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 달 전, SKT 유심 해킹 사건이 보도될 시점에 영화제 참석 차, 세토우치국제예술제 구경 차, 일본에 갔었다.
돌아와서도 별 긴장감 없이 유심보호 서비스 신청하고, 유심교체신청까지는 오버 인가 싶기도 했는데 그래도 혹시 모르는 마음에 교체 신청까지 했었다. 그리고 한 달 여가 지나서 대리점을 통해 교체 완료했다.
약 두달 전, 의성 산불이 잡히지 않고 경북을 강타하면서 안동까지 덮쳤다. 안동 금소마을 전원 대피 명령 떨어지기 불과 3,4일 전까지 안동에 머물렀었다. 당시에는 안동까지 산불 연기가 넘어와 하늘이 매캐한 것 이상의 인지가 잘 안 되었다. 그래서 일정을 당겨 서울에 올라왔었다. 그리고 며칠 후 마을의 뒷산들은 홀라당 산불에 불탔다.
약 여섯달 전, 계엄군이 국회의사당을 둘러싸고 국회의원의 출입을 막아섰다. 다들 잘 시간에 대통령이 공영방송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그날 이후 시사, 정치 뉴스가 시청률, 청취율 1위인 세상이 반년째이다. 그래도 어찌어찌 탄핵도 시키고 곧 대통령선거다.
생각해 보면 지난 몇 개월동안 멀쩡하지 않은 일들이 이렇게 많이 일어났는데도,
멀쩡하게 살고, 배고프지 않고, 친구를 만나고, 하고픈 일을 하고, 배우고 싶은 걸 배우고 있다.
내가, 친구들과 함께 하는 공동체가, 사회가 잘 쌓아놓은 자산이 있어서 괜찮은 것도 맞지만, 한 끗 차이로 어찌 될지 모를 뻔한 일들도 수두룩하게 일어난 걸 보면 산적한 걸 보면 모골이 송연하다.
산불을 보면서 죽음과 삶이 멀지 않다는, 죽음과 삶이 함께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을 명확히 했다, 아니 봤다.
최근 일련의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고, 언제나 단칼에 해결되면 좋겠지만 그렇게 안될거다. 세상 일에 단칼은 없다.
세상은 나쁜 것에 좋은 것이 붙고, 얼토당토않은 일에 필요한 일이 붙고, 진빠지게 구는 누군가에게 현명한 이가 붙는 다소 억울하면서도 균형추를 놓치면 안되는 변화의 기로다.
한강 작가의 책 <흰>에 보면 아래와 같은 글이 나온다.
이 도시와 같은 운명을 가진 어떤 사람, 한차례 죽었거나 파괴되었던 사람. 그을린 잔해들 위에 끈덕지게 스스로를 복원한 사람, 그래서 아직 새것인 사람. 어떤 기둥, 어떤 늙은 석벽들의 아랫부분이 살아남아, 그 위에 덧쌓은 선명한 새것과 연결된 이상한 무늬를 가지게 된 사람.
세상은 덧쌓이고 새것과 연결되고 위는 살고 아래는 죽고 파괴되고 복원하는 사람이고 삶이고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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