 답변 2가지는 지역 커뮤니티의 청소년과의 접촉면과 향후 가능성에 대한 시사점을 갖는다.

첫 번째 답변은 축제가 무엇인지, 축제에 가본 경험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체로 거주지와 먼 지방의 행사를 언급했다는 점이다. 청소년들에게 축제는 보호자와 탈것을 이용하여 먼 곳으로 이동하고 다소 낯선 상황을 경험하는 것이다. 근거리 지역에서의 행사를 맞닿은 경험은 오히려 축제라고 인식하기보다는 ‘시끄럽다’ 거나 ‘교통 체증을 유발’하는 다소 불편한 현상이었다. 이러한 인식은 비단 청소년뿐 아니라 대다수 시민들이 생각하는 인식이기도 하고, 청소년의 마을 시민 되기를 지원할 지역사회 시민들조차 아직 ‘마을 시민’으로의 감수성을 가다듬지 못한 상태를 반영하기도 한다. 두 번째 답변은 청소년 라운드스쿨 과정을 거치면서 정릉 전통 시장에서의 대목장 맞이 행사를 직접 기획하고 시행할 때, 청소년들이 ‘시장 상인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를 고민했다는 점이다. 오히려 매개자의 역할을 수행 중이던 청년 그룹은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하는 청소년의 모습과 그들의 독자적인 기획이 결과로 나타난 모습에 성취감을 느낀 반면 청소년 그룹은 시장에서 상인과 연계하여 도움이 되거나 함께 할 수 있는 작업이 부족하여 아쉬움을 토로한 바 있다. ‘축제’ 또는 ‘행사’로의 관점이 정리되지 않더라도 마을 시민으로서 마을의 일에 관심을 가지고 기여할 바를 찾는 감성은 마을 시민 되기를 위한 주요한 변화 지표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도시에서의 마을 개념을 되새기고, 마을에서 자발성에 기반한 활동을 꿈꾸며, 적정한 지역 자원과의 대면을 찾을 의지와 통로 모색의 여지를 갖게 된다. 더욱이 마을의 입장에서는 행정과 연계하여 각종 마을 사업이 1년 주기의 단위사업으로 고사되는 방식이 아닌 10년, 20년의 지속성과 새로운 도시의 전통 프레임을 구축할 역량을 쌓게 된다.

