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전문가, 찾아온 좌절, 인정할 수 없는데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지적, 어쩌다 바뀐 환경, 조건 없는 포용, 과정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길, 그리고 새삼스레 중요해진 커뮤니티.
차도남이 도시에서 어쩌다 시골에 내려가면서 발생하는 힐링 애니메이션의 이야기 흐름은 꽤나 예상 가능하다보니, 한두편 보다보면 '또?'인가 싶기도 해서 완주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따라서 막장드라마 스토리라인급의 스토리 전개 예상에도 집중은 일사천리, 마음은 몽글몽글, 공감은 구석구석 일으키는 애니메이션이라면 그야말로 훌륭하다 할 만하다.
바라카몬은 그렇게 훌륭한 애니메이션이다.
숲의 벌레든 바다의 생선이든 거주하는 집의 쥐든 손으로 잡는 건 불가능하고,
밥해먹을 줄도 모르고,
뒷산에서도 길 잃어도 실족사할지 모르는,
시골마을 사람들이 보기에 주변의 누군가가 없으면 단 하루도 못살 것 같은 외지인.
이러한 도시인간의 시골 체험은 중간중간 절로 공감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여기까지만이면 다소 지루했을지도 모른다.
서예가인 외지인이 자신 만의 예술을 위해 쏟는 바보같은 노력은 고3을 앞둔 누군가에게 '노력'의 무게를 생각하게 하고, 대회 순위에 일희일비하는 경험의 전이는 중학생 누군가들에게 순위 집착이라는 '촌스러움'의 무게를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역할인 백수라서 어설퍼도 대신 무언가 해줄 수 있는 미묘한 여유까지...
물론 외지인인 주인공이 받은 보물은 훨씬 강력하고 시골마을이 오랜 세월 쌓아온 커뮤니티력에서 기인하기에
주인공이 마을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을 나타내는 분량은 미미하기 그지 없다. 그러나 누구나 새로운 바람이 불기를 기다리듯 새로운 사람은 새로운 계기이기도 하다.
뭐 굉장히 뻔하지만 새삼 다시 느낀 건,
자신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의 모습을 보일 용기, 통상적으로 말하는 '열린 마음'을 갖는 다는 게
어디로든 통하여 주변을 둘러보기 편해지고 동시에 자신만의 길을 찾는 것 역시 편해지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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