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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story

흑백화면이 진정한 컬러화면으로 변할 때까지 - 단편애니 [13th 라운드]

by jineeya 2013. 5. 15.

 


글로브가 달라지고, 링의 각이 달라지고, 룰이 달라지고.
킥을 맞아 허벅지가 퍼렇게 멍이 들어가고, 상대방 팔뚝으로 목이 졸리는 경험도 처음이다.

나름 이름있었을지도 모르는 복서의 이종격투기 전업은 이렇게 모르는 일 투성이다.

 


그의 전업이 뜻하지 못한 상황에 밀린 것인지 자발적 호기심이었을지 모르지만,
그가 오늘 하루 새로운 직업에서 부딪히는 현실은 애니메이션 화면에서 나타나는 유채색을 무색하게 한다.
오히려 회상일지 모르는 흑백화면 속 권투선수의 모습은 - 뒷맛이 깔끔하지 않을 수 있으나 - 그의 열정이 제대로 한판 붙었을 때의 긴박감으로 치환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만약 권좌의 벨트를 거머줘도 보상받을 수 없는 청중의 외면 속 공허함을 타파하고자 전업한 것이라면,
- 현재까지의 그의 시도는 비록 흑백화면으로 빨려들 것 같이 먹먹하여도 -
언젠가 수많은 청중 앞에서 두 글로브를 낀 팔을 활짝 필 수 있는 그날을 위해 결국엔 다시 이를 악물 수 있으리라.

 

그 다음에도 공허함이 찾아온다면, 컬러화면이 다시 흑백으로 전환되려 한다면,
그건 그 때 가서 또 고민할 일.

 

 

* 사진 출처 : 인디플러그 (http://www.indieplug.net/movie/db_view.php?sq=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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