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writing story

[글/시리즈] 도철(饕餮)_#01

by jineeya 2015. 7. 3.

 

 

- 도철 그리는 작가의 글 그리기

 

 

 

02.05.

 

머리가 깨질 것 같다. 눈을 뜨긴 했는데 녹슨 기계마냥 뻑뻑하다. 이게 다 그 순제 놈 때문이다.

나는 쫓겨났다. 그놈에게서, 그놈의 나라에서.

그렇다고 들었다.

여긴 염제 신농의 나라(수메르)보다 북서쪽이다.

땅으로 둘러싸인 안타까운 바다, 중해 근처다.

 

 

03.01.

 

중얼중얼, 웅얼웅얼...

누군가 말을 하고 있다.

그다지 시끄럽진 않는다. 혼자만 말하고 있다.

‘궁~~’ 낮은 소리가 끊임없이 울린다. 

다른 이들은 신경 쓰이지 않는지 귀 기울이고 있지만, 나의 귀는 ‘궁~’거리는 소리가 압도한다.

 

“빨리!”  

드디어 말하는 자 외 누군가가 입을 뗐다.

크진 않지만 빠르고 단호한 목소리다.

역시나, 말하는 자가 당황한다.

또다시 말하는 자만이 말을 이어간다. 

책을 읽는 듯한 말투, 그의 말인지 책의 말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눈으로 보면 그만일 책의 말이 귀까지 소비시키니 머리가 복잡하다.

 

더 이상 들을 인내심이 방전되었다.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변명처럼 느껴져도 진심이라 어쩔 수 없다.

자리에서 일어나니 노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작지만 달콤한 목소리다. 

작은 입에서 흘러나올 것 같은 그 소리는 향기마저 흩뿌리는 느낌이다.

 

 

03.03.

 

늘 있는 일, 늘 걷는 공간인데, 늘 낯설다.

익숙해질 만한 시간은 이미 지났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오감에 붙지 않는다.

 

“타오티에!”

고개가 확 돌아간다. 누굴까?

분명 부르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나를 부르는 소리.

 

나?

‘나’라니...

이젠 환청마저 들리는 건가?

‘나’를 부를 리 없다.

‘나’는 불려질 리 없다.

끝 모를 서쪽의 변방에서 사흉의 하나로 일컬어진 나를 감히 불러 세울 이가 있을 리 없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