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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1성북축제포럼] 성북 축제 거버넌스의 요소들

by jineeya 2018. 12. 25.

2018.12.11. 제2회 성북 지역축제 거버넌스 포럼 지역축제잘됐으면합니다 - 지역축제 거버넌스의 요소들에서 발표한 발제문입니다.





성북 축제 거버넌스의 요소들

 

협동조합 문화변압기 이사장 김지희

 

1. 성북지역축제의 지형

 

민관 협치형 축제는 민·관이 협력하여 축제 전반을 기획, 조사, 축적하는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단순 축제 개최를 넘어 함께 상생하는 자생과 자치의 마을 축제를 구현한다는 점에서 기존 주민의 단순 참여 방식을 탈피한 괄목할만한 성장이다.

 

2015

 

2016

 

2017

 

2018

협치 실행

 

협치 확산

 

지역커뮤니티와 연계

 

축제네트워크

민관협치형 축제 본격화

동축제 MP 파견

협동조합 설립

마을장터 확산

민관협치형 축제 확산

축제포럼을 통한 진단 및 축제지원체계 모색

성북축제협력네트워크, 학교, 아카이빙, 포럼

 

기존 축제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민관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었으나, 협치형 축제의 본격적인 발원은 2012년 성북문화재단, 2014년 지역 문화예술네트워크 공유성북원탁회의가 생기면서 시도의 동력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민관 거버넌스에 대한 지역 내 논의와 결의가 모아질 때쯤 축제 역시 거버넌스 방식의 운영에 대한 실행이 가능해졌다.

2015년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과 성북진경이 공유성북원탁회의와 성북문화재단의 공동 사무국 체제를 구성하면서 단일축제에서의 협치 실행이 본격화되었다. 이듬해 성북구와의 상호 협의를 통해 동축제 예술감독이 정해지면서 협치 실행은 2015년 광역축제, 기존 민간주도의 지역축제에 이어 동축제까지 확산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더불어 2016년은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의 공동주관 그룹인 누리마실친구들이 협동조합 누리마실친구들(협동조합 문화변압기’)을 통해 실체화를 시도하면서 향후 지속가능한 문화생태계에 축제, 문화기획 네트워크 조성의 포문을 열었다. 이후 마을장터를 중심으로 정릉 개울장을 수행 중인 마을인시장 협동조합과 미아리고개 마을장터 고개장을 수행하는 협동조합 고개엔마을, 석관동 다다식탁을 주관하는 협동조합 사고뭉치 등이 설립되었다.

축제 별 협치 실행이 확산되면서 과도한 축제 수, 저예산, 인적 자원 부족, 지원체계 미비, 축제 소양 부족 등 지역 축제를 보다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 제안, 각종 재생산 구조 마련, 콘텐츠 개발 등의 논의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에 따라 2017년에는 다년간의 협치 실행을 바탕으로 지역축제 포럼을 통해 지역에서 지속가능한 축제 지원에 대한 각종 제안과 정책이 수렴되었다. 실제 당해년도 축제포럼에는 즉시 적용해도 무방할 수준의 축제 정책 제안이 대두되었으며, 이는 성북구 창조문화도시위원회를 통해 2016년 정리, 제안된 성북창조문화도시기본계획 2020’의 영향을 받았다. 2018년에도 61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거치면서 공유성북원탁회의가 정리한 문화정책 제안 중 축제 분야는 2016년부터 누적되고 공표된 축제 정책안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2018년에 들어서 지역축제의 고관계자들은 함께 모여 상호 간의 정보 교류와 새로운 시도, 정책 제안의 가능성 등을 타진해보기 위한 성북축제협력네트워크 축협을 구축하게 된다. 더불어 현재 역량에 대한 고려를 통해 지역축제 가치를 변화시키고 인적 자원을 발굴하는 축제 학교, 지역축제의 진행 방향을 사례를 통해 살펴보는 축제 아카이빙, 진단과 방향을 모색하는 축제포럼 등을 기획, 실행하고 있다.

 

지난 4년간의 과정에서 이슈도 다양하게 드러난다. 민간 주도의 축제 형성은 축제 자체의 자생력을 강력하게 만들고, 축제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에 경험치가 높아진 주민들은 기획단계에서의 참여는 물론 당일 축제의 가치를 이해하고 즐기는 자세도 보다 적극적이다. 반면 상설 사무국이 구성된 축제는 전무한 상태라 축제 외에 기존 지역 커뮤니티들의 일상 역량을 적절히 빌어쓰기도 하고, 동 축제의 경우 기존 주민주체와의 갈등이 빚어지기도 하며, 기본에 해당하는 예산은 동결 또는 계속 축소되는 경향이 눈에 띈다. 다양한 호재와 악재를 넘나들며 오늘도 성북지역축제들은 한발씩 새로운 길을 향해 내딛고 있다.

