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작가상 2014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주최하는 2014년 올해의 작가상은 노순택 작가가 차지했다. 전시 자체는 후보작가 4명의 작품으로 구성되어있는데 - 후보가 되었다는 점 자체가 자신만의 색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나, - 작품 수나 주제면에서도 압도되는 1인이었다.
노순택 작가의 작품은 직관적이다 못해 뇌리에 박히게 만드는 회피 유발 마력을 지니고 있다. 그는 근과거의 역사이자 떠올리고 싶지 않은 -그야말로- 사고들의 현장을 꼼꼼이 담아낸다.
이번 전시의 제목으로 정해진 ‘무능한 풍경의 젊은 뱀’은 – 리플렛에 의하면 – ‘무능한 풍경’은 잔인하지만 현실적으로 어찌할 수 없는 풍경’을, ‘젊은 뱀’은 ‘다른 매체에 비해 짧은 역사를 가졌지만 뜨겁고 교활한 사진의 속성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대로의 느낌은 관람하는 사진들의 수가 늘어갈수록 절감할 수 있다. 그의 사진은 어떤 의미에서 수려하다. 구도와 색감,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이야기가 제대로 담겨져있다. 예전에 영화 <경계도시2>가 개봉했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수려하고 꼼꼼하고 이야기가 가득한, 볼수록 나의 나태한 잘못을 꼬집는 목소리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콘텐츠 자체가 뜨겁다기보다 그것을 감상하는 이들을 뜨겁게 만든다.
그러나 감상자는 뜨겁다기보다 때론 미지근할지도 모른다. 아마도 작가가 ‘교활’하다고 표현한 것은, 치고 빠지는 듯한 - 작가가 원한 바 없으나 자연스레 노출될 수 밖에 없는 - 사진의 한계점을 표현하는 다른 단어일지도 모르겠다.
언뜻 보육노동조합 집행부 당시가 생각난다. 노동조합에서는 항상 주체가 일어서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어린이집 내 부당해고나 급식 비리 등의 사건이 발생하여 조합원들이 들고 일어났을 때 노동조합은 그들의 집합체로써 그 역할을 다한다. 어떤 투쟁은 승리하고 어떤 투쟁은 끝도 없는 심연에 빠진다. 그럴 때마다 해당 조합원들에게 밥 먹듯이 할 수 밖에 없는 말이 ‘주체가 일어서야’한다는 말이었다. 그 말 속에는 집행부조차도 때론 주체가 될 수 없는 한계를 포함한다. 실제 조합원이 오랜 투쟁에 지쳐 조합을 탈퇴하거나 해당 사업장을 떠나면 그 투쟁은 좀더 힘을 쓰고싶어도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다. 특히 홍보를 맡았던 나로써는 – 작가의 맥락을 파악하는 건 무리겠지만- 다소 허무하기까지 한 상황마저 도래할 때도 있다.
사진은 비단 작품 뿐 아니라 사회 이슈를 드러내는 중요한 매체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대추리에서, 제주 구럼비에서, 때론 삼팔선에서 묵묵히 현장을 담아내는 작가는 초기 그가 다큐멘터리 보도사진으로 출발했을 만큼, 작품 이전에 ‘사회의 폐부를 치고 빠지는 매체’로써의 흔적이 담뿍 담겨 있다. 동시에 그에게 작가라는 명칭이 걸맞을 수 있는 것은 사진 속 현장을 바라보는 수없이 반복되는 작업 속에서 어느새 현장을 담아낸 사진들의 관통되고 연속되는 맥락과 느낌을 찾아냈다는 점이다. 설사 어느 한순간은 행동의 주체가 아닌 주체를 담는 수단이었을지라도…
노순택 작가
구동희 작가 <재생길>
김신일 작가 <마음, 믿음, 이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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