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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 story

[글/시리즈] 도철(饕餮)_#04

by 뭔가관리하는 jineeya 2015. 7. 24.


- 도철 그리는 작가의 글 그리기



03.28.


얼마 전 숲을 걷다가 수십 마리의 비둘기들이 앉아있는 놀라운 나무를 발견했다. 나중에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그 나무는 페린데우스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예전 어머니로부터 치명적인 비둘기 나무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어느 날 숲 위를 날던 어머니는 비둘기떼가 잔뜩 앉은 나무를 한그루 발견하였다.

곧장 땅으로 내려가 나무로 슬금슬금 다가갔는데 달콤한 열매에 취한 비둘기들은 어머니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했다. 어머니는 몽롱한 비둘기들의 눈을 살피고 나서 바로 나무를 향해 내달렸다. 

그러나 나무의 그늘에 들어선 순간 격렬한 고통이 밀려왔다. 거대한 포효와 함께 몇 걸음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디뎠던 발의 발톱 끝은 시커먼 색으로 물들었다.

나무 그늘이 공포를 야기시키긴 했었지만 물리적 고통이 함께 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어머니는 바로 날아올랐는데 마침 비둘기 한 마리가 나무를 떠나 날기 시작했다.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도 불구하고 눈 앞을 스쳐가는 탐스러운 먹잇감을 놓칠 순 없었다. 어머니는 비둘기를 덥석 물어서 꿀꺽 삼켰다. 싱싱한 생살 맛이 입안에 가득 퍼졌고 몸에는 별 이상이 없었다고 한다.


수많은 비둘기들, 열매를 탐닉하는 몽롱한 눈동자들...

이 나무가 바로 어머니가 말한 그 나무가 분명하다. 비둘기보다 열매가 훨씬 탐스러워 보이지만 말이다.

분명 어머니 말대로라면 페린데우스의 그늘은 나의 발톱을 태워버릴 것이다.

그러나 호기심은 공포를 눌러버렸다.

다른 나무의 그늘과 별 차이 없어 보이는 그것은 풍채 좋은 가지와 나뭇잎들로 인해 근사한 공간을 연출하고 있었다.

결국 나는 큰 한숨을 몰아쉰 후 한발 내디뎠다. 

발가락 하나가 그늘에 들어간 순간, 시원한 바람 한줄기가 불어왔다.

상쾌한 느낌과 멀쩡한 발톱은 나를 나무 둥치로 다가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나무에 등을 기대고 앉아 눈을 감아보았다. 향기롭고 나른함이 긴 낮잠으로 이어졌다.

그 이후 종종 나는 페린데우스를 찾아온다. 

가을에 맛본 열매는 천상의 목소리처럼 달콤했다. 


가족들이 봤다면 상상도 못했을 무모한 행동들. 

나는 가장 난폭하다는 풍문에 맞게 스스럼없이 무모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가족 중 별종인 것일까?






* 참고


어머니 용(龍 용 용)


성정이 불 같으나 세상의 이치를 알고, 

타인에게 무심하나 한번 마음먹은 일은 해치우는 편이라, 

만인에게 신의를 아는 존재로 각인되어있다. 

사람들은 그녀의 게으름을 느긋하고 통달한 도인의 품격으로 오인하고, 

아홉 자식들도 덩달아 어여삐 여겨 종종 자신의 물건들에 그 모습을 새겨 넣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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