이번 사업 소통의 중심은 단연 청소년과 마을의 매개를 담당하고 있는 청년이다. 실상 청년은 다양한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지역사회 노령화와 활동 역량의 감소를 우려하면서 가장 먼저 유입을 위한 지원정책을 고민하게 하는 연령대이기도 하다. 청년은 각종 청년 주거대책이나 정착을 위한 지원금 제도를 비롯하여 지역사회 프로그램에 있어서 청년이 주도하는 방식 또는 실행자로의 위치로 다양한 기관이나 기획에 동반자로 초대된다. 동시에 청년은 사회 초년생으로서 다양한 사회의 인식과 풍토를 익히는 동시에 자신에게 적합한 활동과 방향에 대해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마을이나 지역의 개념은 청년에게 협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며, 정착보다 새로운 시도와 이탈이 더욱 매력적일 수 있다. 반면 경험의 부족으로 인해 시도의 시발점, 효과적인 진행의 단계 등이 익숙하지 못하여 시도 자체가 크나큰 장벽이 될 때도 있다. 따라서 지역사회에서는 청년이 시도해볼 만한 도전적 과제와 매력적인 요소, 극복할만한 진입장벽 등이 두루 섞인 활동들을 끊임없이 제안하고 개인에게도 알맞은 마을과의 소통 흐름을 형성할 가능성을 열어주어야 한다. 지역에서의 거버넌스 활동에서 상호 역량 파악과 다양한 현장 활동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듯, 청년의 마을 활동에 있어서도 신뢰 구축은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청년은 마을의 생활 문화자원에 대한 신뢰를 쌓아가고 살만하거나 일해볼 만하거나 놀아볼 만한지 고려해볼 수 있다. 그리고 마을 역시 청년의 자발성과 관심사에 따른 활동역량의 발산 방향을 살펴보고 그들과의 협업에 대한 안정도를 측정해볼 수 있다.
실제 컨소시엄의 기관들은 지역 내에서도 꽤 많은 청년들과 접촉하는 조직들이기도하다. 때론 일자리 때론 단기 활동, 각종 작업 연계 등을 통해 지역과 협력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바라는 청년들이 발굴되고 지역 네트워크에 소개되고 활동의 결을 맞춰본다.
지역 내 대부분의 조직은 으레 청년들의 유입과 그로 인한 새로운 시도, 새로운 활동력을 기대한다. 그러나 일부 조직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청년이 조직 내에서 수행해야 할 일과 정리할 문서들, 확인받아야 할 권리자 그룹에 대해 먼저 전제되는 경우도 있다. 
‘청년 = 실행력’으로 보는 관점은 소규모 지역조직들이 빠질 수 있는 가장 빈번한 함정이고, 우연히 어떤 청년의 관심을 끌었다 하더라도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비단 청년뿐 아니라 다른 연령대의 활동자들이라도 특정 인물의 보답 없는 노력과 의견 제시 통로의 부재는 결과적으로 조직의 안정성을 해치는 방해 요소이다.
따라서 청년과의 활동은 그들이 이미 마을 시민임을 감안한 활동 분배와 역량을 높일 수 있는 매개자 또는 매개활동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청년의 지역 활동은 꽤나 강력한 지속 가능성으로의 연결고리이기 때문에, 이번 사업에서도 청소년과 가까운 ‘언니, 누나, 오빠, 형’로의 소통 담당자인 동시에 지역 문화기획의 실행자, 청소년과 소통하는 교육전문가로의 포지션을 통해 청년 역시 다양한 역할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했다. 청년은 실제 청소년기를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청소년과 감수성을 교류할 수 있으면서, 사회, 지역, 마을에서의 활동을 꿈꾸는 존재로써 그들의 관점과 역량에 따라 사업의 진행 흐름에 섬세한 변화를 일으켰다. 그러나 청년이 마을에서의 활동을 모색하는 의지는 마을의 의지와 달리 미약할 수 있으며, 청년 라운드스쿨을 통해 교육전문가이자 기획자로의 역량을 키우는 시점에서 사업의 기획 부족으로 지역사회에 대한 접점을 확장해주지 못한 점도 있다. 이는 2019년의 청소년 라운드스쿨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인터뷰에서 청소년에게 청년이 수행한 지역사회 매개 역할에 대해 물어보는 질문의 답변을 통해 딱히 두드러진 효능감을 갖지는 못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기실 지역사회로의 자연스러운 포괄, 즉 마을 시민 되기의 과정을 전제로 활동이 시작될 수 있으나, 실제 청소년과 청년의 지역에서의 활동 경험은 경우에 따라 마을 시민으로까지의 자리매김이 어려운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마을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양적 부조로는 오히려 마을과의 활동으로 인해 비전을 상실하고 탈각하는 일군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보다 촘촘하게, 맞닥뜨리는 마을 시민들의 준비 정도도 향상하면서, 언제나 마을 네트워크의 진심이 전달되는 방식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을과 거버넌스의 입장에서 청소년과 청년에게는 마을 시민으로서 역량을 투여하고 실질적인 실행자로 활동하기 위한 마을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안착할 수 있는 여지를 확장해주는 작업이 필요하며, 일정 정도의 과정을 거치면서 청소년과 청년 자체가 해당 작업의 수행을 담당하는 마을 시민으로 가장 적합한 역할 수행자가 된다. 



