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 선장은 선장으로는 유능한 것 같지 않다.
아니, 무능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의사였기에 모험에 함께 할 수 있었고, 언제나 모험하고싶은 욕구에 져서 배를 탈 수 밖에 없었고, 그러다가 선장에게 배를 부탁받은 적도 있었고, 놀랍게도 그 어떤 상황에서도 모험이 목표인 점에선 언제나 행운이 함께 했던 자다.
어릴 때 분명 걸리버 여행기를 읽었겠지만, 소인국, 거인국까지밖에 접하지 못한 지라 뒷부분에 나온다는 라퓨타가 궁금해져서 소설을 다시 읽었다.
그러다가 말의 나라 후이늠국 여행기가 사실상 이 소설의 정점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 걸리버는 제국주의 국가에서 태어나 국가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귀족도 아니면서 귀족의 존재와 정치를 지지하고, 국왕의 충신이 되는데 익숙하여 어떤 모험에서도 그러한 삶의 방식을 관철시킨다. 언제나 충성을 맹세할 주인을 만들고 훌륭한 처세와 뛰어난 기억력으로 정보를 놓치지 않고 생존을 위해 조합한다.
동시에 어떤 나라에 가서도 자신의 조국에 대한 훌륭함을 어필하는 데 열심이다. 대체로 모든 나라에서 무시당하더라도 말이다.
그는 너무나 평화롭고 논리적이고 아름다워 떠나고 싶지 않았던 말의 나라 후이늠국에서조차 그러했으며 어쩔 수 없이 다시 조국에 돌아와서 남은 삶을 살아야 하는 상태에서도 여전히 현대인이 보기엔 구태의연한 그 모습을 버리지 못하고 유지한다.
그러나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알 수 있다.
마지막 여행에서 돌아와 얼마나 후이늠국에 돌아가고 싶었는지, 자신의 가족에게서조차 풍기는 역겨운 인간의 냄새로 인해 함께 하기 얼마나 어려운지, 이웃의 인간들과 어울려 살기 위해 얼마나 거대한 각오를 해야 하는지, 그럼에도 간혹 교만에 몸과 마음을 빼앗긴 인간들은 얼마나 참을 수 없는지...
그리하여 이 글은 거대한 풍자를 완료한다.
아무리 납득할 수 없어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경험,
태생과 신분에 익숙해져 정답같이 살아온 인생 정답 전체를 역전할 수 밖에 없는 경험,
그럼에도 그 현실에 돌아오면 적응할 수 밖에 없는 경험.
다행히도 현재까지의 역사에 따르면 사람은 풍자와 인지를 누적하고,
변화의 조짐을 생성, 관철, 적응하여,
다양한 세상을 기억하거나 살아갈 수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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