 

2. 거버넌스의 요소들

 

가. 거버넌스 동력의 요소들

 

얼마 전 한 공무원은 교육을 세팅하든 책자를 만들든 공무원이 하면 1주일 만에 나오는데 민과 함께 하면 3개월이 지나도 나올까말까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너무나 아름다워 매료되지 않을 수 없다고도 말했다. 우리는 언제나 과정을 강조하지만 실제 과정에서의 논쟁은 때론 막막하기도 하다. 그러나 밀도에 대한 고려와 포기하지 않는 책임감을 서로 신뢰할 수 있다면, 과정도 과정이지만 결과 역시 찬란하다. 과정에 놓여있는 민과 관의 주체들은 대부분의 역경에도 불구하고 자부심마저 갖게 하는 협치의 과정과 결과에 중독된 걸지도 모르겠다.

거버넌스에 중독되는 이유 역시 다양하겠지만 크게 두 가지 정도를 살펴볼 수 있다.

 

1) 소외의 해소

현대사회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은 여전히 역할에 따른 구조화와 분업화의 잔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가가 형성된 이후 강력해진 행정 권한을 다시금 주민에게 부여하고자 하는 노력은 자연스레 권한에 따른 역할을 어떻게 분할하고 결정권을 부여할 것인지에 대한 분업화에 초점이 맞춰지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실질적인 실무가 도출되었을 때 어느새 1인 또는 1그룹의 역할과 책임으로 수렴되고, 기획과 논의의 주체들을 단계 중 일부에만 참여시키다보니 대상화되고, 그들은 자신의 사업으로 받아들이기 전에 좌절하고 포기하기 십상이다.

민이든 관이든 정보 제공 때부터 개입과 협업의 과정을 함께 거치지 않으면 사심 없는 마을민주주의자들일지라도 끼어들기가 용이하지 않다.

따라서 거버넌스의 구조는 설계단계부터 평가에 이르기까지 그 실무의 내용에 관계없이 공유지로 설정하는 맥락을 갖추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직급과 위치에 관계없이 함께 기획하고 논의하고 실행하는 동료, 즉 친구가 생기는 구조가 갖춰진다. 수행에 탈각되어 동원되는 듯한 참여자의 소외도, 수행하면서 논의 주체 확보전략에 실패해 결국 사업을 해치우게 되는 수행자의 소외도 경계를 허무는 과정에서 해소되어야 할 주요 과제다.

 

2) 지속가능한 생태계 구축의 가능성

감각적인 관이 민과 함께 협치형 활동을 수행할 때 가장 큰 매력은 민간이 주도로 하는 사업의 지속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월등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민간에서 만든 지역축제는 행정 지원이 미약하거나 최악의 경우 예산 지원이 사라져도 해당 축제에 대한 고민의 일상성이 확보되면서 의미를 부여하고 지속적인 개최의 여지가 만들어진다.

상대적으로 관주도의 축제는 행정의 결정과 예산의 유무에 따라 실행을 떠나 개최 여부부터 큰 타격을 받게 되고, 해당 축제가 가져온 가치를 재평가할 자리와 구조를 확보하기 어렵다.

 

나. 거버넌스 실행의 요소들

 

1) 권한 융합

기본적으로 거버넌스는 권한 부여가 핵심이자 종착이다. 그 중에서도 민관거버넌스는 최소 2개 네트워크 이상이 주관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그들 사이에 권한은 어디까지 분배 가능한지가 또한 기본 요소이기도 하다. 권한 분배는 기본요소이기는 하지만 경험을 바탕으로 쌓인 효율성이 발현되지 못하면 이를 통해 안건 결정기구 이상을 구축하기 어렵다. 대체로 관에서 예산 투여가 되는 지역축제가 다수인 상황에서 어설픈 권한 분배 전략은 관이나 중간지원조직이 민을 운영위원회처럼 모시고 모든 기획과 실행을 하면서 결정 복잡한 합의체만 구성한 모양새가 나올 수도 있다. 반대로 민 입장에서는 관이 다양한 제한 조건도 동시에 제안하기 때문에 사실상 합의체의 역할도 못하면서 일부 실무를 할당받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따라서 권한 부여의 초기단계에선 상호 지속적인 경험을 담보로 정보 제공을 통해 권한의 범위를 설정하고, 협업을 통해 권한의 내용과 상호간의 능력을 살펴보고, 이에 따라 갈등을 표면화하고 논쟁으로 자정시키면서 권한을 융합해야 한다.

 

2) 권한 분배

사실 지역축제의 주관이 늘어나면 협의의 대상도 생기고, 결정권의 향방도 고민이며, 실행에 대한 신뢰도를 담보하기 쉽지 않다. 특히 축제는 연간 개최일 경우가 대부분이라 1회의 경험이 크게 자리잡을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각각의 축제나 축제 네트워크들의 경험이 단계로 획득하든 빅뱅과 같이 폭발하든 권한의 융합을 경험하고 신뢰가 쌓인 순간, 구체적인 권한의 분배도, 누군가를 향한 권한의 이양도 가능해진다.