나. 마을에서의 축제 역할

1) 축제를 바라보는 관점

축제의 기능과 역할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나, ‘성북의 미래인재 육성을 위한 지역축제 봉사학습 교육모델 개발 <지역성을 가진 청소년!! 축제로 자라자!!>’ 사업에 있어서 2019년 발행한 <2019 성북의 ‘미래인재’ 육성을 위한 지역축제 봉사학습 교육모델 개발 성과지표개발 연구보고서>에 의거하여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실제 청소년이 일상생활에서 경험하게 되는 다양한 사회체계는 자발성에 기인한 활동에 제한을 초래하는데 청소년에게 부가된 ‘미성숙’의 이미지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이는 사회의 의사결정 과정 참여의 기회와 경험 제공에 있어서 부족하다는 판단이며, 최근 몇 년 사이 주민 주도 하의 공동체성을 기반으로 하는 마을 네트워크가 직접 운영하는 축제에서 청소년의 자원봉사 개념을 능동적으로 변화시키면 집단 창의 발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한다.
축제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행위인 동시에 유동적인 매개물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청소년이 축제 참여의 기회를 가진다는 점은 마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공동체성을 기반하여 스스로 기획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는 마을 민주주의의 권리자이자 실행자이자 책임자인 시민이 기존 행정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축제가 아닌 시민의 생각에 의해 만들어진 축제로 이양해가는 중요한 흐름이기도 하다.

2) 변화하는 축제 양상

성북지역은 2015년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의 민관협력사업단을 시작으로 성북진경, 정릉더하기축제, 정릉 버들잎 축제, 장위부마축제, 석관의릉문화축제, 정릉 개울장, 미아리고개마을장터 고개장, 장위별 별걸다해, 월장석방방방 등 다년간 민관 간 협치 활동을 기반으로 지역축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전국에서도 서울의 축제 개최 수는 압도적으로 많은 반면 예산은 가장 적어 항상 지역 내 축제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주체들은 축제 지원체계에 대한 모색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었다. 성북의 경우 2017년 축제 거버넌스 회의를 통해 지역의 축제 현황을 공유하고, 2018년부터 성북지역축제협력네트워크 ‘축협’을 통해 축제학교, 축제포럼, 축제 아카이빙 등 축제에 대한 기본 생태계 확대를 위한 노력을 진행해왔다. 그리고 2019년에는 축제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위해 온라인 축제공유창고 사이트를 구축하기도 했다. 과정에서 지역축제는 일상 지원체계를 논할 만큼 일탈을 꿈꾸고, 공동체의 역량을 확인하는 중요한 지역 놀이터이자 매개물이자 매개공간으로 사유되어왔다.
그러나 실제 5년에 걸쳐 거버넌스의 경험치가 높아지면서 민관 협치의 최근 쟁점인 행정제도 패러다임의 변화는 지역축제의 개최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더 이상 중간지원조직과 민간의 협력만으로는 다음 단계로의 도약이 어렵다. 성북구 차원의 문화정책에서, 지역축제 운영이 아닌 지원을 위한 기반 조성 체계를 필요로 하는 시점이 도래했다.
또 하나 주목할 지점은 2020년에 맞이하게 된 예기치 못한 일상의 변화다. 팬데믹 시대를 맞이하여 대면이 어려운 상황이 1년 내내 지속되면서 비대면 상황에서의 축제 양상은 사회의 각 분야만큼 큰 진폭이 있었다. 첫 번째, 우선 축제의 장은 본의 아니게 확장되었다. 그간 오프라인 중심의 축제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특히 대규모의 군집을 형성하던 축제는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축제의 장을 넓혔다. 문화예술 생활이 용이치 않은 상황에서 기존의 실감형 콘텐츠를 포함한 온라인 공간이 새롭게 조명되기도 했다. 악조건 속에서 온택트를 지향한 몇몇 축제에서는 홈쇼핑 방식의 온라인 생중계를 병행하는 아이디어도 등장했다. 두 번째, 공동작업의 등장도 이미 존재하던 영역이었으나 축제화, 이벤트화로 변형되기도 하였다. 온라인에서 소규모의 번개모임을 모집하거나 각종 챌린지 문화가 확장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번째, 대면을 기반으로 한 축제를 소규모 대면으로 분산시키는 방식도 등장했다. 각종 키트를 집으로 배송하거나 축제의 장소를 골목골목으로 분산시켜 공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갑작스럽게 마주한 전염병의 전 세계적 위협으로 인한 일상의 변화, 축제의 변화는 진행 중이며, 보다 새로운 형식은 계속 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지역에서의 축제는 방역 1단계로 내려간 상황에서도 오프라인으로 진행할 때 일부 시민들의 환호와 저항을 동시에 받고 있는 실정이다. 마을에서의 관계 형성에 따라 저항 수위의 편차가 존재한다. 2021년에도 마을 시민들의 주도 하에 이루어지는 마을축제 역시 개최 자체가 녹록하지 않은 상황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부정적인 영향에도 불구하고 온택트를 통해 진행되는 축제는 기존 관주도의 축제에서 보여준 관객 수를 통한 양적 영향력 측정에 대한 부담을 줄여줬다는 긍정적인 영향 역시 존재한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상황이 축제를 사유하는 방식에 여러모로 영향을 크게 미치는 것만은 확실하다.

