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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story

사람 사는 맛 한번 보실래요? - <샘터분식>

by 뭔가관리하는 jineeya 2010. 3. 31.
  • 사람 사는 맛 한번 보실래요? - <샘터분식>
  • 2010-03-26 15:39:23 | 김형기

사람 사는 맛 한번 보실래요 샘터분식 어릴 적 동네 앞에는 작은 공터 하나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본격적인 건설 붐이 일어나기 전이라 동네 여기저기 안 쓰거나 못 쓰는 땅들이 군데군데 흉물스럽게 자리 잡고 있었는데, 또래의 개구쟁이들에겐 더할 나위없는 놀이터요 약속장소가 되었답니다. 공터 앞 쌍둥이네 할아버지가 운영하시는 경북상회라는 구멍가게의 창고 뒤편에서 훔친 박스들과 집에서 들고 나온 폐지들을 끌어다 모아놓고 우리들만의 캠프파이어 실은 불놀이 를 즐겼죠. 그럴 때 마다 밤이면 이 집 저 집서 경치는 소리가 이어졌습니다.어디서 불장난을 하느냐 부터 시작해서 그 당시 가정경제에 큰 보탬이 되었던 신문지와 폐지 거기다 빈병까지 더하면 하루 반찬값이 나왔다 를 들고 튄 것 까지 합쳐져서 말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불놀이는 계속되었고, 공터는 다양한 쓰임새를 자랑했습니다. 뻥튀기 아저씨에서부터 회전목마 병아리와 약 장수 다방구와 오징어 가이상 그리고 찜뽕과 발야구까지. 하지만 영원할 거 같던 공터의 역사는 생각보다 그리 길게 가지 않았어요. 그 곳이 밭이 되고 몇 해 뒤 다닥다닥 담장도 없이 연립과 다세대 주택들이 들어서기 전 까지 말이죠. 그때 나는 중학생이 되었고 얼마 뒤 변성기와 첫 몽정을 경험하였으며 군사쿠데타와 민주화 운동 사이에서 최루탄을 처음 맡은 날 연탄가스에 취해 아버지 등에 엎인 채 대방동 사거리를 내달려야 했습니다.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입니다. 세월을 따라야 하고 시간을 거스를 수 없으며, 나이는 들게 되어있고, 철도 따르게 마련입니다. 보톡스를 맞네 이마에 부채를 넣네 가슴을 키우고 근육성형을 하고 동네마다 스포츠 센터는 넘쳐나고 건강보조식품은 날개 돛인 듯 팔려나가도 가는 세월 그 누구가 막을 수가 있나요 올시다. 하지만 변화가 꼭 나쁘고 못 쓸 것만은 아닙니다. 속도에 치중한 나머지 방향만 잃지 않는다면 말이죠. 언제부턴가 홍대 앞은 유행과 패션의 고속전철화가 되었습니다. 그 속도에 묻혀 무심코 지나쳤던 골목 안 리얼 홍대피플 앞에 카메라가 멈춰 서서 그들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다큐멘터리 한 편이 있습니다. 샘터분식은 화려한 포장을 거둬내고 리얼과 쌩얼 그대로의 홍대 앞 사람들 이야기에 귀 기울입니다. 불안해를 외치는 20대 힙합 뮤지션돈 안 되는 고민만 하는 지역 활동가 그리고백반보다 비싼 커피 값에 경악하는 분식집 사장님이 주인공입니다. 산다는 것은 언제나 질주본능만으로 달릴 수는 없는 것입니다. 꿈과 좌절 용기와 희망이 얽혀있는 교차로, 홍대에서 세 주인공의 삶 역시 가다 서다를 반복합니다. 서로 다른 듯 닮아있는 이들이 들려주는 일상은 그래서 때로는 달콤하고 가끔 쌉쌀하며 주로 솔직담백한 맛을 닮아 있습니다.
샘터분식이 전하는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소중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우리네 사는 모습을 닮아있기도 하거니와 극적이고 거대하며 화려한 볼거리와 장치들만이 주목받고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이 되는 세상에서 잊지 말아야 하며 그럴수록 더욱 간직하고 싶은 일상의 풍경과 진짜 따듯한 사람들의 이야기. 옛 추억 속의 공터와 우리들만의 불장난 그리고 아이들의 웃음소리처럼 말입니다. 샘터분식은 홍대 앞 골목을 배경으로 어쩌면 당신도 길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법한 평범하고도 소박한 세 인물의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조그마한 식당을 운영하는 분식집 사장님 최영임. 소울 컴퍼니 소속 20대 힙합 뮤지션 제리케이 그리고 서울 한 복판에서 지역운동을 하는민중의 집 활동가 안성민. 어울릴 듯 어울리지 않는 전혀 다른 세 사람이지만 절망과 희망 좌절과 용기 열정과 두려움이 만나 빚어내는 일상의 표정은 서로 닮아있죠. 그리고 그것은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그들의 이야기임에도 마치 내 이야기처럼 들려옵니다그들도 우리처럼 살아가고 있다는 평범한 진실을 우리는 일상이라는 이름으로 공감하는 순간입니다. 일상이 마법이 되고 공간이 환상이 되는 놀랍고도 신기한 경험 말입니다.비정규직 88만원세대 경제위기 서민경제 파탄 역주행하는 민주주의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취업대란까지 현재의 대한민국 우리 이웃들은 어떻게 일상을 살아가고 있을까요 번번이 등장하는 이런 이야기들을 전하고 대할 때 마다 손끝이 아려오고 코끝이 찡하지만 까칠하고 팍팍한 세상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각자의 꿈을 위해 이 시대를 견디며 살아가는 세 주인공을 보면서 밑도 끝도 없이 아래로 향하는 세상 속 당신에게 보내는 작은 위로라고 한다면 너무 거창한 포장일까요. 유행의 속도라면 어디에도 뒤지지 않을 홍대 앞. 영화는 긴 호흡과 느릿한 감성으로 우리가 잃어버렸던 일상을 섬세하게 발견하고 복원해내는 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일상의 숨결이 스민 거리 소소한 사람 사는 이야기를 츄리닝 바람 슬리퍼신고 동네  마실 가 듯 느린 걸음으로 담아내고 있네요. 정신없이 빠른 시간의 속도에서 잠시 멈추고 진솔하고 따뜻한 일상을 만나보라는 권유가 이 영화의 메시지임과 동시에 태도인 것을 확인하셨다면 어때요 복잡하고 화려한 홍대에서 살짝 벗어난 샘터분식에서 우리 떡볶이에 라면 번개 안 하실래요 사람 사는 맛 한번 보시죠.  김형기 콘텐츠개발창작소 헤드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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