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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 story

[글/시리즈] 도철(饕餮)_#06

by jineeya 2015. 8. 7.


03.30.


음력 5월 13일. 대나무를 심거나 옮기는 죽취일(竹醉日)이다. 모든 이촌(二寸)들의 생일은 바로 이 날이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예로부터 죽순을 용손(龍孫)이라 불렀다. 

이날이 되어 -원래도 그랬지만 - 퍼먹고 마시다 보면 어느새 술잔에, 솥뚜껑에 얼굴을 파묻혀있었다. 

어머니는 원래 성정이 불같았으나 이런 나를 꾸짖는 일이 없었다.


하긴 그녀는 세상의 이치를 너무 깨달아 함부로 끼어드는 법이 없다. 심지어 망나니처럼 보일 자식의 일에서도 말이다. 진중하다 못해 게으른 그녀는 예상외로 사람들의 환심을 얻었다. 거대하고 기괴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통해 사람들은 지혜롭고 달관한 도인을 연상하곤 했다.


그녀는 말을 섞었던 인물이든 생면부지의 인물이든, 누가 태어나든 죽든, 전혀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놀랍게도 사람들은 인간 생사에 대한 그녀의 무관심으로 인해 사후세계에 대한 묘한 안정감을 가지게 되었다. 


‘엄청난 수명과 누적된 지혜의 상징은 생과 사를 구분 짓지 않고 기쁘거나 감동스럽거나 슬프거나 안타까워하지 않는다. 결국 죽는다는 건 산다는 것과 별 차이 없는 게 아닐까?’


죽어보지 못한 그녀가 인간의 죽음에 대해 영향을 미친다는 것,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솔직히 말해 화내는 것에서조차 게으른 그녀가 불같은 성정으로 혐오를 드러내는 주제가 바로 죽음과 하늘이다.

천적도 없을 것 같은 그녀가 자식들에게 가장 엄격하게 훈련시키는 건 죽지 않는 방법이다. 물론 훈련받은 건지 그녀가 우리의 생각을 조정한 건지 구분은 잘 가지 않는다.


아홉 자식 들은 자신의 인지를 가동시킬 때, 물리적 실체의 테두리를 규정짓는 것보다 사방으로 깃들여지고 스며들게 나누는 방법을 익혔다. 본체조차 둘 필요가 없어 가히 불멸이다. 그러나 너무 나눠 깃들여지는 건 주의해야 한다. 요는 균형이다. 실제 이문은 어느 순간부터 불러도 대답 없고 언제나 먼발치만 쳐다보고 있어 무슨 생각을 하는 지조차 모르겠다. 마치 하늘을 향한 망부석이라도 되어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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