3) 이슈


2020년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서 청소년 마을 시민 되기의 장으로 선택한 축제의 부재는 다소 당황스러운 현상이었음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실제 사업은 지역축제를 매개물로 사용한다는 점을 확실히 했으며, 축제가 청소년의 마을 시민 되기를 성사시키기 위한 필수조건이 될 수는 없다. 
마을축제의 장은 준비 단계부터 실행단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마을의 시민과 마주하고, 그들의 삶을 살펴보고, 함께 마련할 수 있는 실행을 기획할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건 그러한 하나하나의 경험이 마을에서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마을의 구성원으로의 마음을 품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마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공동체성을 기반하여 스스로 기획’할 수 있는 무언가의 계기가 마련되는 순간, 그리고 그 경험이 일상생활에도 적용되고 확장되는 순간, 축제라는 매개물에 변경되거나 축제 개념 자체의 변경을 시도하더라도 이 사업의 목적은 충분히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요즘과 같이 일상의 변화가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상황에선 오히려 소소하게 일상과 이웃을 지키며 함께 할 수 있는 참신한 생각과 지역에 대한 새로운 설정 범위 모색 등이 보태질 필요가 있다.

3. 사업으로 본 거버넌스 모델링


가. 기본 프로세스

 

컨소시엄의 거버넌스 과정은 크게 형성 조건, 조건에 따른 전제사항, 전제를 기반으로 한 실행의 원칙, 평가 단계에서 순환성을 전제로 한 후속 조치로 나눠볼 수 있다.
사실상 형성 조건과 전제 사항은 컨소시엄 구축 사전 단계로, 실행 방식은 컨소시엄 단계로, 후속 조치는 컨소시엄 사후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서 컨소시엄을 거버넌스 중 하나의 형태로 간주할 때, 다양한 거버넌스 활동 후 신뢰 관계 구축이 전제되고 나서 진행할 수 있는 강력한 거버넌스 형태로 인지된다.

거버넌스 과정


이번 사업의 컨소시엄은 다섯 기관의 여러 가지 협업의 경험이 누적되면서 상호 역량에 대한 판단과 실무자의 사업수행을 위한 결정 권한의 정도를 공유할 수 있는 관계 형성이 이루어진 시점일 때 조건에 부합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통한 신뢰 축적이 전제되어야 비로소 컨소시엄 성립이 가능하다. 지역 내에서의 각자의 역사성과 그를 토대로 한 일관된 활동의 반경이 해독되지 못한다면 실제 신뢰 구축 단계까지 이르기 어렵다. 
설사 컨소시엄을 형성하더라도 상호 간섭에 이르러 ‘함께 한다’는 시너지를 내지 못하기 십상이며 오히려 주요 추진 기관의 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컨소시엄 기관들 간의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상호 성장의 기회를 잃으며, 소통 비용의 과부하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컨소시엄을 강력한 거버넌스의 한 형태로 인정한다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차라리 소규모 거버넌스의 경험에 물리적인 시간을 들이며 컨소시엄 사전 단계를 성숙하게 거쳐나가는 것이 프로세스의 핵심일 수 있다. 이는 후속 조치에 해당하는 사업의 확장 또는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의 승계에도 반드시 영향을 미친다.

