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비트 (Heartbeats)장편, 해외영화, 드라마, 멜로, 퀴어, 캐나다, 102분,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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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인 마리와 프랑시스가 어느날 식사자리에서 본 니콜라는 흡사 다비드상의 인간 버전이다.
둘 다 아닌 척했지만 한순간에 반한 걸 숨길 수 없다.
니콜라가 좋아하는 오드리 햅번의 의상을 벤치마킹하는 마리는 다소 촌스러운 더치와이프 패션을 완성해나가고,
다소 수줍은 프랑시스는 우연을 가장한 만남과 선물 공세를 마련한다.
그들의 오랜 우정 관계가 찰나의 사랑로 인해 라이벌 관계로 전락할 때 쯤 그들은 우정을 살리기 위해서라기보다 자신의 북받치는 감정을 수습하기 위해 니콜라에게 공을 넘기고 만다.
포스터부터 남다른 이 영화를 보고나니 오히려 의외였던 부분은 예고편이었다.
예고편은 마치 프랑스영화를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영화의 보폭과 때깔은 차이를 극명히 드러낸다.
칼라에 매혹되다
마리의 꽃분홍, 프랑시스의 남청색, 니콜라의 옥색.
꼭 이렇게만 구분할 건 아니지만, 그들이 입고 즐기고 주로 가는 곳들의 빛깔은 그들의 젊음 만큼이나 톡톡 튀며 선명하게 각인된다.
비단 그들 자신 뿐 아니라 생활 공간이 그러하고, 그들을 품고 있는 자연 역시 그러하다.
사실 이 부분에 관한 이용철 평론가의 한마디가 일품이다. '베네통이 만든 누벨바그영화처럼'.
이 간지야, 이 간지!
이렇게 어여쁜 때깔은 20세의 배우 겸 감독인 자비에 돌란 자체이기도 하면서 그 이상이기도 하다.
희한하게 그의 나이에 부합하면서도 그 이상의 깊이가 있을 것 같은 놀라운 색들의 향연이 영화 내내 지속된다.
그리고 그들이 원색과 선명한 파스텔을 오고가며 뽐내는 스타일에는 솔직히 그들의 외모 역시 제3의 칼라가 되어 살아 숨쉬는 듯 하다.
인물에 매혹되다
물론 자비에 돌란이 창조한 인물은 이미 클만큼 큰 사람들이지만 마치 첫사랑을 처음 해본 양 심장의 떨림을 멈출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처음 볼 때는 니콜라를 맡은 닐 슈나이더가 눈에 들어오지만, 점차 그 시선이 프랑시스역의 자비에 돌란으로 옮겨간다.
어떻게 보면 니콜라는 마리와 프랑시스의 심장을 훔친 '하트 브레이커'이긴 하지만,
단 한번도 그 사실을 인지한 바 없으며 그냥 오랜만에 어울릴만한 친구가 두명 더 는 것 말고는 변화된 상황이 없다.
하지만 마리와 프랑시스는 처음 느끼는 이 감정에 - 둔하디 둔한 니콜라가 아닌- 그들끼리만 눈치챌 수 있는 온갖 공을 들인다.
누구나 한번 쯤은 자신이 주체도 안되는 엄청난 열정의 사랑을 나누고 싶어하고, 마리와 프랑시스의 방법이 마음에 안들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기분은 모를 바 아니다.
더불어 누군가에게는 니콜라처럼 조각상을 닮거나 그런 사람과 애인인 게 로망일지 모르겠으나,
마리처럼 프랑시스같은 게이친구가 있고, 프랑시스처럼 자신의 마음을 주체 못해 고백하고야마는 용기를 가진 인물들이야말로 진정한 여성의 로망이기도 하다.
그래서 마리와 프랑시스는 매우 단순한 감정에서 시작하고 그 감정에 충실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입체적인 인물로 거듭난다.
오히려 그들 사이에 그저 서있고 어떤 감정 교류도 - 질투와 분노조차도 - 없었던 니콜라야말로 그저 인형같은 단선적 인물일 뿐이다.
노래에 매혹되다
니콜라에게 어필하기 위한 그들의 노력이 보이는 장면에선 어김없이 음악 <BangBang>이 울려퍼진다.
이 다소 야하면서도 구슬픈 음악은 원래대로라면 그들의 아름다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나타내는 것이리라 추정해볼만하다. 그리고 그것을 담기에도 적합한 아름다운 음악이다.
하지만 -오로지 in my case - 그들의 살짝 낯 간지럽고 티나는 행동과 겹치면서 웃음을 참지 못하게 만드는 아이러니를 극대화시킨다.
물론 이런 기분은 작품 후반부의 흐름이 더욱 더욱 부채질해준 것일지도 모른다.
영화를 본 어떤 이는 거의 마지막에 니콜라에게 말도 아닌 것이 제스쳐도 아닌 것이 애매하지만 확실히 효과적이었던 어떤 표현을 던질 때 통쾌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 모습을 보는 순간, 그들의 마음을 몰라준 니콜라가 아닌 마리와 프랑시스야말로 2인조 연애사기단을 보는 듯 했다.
특히 진짜 엔딩 크레딧 직전 장면까지 완전히 소화가 끝난 이후엔 더욱 마음을 굳힐 수 밖에 없었다.
따라서 나에게 <BangBang>은 악동을 하기엔 좀 크고 악당을 하기엔 한참 모자란 마리와 프랑시스의 코믹한 로고송으로 각인되어버렸다.
누구나 기억하거나 아니면 기다리고 있는 심장을 뛰게 만드는 사랑.
그 도가니에 한껏 심취해봤던 마리와 프랑시스. 그렇기에 더욱 아름답고 일단은 성숙하고 좀더 뻔뻔해질 그들과 그들의 우정.
그렇게 오늘도 그들은 새로운 연인을 찾아 도도한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 사진출처 : 인디플러그(http://www.indieplu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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