단 하나의 축제에도 수많은 결정의 권한이 존재한다. 각 축제에 민과 관이 각각의 능력에 맞게 권한을 분배하고 해당 권한을 인정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은 축제 협치의 경험이 쌓이면서 반드시 논의하고 효율성에 기반하여 취득해야하는 사항이다. 또한 권한의 분배가 해당 사항에 대한 소통의 단절이 아닌 융합의 바구니 안에서 위치 배정된 상황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3) 일상 구축

지역축제는 지역 문화생태계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실제 모든 세상의 축제가 각각 상설의 사업단을 운영하면서 축제와 지역을 연계하는 활동을 이어나간다면 지속가능성에 일조하는 네트워크의 일원이 될 테지만, 실상 사회의 자원은 그리 넉넉하게 분배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제를 하루 또는 주간에 이루어지는 일개의 기획으로만 사고하면 축제의 뿌리는 영원히 내려지지 못할 수도 있다. 지역 주민이 해당 축제를 나의 축제로 인식하고 축제의 지킴이를 자처하는 순간, 축제의 영속성은 승부 지워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축제는 축제 자체의 세계관을 구축하는 동시에, 블랙홀과 같이 지역네트워크의 역량을 모으고, 빅뱅과 같이 축제 이후 지역에 환원되는 순환 과정을 찾아야 한다.

예술마을 만들기, 마을 사회적 경제, 주민자치회, 생활문화 동아리, 지역단체, 각종 모임 등 일상을 주기로 돌아가는 네트워크들의 힘은 축제의 원천이자 정당성을 확보해주는 보물이다. 실제 공유성북원탁회의의 7개 예술마을만들기 워킹그룹은 매주 모이고, 지역에서 함께 활동하고 놀고 일할 거리를 마련한다. 때론 소소한 마켓을 열고, 때론 예술제를 개최하고, 때론 공간을 운영하고, 동네주민들과 소통하고, 지역가게와 친분을 나누며 함께 자치를 도모한다. 그들의 일상 활동은 매일의 마을 살이를 풍족하게 만들 뿐 아니라 그 성과의 하나로 지역축제에서 동네친구들로 함께 모여 누군가는 공연을, 누군가는 부스 운영을, 누군가는 공간 디자인을, 누군가는 축제 기획을 한다. 개인이 아닌 마을과 주민과 친구들의 힘이 1년간의 삶을 투영하고 한몫에 결집시키는 기본 동력으로 작동한다.

지역축제가 축제 기간 외에도 정기적으로 지역 네트워크들과 연계되고, 때론 소속되고, 행위함으로써 해당 일상성을 축제의 것으로도 전환시키는 활동은 축제가 지역과 소통하고 주민의 것으로 치환되기 위한 중요한 장치다. 따라서 지역 축제 매개자들의 일상 활동과 네트워크 결합 역시 향후 제도 구축에서도 함께 고민될 필요가 있다.

 

4) 선택 요소 확대

민관 거버넌스 과정에서 주로 듣는 이슈 중 하나는 상호 소통 언어의 차이점이다. 각각 위치를 기반으로 단련해온 소통은 상대방에게 낯설고 불편함을 초래한다. 그러나 직접적인 단어가 변화하지 않더라도 상호 논의와 결정할 요소가 많아지면 상호 이해도 가속화된다. 축제에서 확정된 필수 요소를 최소화하고 선택 요소를 확대하여 결정권 발동의 이슈를 다양하게 구축해야 소통도 원활해진다.

축제의 변화를 주도하는 전통과 창의는 전통을 이어가는 창의성과 새로운 축제관을 구성하는 창의성 모두를 의미하며, 선택적일수록 발현되기 쉽다. 또한 장기간의 공동 경험은 새로운 선택요소의 발굴로도 확장될 수 있다. 이러한 선택 요소의 확대, 창의성의 발현은 지역축제를 풍성하게 만들고 매번 동일하면서도 새로운 축제의 힘을 드러내기 위한 이벤트이기도 하다.

 

3. 나가며

 

다소 거창하고 거칠고 확신할 수 없는 발제의 제목은 결론적이라기보다 앞으로의 필요성을 제안하는 도발에 가깝다.

지역과 축제와 사람과 행정과 정치는 언제나 변화무쌍하고, 언제나 부족하다. 그래서 쉽지 않고, 논의와 판단이 필요하고, 때론 최선이 아니라 차선을 생각하고, 장기계획이 아니라 단기 계획에 집중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오늘의 정리가 내일까지 쓰일지, 내일의 정리가 미래에 의미 있을지 쉽게 단언할 수 없다.

다만 협치는 인간의 손을 많이 타는, 마치 유기체와 같은,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구성하는 일종의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민간은 민간끼리, 관은 관끼리 알아서 준비하는 축제가 극대화된 효율성을 가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협치를 통해 지역 내에서 일상을 나누고, 그 힘을 축제에 투여하고, 지역축제의 미래를 함께 도모하는 것, 이것은 바로 축제가 나의 것, 우리의 것, 주민의 것이 되었을 때 나올 수 있는 동네친구들의 합작품이자, 축제가 나아갈 수 있는 현재까지- 가장 아름다운 경로다.

20181211_발제_성북 축제 거버넌스의 요소들_김지희.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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