나. 프로세스별 역할

1) 조건 – 협업의 경험과 기관별 결정권 수임자의 결합


일정 기간 협업의 경험과 사업 담당자들에게 기관이 위임한 결정권은 다양한 조직이 모여 활동하는데 필수 조건으로 볼 수 있다. 다양한 조직이 모일수록 조직 간 소통에 소요되는 노력과 시간은 배가되는데, 특정 사업의 콘셉트와 지향에 광범위한 동의가 완료된 상태라면 실제 기획 단계에서부터 기관을 대표한 담당자는 해당 사업에 대한 핵심적인 결정 권한, 기관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유동성 관리 권한을 부여받을 필요가 있다. 해당 조건이 성립되지 않으면 극단적으로는 모든 외부 연계활동의 회의에는 최고 결정권자인 대표만이 참석 가능하게 된다. 특히 규모가 큰 조직일수록 적정 수준의 권한 이양이 어려울 때가 있다. 그런 경우에는 각 직책별 전결과 의결 사항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다. 그리고 결정 시스템은 종류에 따라 거버넌스 하는 타 조직에 사전 공유될 필요가 있다. 거버넌스 주체들 중에 한 조직이라도 결정권에 대한 비중의 기울기가 생기면 해당 조직으로 인한 소통 시간 및 진행의 속도차가 확연해진다. 따라서 협업의 경험을 나누기 시작한 때부터 각 기관별 역량과 더불어 처리 속도에서의 감수 사항 등의 정보가 쌓일수록 신뢰 축적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2) 전제 – 신뢰


거버넌스는 상호 사업 의뢰의 절차가 아니다. 따라서 실제 거버넌스에 필요한 역량 판단은 해당 기관들이 가질 수 있는 능력의 총합을 판단하는 것보다 거버넌스 실행에 있어서 각자의 강약점과 수행 과정의 절차가 서로 감수할만한 지가 더욱 중요한 요소로 작동할 수 있다. 거버넌스의 조건이 성립되어도 상호 협업의 경험을 지속할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실행 중 상호 조율하는 과정에서 공동사업을 지속적인 사업화 하여 매년마다 밀도를 높여갈 건지, 지역 내 일상 네트워크에 결합하는 방식으로 유지할 건지 등은 공동 활동의 신뢰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매번 컨소시엄을 통해 새로운 파트너와의 위험요소 감수를 전제로 신뢰를 넓혀갈 수는 없다. 따라서 일상에서의 다양한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상호 간 정보를 교류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과정이 기본 전제로 될 경우 단기 사업에서의 결합을 연속하는 것보다 훨씬 밀도 있고 지역문화에 녹아드는 공동 기획을 상시적으로 고민할 확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일상 네트워크에 참여하려고 노력하고 유지하려는데 공동의 역량을 분배하는 일은 거버넌스를 위한 매우 합리적이고 유효한 기반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3) 실행 – 상호 간섭과 적정 권한 배분


