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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story

수집, 편집증, 데이터 과잉, 언젠가는 회귀 - 성북 도큐멘타

by jineeya 2014. 10. 31.



성북 도큐멘타는 성북예술창작터의 전시회명으로 ‘독일 카셀에서 1955년부터 시작된 카셀 도큐멘타에서 제목을 빌려’왔다고 하는데, 성북이라는 지역을 소재로 한 작품을 통해 성북을 되돌아보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실 성북이라는 지역 밖에서 살 때는 다소 오래된 도시라는 느낌을 받은 바 있는데, 각종 왕릉, 성곽, 옛집 등의 문화자원들과 나름 괜찮은 자연환경을 생각하면 그리 틀린 생각이 아닐 수도 있다. 다만 ‘오래된’의 의미에서 풍기는 비활동적인 측면은 생각보다 다양한 살아있는 예술가들의 거주와 활동으로 상쇄되는 측면이 있다. 물론 전시 작가들이 모두 성북에 사는 건 아니다.


작가들의 선보이는 작품들은 다양한 매체와 풍경을 담아낸다.

골목이나 주택가를 빛바랜 티미한 색감으로 표현하는 최은경 작가, 도시의 이미지를 재구성하는김승택 작가, 뭔가 인공미 가득한 공주의 집 같지만 실상 미아리 텍사스에 그대로 현존했을 것 같은 풍경을 담아내 디지털이 아니라 아날로그를 구현하는 것 같은 최원준 작가, 동양화의 필체로 성곽 내 다양한 서울의 주요 건축물을 담아내는 김봄 작가, 성북의 돌담을 바닥의 타일로 그대로 옮긴 장석준 작가, 재개발의 찬바람을 거세게 받았을 것 같은 월곡동의 밤과 낮을 사진으로 담는 안세권 작가, 시멘트 블록을 통해 부동산 매물가와 연동된 우리네 거주의 모습을 조명하는 이양정아 작가.


그들은 모두 사회적 이슈와 역사 속의 단면들을 구성하는 삶의 터전, 공간을 다루고 있다. 한편으로는 익숙해져 담겨있는 메시지마저 익숙한 작품들. 심도깊게 고민하지 않아도 알아차려버릴 것 같은 도시에 도사리는 이야기들이다. 그것이 시각화되어 눈앞에 펼쳐져 다시금 되새겨진다는 측면에서 미술 또는 예술 매체가 담당하는 일부의 역할을 가늠해볼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 제목상 적절한 지적이라 볼 수는 없지만 – 계속되는 편집증(?)적 작품들 속에서 현대 미술이란 과연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대체로 많은 작가들이 수집하고 재개념화하고 적절한 매체를 고민하고 재배치하고 목록화한다. 이런 작품들이 주는 매력은 끊임없이 작품이 담고 있는 공간이든 사물이든 사람이든간에 대상에 대한 다양한 관심사와 정보, 시각을 수혈받게 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빅데이터 시대에 비단 미술관 뿐 아니라 외부 세계에서도 쏟아지는, 작렬하는 정보의 무게로 인해 다소 질려버리는 순간이 도래하고 만다. 언젠가 적절한 시기에 또다시 회귀할지도 모르겠지만… 



김봄 작가의 <서울성곽>





김승택 작가의 <성북동>





안세권 작가의 <월곡동의 사라지는 빛>




이양정아 작가의 <300/20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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