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하지만 최근 들어 이보다 더 타 생물체와의 감정이입을,
아주 먼 옛날에 우리가 실제로 겪었을 지도 모르는 현실같은 환상을,
명확히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도 드물다.
트라크족이 지금의 인간처럼 행성에 군림(?)하는 어느 세계.
그들은 문명을 이루고 명상 기법을 통해 고도의 정신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들에게도 자연은 존재하고 자연의 일부는 야생에서 애완으로 길들이기도 한다.
개미보다 좀 크고 쥐보다는 좀 작을 것 같은 크기의 옴족은 트라크족의 아이들이 좋아하는 애완동물이지만,
왠지 어른 타르크족은 옴족의 미친 번식력을 두려워하며 마치 바퀴벌레를 박멸해나가듯 시시때때로 대규모 섬멸기간을 둔다.
옴족의 1년은 타르크족의 1주일.
도대체 이 하찮은 미개동물이 뭐기에 타르크족은 애완과 박멸을 동시에 행하는 것일까?
미리 눈치챘겠지만, 옴족은 인간과 동일하게 생겼다.
타르크 아이들이 모래밭에서 놀다가 미친 듯 도망가는 옴족에게 장해물을 만들거나 집어 던져버리거나 눌러서 죽여버리는 모습은
그야말로 사람어린이가 개미를 다룰 때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종종 등장하는 대규모 옴족의 모습은 개미떼 연상을 노리고 그린 듯 강력하다.
뻔히 알고 있을 법한 세상의 법칙을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노골적이고 날 것의 비쥬얼로 마주보는 건
갑작스런 정화의 소용돌이에 빠져버린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게다가 이 애니메이션의 또 다른 특징인 다양한 생물체들의 모습과 생태는
작가의 높은 상상력에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한편,
모든 생명은 그 안에 우월함과 비천함, 온화함과 비정함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고 절실히 깨닫게 된다.
생명의 진정한 정체는 언제쯤 속시원하게 밝혀질 수 있을까?
* 사진출처 : 다음( http://movie.daum.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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