상호 신뢰가 전제되었을 때 비로소 실행을 위한 시작을 도모할 수 있다. 실행에서의 역할 배분은 각 기관이 공동의 사업 상 기관의 지향과 적합한 전문성에 따라 큰 틀에서 배분될 수 있다. 이러한 배분을 기준으로 사업의 내용을 구체화하면서 발생하는 상호 공유는 자연스럽게 상호 간섭과 병행하면서 보다 질 높은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사실 실행 단계에서 전제되거나 실행 과정을 겪으면서 각 기관의 장 또는 대표기구가 암묵적으로 합의할 점이 있다. 이 컨소시엄의 핵심 논의, 결정, 실행 단위가 합리적으로 구성된다면 해당 단위를 모든 기관을 초월한 one team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다. 
이번 사업에서 구성한 네트워크 중 운영위원회는 해당 사업의 논의, 결정과 실행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핵심 단위 중 하나다. 해당 운영위원회는 다양한 실행자들이 함께 하는데 그중 일부는 컨소시엄의 대표성을 부여받은 각 기관의 담당자들이 반드시 참석하며, 결정사항은 기관 내부 결제 단위에 들어가서도 단순히 담당자의 생각이 아닌 다섯 기관의 의견이 모인 결과로써 공신력을 가진다. 만약 주관기관의 장이나 몇몇 임원들의 독단으로 인해 사업에 불필요한 일이 실행되는 이슈가 발생한다면 해당 컨소시엄은 그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기 어렵고 또다시 특정 기관으로 결정과 실무가 쏠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그러나 반대로 신뢰 구축이 완료되어 강력한 컨소시엄 구성이 합의된다면, 대형 기관의 실무담당자 입장에서도 컨소시엄의 합의된 결정사항은 기관 내에서 설득과 공감의 여지를 높여주기 때문에 서로 소통의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사업의 본질을 놓치지 않고 실행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과정에서 필요한 소통은 첫 번째, 서로 지치지 말고 솔직한 자기 욕구에 기반한 것이어야 한다. 각자의 이해관계나 욕구에 기반한 솔직하고 구체적인 제안사항을 가지고 조율하는데, 꼭 필요한 것은 서로 논쟁을 두려워하지 않고 각자 사용하는 언어에 대한 오해의 여지를 좁히는 작업이다. 공동 사업의 주요 목적이 이루어진다는 전제 하에 각 기관별로 달성할 수 있는 결과나 부가적인 성취는 조금씩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솔직한 욕구를 밝히는 것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발생 가능하다. 이러한 욕구는 사업의 성과가 색다른 확산의 여지를 품을 수 있고 네트워크의 밀도를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건전하다. 다만 특정한 욕구로 인해 간혹 기본 목적을 훼손하고 있지는 않은 지 상호 자정의 역할을 함께 해야 한다. 따라서 먼저 상호 간 명확한 이유와 바라는 역할 제안 표출에 거리낌이 없어야 한다. 사실 이러한 과정은 지원사업의 모체를 선택함에 있어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처음 시도하는 지원 사업일수록 행정 업무에 대한 면밀한 파악이 거버넌스 내 상호 실행력 조율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된다.
두 번째, 상호 간섭이라는 단어는 마치 실행의 어떠한 역할 없이 주장만이 난무하는 다양한 주체들의 허무한 의견 제시로 간주될 수 있으나, 실제 각 기관별로 소화할 수 있는 영역은 사업보다 작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한 간섭은 협력과 지원이라는 실행력을 담보로 가능한 길을 모색하는 논의의 과정이 된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사업을 업무적으로만 접근하지 않고 지역사회에서의 역할과 필요성을 중심으로 고민하는 동시에 담당자의 결정권한과 이에 따른 동원력에 대한 신뢰를 전제하므로, 논의 구조가 혼잡해져도 빠른 판단과 진행, 필요한 경우의 지원이 가능하다는 인지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무적으로도 피드백 반영에 대한 압박만 작동하는 간섭이라면 ‘상호’라 간주하기 어려우며, 관계 지속이 어렵다.

