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브가 달라지고, 링의 각이 달라지고, 룰이 달라지고.
킥을 맞아 허벅지가 퍼렇게 멍이 들어가고, 상대방 팔뚝으로 목이 졸리는 경험도 처음이다.
나름 이름있었을지도 모르는 복서의 이종격투기 전업은 이렇게 모르는 일 투성이다.
그의 전업이 뜻하지 못한 상황에 밀린 것인지 자발적 호기심이었을지 모르지만,
그가 오늘 하루 새로운 직업에서 부딪히는 현실은 애니메이션 화면에서 나타나는 유채색을 무색하게 한다.
오히려 회상일지 모르는 흑백화면 속 권투선수의 모습은 - 뒷맛이 깔끔하지 않을 수 있으나 - 그의 열정이 제대로 한판 붙었을 때의 긴박감으로 치환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만약 권좌의 벨트를 거머줘도 보상받을 수 없는 청중의 외면 속 공허함을 타파하고자 전업한 것이라면,
- 현재까지의 그의 시도는 비록 흑백화면으로 빨려들 것 같이 먹먹하여도 -
언젠가 수많은 청중 앞에서 두 글로브를 낀 팔을 활짝 필 수 있는 그날을 위해 결국엔 다시 이를 악물 수 있으리라.
그 다음에도 공허함이 찾아온다면, 컬러화면이 다시 흑백으로 전환되려 한다면,
그건 그 때 가서 또 고민할 일.
* 사진 출처 : 인디플러그 (http://www.indieplug.net/movie/db_view.php?sq=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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