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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story

명백히 다르고 미묘하게 이해되는 서로의 입장들 - 더 퀸

by jineeya 2010. 12. 24.


더 퀸
감독 스티븐 프리어스 (2006 / 영국,이탈리아,프랑스)
출연 헬렌 밀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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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결혼, 세기의 죽음.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비.
젊고 아름답고,
뭔가 보수를 타파하고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가고,
고뇌하고 사고도 치지만 이를 토대로 자신을 다지고 보다 자신다운 생활을 위해 노력해온 사람.

전세계에서 다이애나에 대한 안좋은 감정을 가진 세계민은 참 드물다.


하지만 자세히 알지 못해도 감으로나마 눈치챌 수 있는 사실도 있다.



누구의 아내였고, 곧 누구의 어머니가 되었으며, 누구의 며느리였던 그녀가 속하게 되었던 그 가족은 그저 그 울타리만이 아닌, 적어도 대부분의 영국민이 주목할만한 가족이었다는 사실.
더불어 어느 가족이나 부부갈등, 고부갈등, 시댁과 친정 사이의 엄청난 거리와 괴리는 존재하리라는 사실.


세기의 눈치를 보아야하는 매크로한 세계에 속해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이라는 형식적으로 마이크로한 세계의 모습은 여전히 존재하고,
가족은 꽤나 비논리적이고 때때로 비상식적인 사건과 감정 표출의 장이라는 일반적인 경험치에도 불구하고 반복되고 확대되는 외부의 오해와 증폭은 개인의 붕괴를 초래하기 딱 좋은 상황이다.


왕세자는 왕세자비를 책망했고 그들은 이혼했다.
왕세자비는 자유를 얻었고 자신을 찾아가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 속에 왕세자비임이 가시지 않았다.
그러다가 교통사고로 젊은 나이에 사망하고 만다.
마치 영화처럼, 신화처럼, 전설처럼...


더이상 왕족이 아닌 그녀에 대한 현 여왕의 태도는 상식적이기 이를 때 없다.
애도는 하지만 국장은 말이 안되고,
밖에서는 왕실이 이러니 저러니, 런던을 지켰니 아니니 말이 많지만 왕손들의 마음의 상처 만이 빨리 치유될 것을 고민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더이상 왕족이 아닌 그녀에 대한 현 왕세자의 태도는 사뭇 다르다.
이혼의 직접 당사자로써 그는 국민의 반응에 놀랐고, 긴장했으며, 겁 먹었다.
그녀는 '잘못한 게 전혀 없다'는 말로 자신에게 향하는 화살의 방향을 바꾸고 싶어했고, 심지어 그 화살의 방향이 자신의 어머니에게로 향하는 상황도 마다치 않는다.


노동당 최초로 총리직에 오른 자는 뜻하지 않은 사건에 깊이있는 애도를 표하며 국민의 민심을 자신에게로 확실히 끌어당겼다.


보이는 현상으로만 보자면, 여왕은 앞뒤 꽉 막힌 노친네이자 왕실 보존의 의아함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만든다.
왕세자는 시류에 발빠르게 편승하려고 안간힘 쓰고 있고, 총리는 그 시류의 정점까지 올라가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는 관점에 따라 상당히 다르게 바라볼 수 있다.


여왕은 왕실의 전통과 윤리를 따르면서 성난 국민의 신뢰가 복귀될 것을 믿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왕실이 언제 문닫을 지 모르는 존재라는 사실도 어렴풋이 인지하고 있다.
총리는 여왕의 무례함보다는 평생 자신의 신조를 지키며 왕실을 지켜온 이 작은 여인이 쪼임당하는 현상을 해소시키고 싶어 안간힘을 쓰게 된다. 결국 그녀가 지키던 걸 버리라는 설득을 통해...
적어도 영화에서의 여왕과 총리는 크게 나쁘거나 크게 잘못한 것 없는데다가 서로 이해까지도 하지만 서로에게 포기를 강요하게 되고 그를 통해 같이 걸어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하려는 듯 하다.
비록 왕세자는 막연한 암살의 위협까지 혼자 느껴가며 어머니까지 파는 소인배적 뉘앙스를 숨길 수 없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다이애나 이외에 모든 이가 살아있는 상황에서 약간은 각색도 해주지만 다분히 인간적인 그들의 모습을 담아냈다는 점이다.
소송에 휘말렸다는 소문도 없고 말이다.
이 나라 대한민국이라면 백번은 더 명예훼손의 광풍이 불다 못해 영화 자체가 상영되지 못했을 테지만...


이런 영화나 스토리가 문화적으로 복기되고 회자되지 못하면,
그들의 명백하게 다른 입장과 미묘하게 이해되는 신뢰의 기운을 감지하는 게 가능할까?
그래서 이 나라는 점점 흑백과 외피로 인한 몰살과 극단이 대세가 되는 걸까?


* 사진출처 : 다음 무비(http://movi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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