4) 후속 – 확장


이번 사업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 중 하나는 3년이라는 - 기존 지원사업보다 상대적으로 - 장기의 시간과 예산 확보로 인해 서로 합을 맞추고 정돈하고 완성하는 실험 – 논쟁 - 극복의 과정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강점은 해당 사업의 지속가능성뿐 아니라 지역 자산화로의 작업으로 이행하기 위한 커먼즈의 고민으로 확대를 꾀하는 촉매가 될 수 있다. 향후 청소년 시기부터의 마을 시민으로의 접근과 활동 이행, 지역에 대한 관심과 참여 증대는 다른 지역 내 활동에서도 중요한 축으로 사고될 수 있다.
실제 이번 사업은 청소년의 마을 시민 되기라는 대 목적 하에 실현을 위한 마을의 활동으로 마을 인문학을 통한 기존 마을 시민들의 역량 강화와 매개자로의 지역 청년들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마을 인문학은 정릉지역을 중심으로 마을학교로의 확장성을 염두에 두고 진행 중이며, 이번 사업을 통해 쌓이고 있는 지역 역량이 그 기반을 이룰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역 청년의 경우 그간 다양한 교육, 문화예술 네트워크와 성북문화재단과 같은 중간지원조직을 통해 지역과의 조우를 해왔던 청년들이 어떠한 분야에서 어떠한 내용으로 지역사회에 연착륙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화두이기도 하다. 이번 사업에서는 청소년 교육 또는 지역 활동, 문화 기획 등 지역사회에서 호흡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찾아볼 수 있는 계기로 작동할 수 있다.

 

4. 거버넌스 모델링 과정에서 도출된 과제

 

가. 진행 중인 컨소시엄에서 새로운 실행자의 결합

 

2년째 진행 중인 해당 사업에서도 1년 차 후반이나 2년 차부터 결합한 컨소시엄의 신참 담당자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해당 사업에 대한 이해도나 그간 이루어진 소통을 통해 좁혀진 견해차를 미처 알지 못하여, 초기 결합 단계의 논의 과정에서 블라인드의 기간을 겪게 된다. 그러나 컨소시엄을 통해 배당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사업에 결합하면서 자연스러운 거버넌스 활동에 대한 훈련의 경험을 축적하게 된다. 실제 사업에서는 해당 과업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실무자 외에도 기관별로 개인의 관심과 성장 지향점에 따라 이번 사업에 결합하는 인력이 있으며 그들은 결합 초기 실무력과 거버넌스에 대한 감각이 부족할 수 있으나, 마을 시민으로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와 장을 부여받게 된다.
사실 새로운 실행자의 결합은 비단 그들 개인의 역량 강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데도 중요한 바로미터가 된다. 각 기관에서 인물 중심으로 세팅된 사업은 해당 인물의 부재로 인해 사업의 지속성을 유지하기 어려울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새로운 실행자의 결합과 그들의 역량에 따른 권한 상승은 사업의 지속과 확장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다만 그들에게 해당 사업의 의의와 소통 방식이 점진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면 의미를 공유하기 어렵고 실제 사업의 존폐나 지속성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그들이 충분한 거버넌스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와 경험의 제공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단순히 교육의 과정으로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결합하는 실행자들 사이의 수평적 논의 과정을 끊임없이 제시하고 적정 시점에서 필요한 실행 권한 이양을 고려하는 것이 결정적이다.

나. 매개 역할의 증대에 따른 설계 고도화

사실 거버넌스가 다양하고 복잡해지거나 가속화될수록 상호 간 파악해야 하는 상태의 범위도 확대된다. 또한 언제나 견해차를 좁히는 논의의 과정은 필수이기 때문에 기관의 서로 다른 모양새로 인해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의 시간을 줄이지 못한다면, 본래 의도한 목적의 사업 수행보다 함께 모여 의견 조율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소모해버리게 된다. 따라서 특정 기관이 되든, 특정 인물이 되든 매개의 역할을 어떻게 배치하고 수행할 것인지에 대한 섬세한 설계가 필요하다. 
실제 매개자, 또는 사업 가드너, 또는 네트워커의 역할은 특정 직업군으로 배치할 경우 사업별 파악에 대한 소통 비용이 또다시 소요되고, 사업과의 합이 맞지 않을 경우 사업 자체의 실행력을 급감시키기 때문에 유효하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사업 설계 당시 실행자 그룹에서 역할로 인식을 확실히 하고, 1인 또는 다수의 매개 역할 배치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사업의 과정 설계에 매개 역할에 대한 중요성을 제도화하면서 기존 실행 역할과 매개 역할의 균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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