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vie story

물 오른 일본 가족 애니메이션의 진수 - 마이 마이 신코와 천년의 마법

by jineeya 2009. 10. 18.

흡사 코난과 같은 체력과 쾌활함의 신코,
흡사 센과 같은 수줍지만 호기심 넘치는 키이코.

두 아이는 할아버지가 전해주는 1000년 전의 역사 이야기만으로 곧장 과거의 장면을 재현할 수 있는 순수한 감성의 아이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일상을 나눌 수 있는 순진한 친구들과 함께 현재를 누리고 있다.
그들은 매일 만나고, 그들의 비밀 장소를 마련하고, 소중한 추억을 쌓아간다.
마치 누구나 어린 시절 누렸을 법한, 그리고 그러지 못한 사람들이 간절히 바랬을 법한 그런 동심의 세계.


'마이마이신코와 천년의 마법'에서는 그들의 순수와 우정과 상상을 지킬 수 있는 많은 요소들이 존재한다.
교사 출신인 할아버지는 그들의 상상력을 높여주고, 귀엽고 개구진 동생, 넓은 들판과 아름다운 자연, 함께 놀 수 있는 금붕어와 거북이가 그들의 주변을 감싼다.

그러나 이 애니가 비단 아름다운 그림만으로 잔뜩 수놓아진 추억소급용이라고 착각하면 안된다.
아이들의 우상이 되버린 한 어른은 실상 도박에 빠진 나머지 자살까지 한 상황이고, 유흥가에선 깨진 술병과 욕지거리로 어지럽다. 현재 뿐 아니라 1000년 전 역시 아파서 병져 누워도 부역을 나오지 않았다면 목이 베어질 수도 있는 세상이었다.

이 애니의 미덕은 현실을 감추는 것이 아니다.
현실은 현실대로 보여주되 오히려 그 와중에조차 꿈꿀 수 있는 동심을 살며시 부러워하는 것 같기도 한다.
그리고 그보다 더 큰 미덕이자 딜레마는 결코 미워하거나 악한 마음을 가진 자가 없다는 점이다. 
우리들이 '나쁘다'고 정의한 많은 일들은 일어나지만, 수행자 자체가 '나쁘다'고 결론 내리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한사람 한사람을 안다면...
인간이란 참 유약한 존재이다.

현재와 과거를 적당히 오고가고, 그들의 이야기 주머니를 조근조근 열어주는 솜씨에서 장인의 숨결이 느껴지는 애니메이션이다.

더욱 신기한 건 유초등학생과 중장년층이 서로 완벽하게 만족할 수 있을 만하다는 점이다.
치밀하게 안배되고 계산된 듯하여 오히려 질려버릴 정도로 말끔하다.

아름답다기보다 현실적이지만 아이들다운 이야기의 마무리가 진행되면서
그들이 가진 동심을 조금이라도 더 유지하기를, 내지는 나 또한 순수해지길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엔딩곡이 끝났다.
그러나 조금 지나 어른을 위한 엔딩곡이 시작됐다.
그 곡이 흐르는 동안, 바로 1,2분 전의 감성은 어느새 사라지고,
지금의 나에 대한 반추가 이루어진다.
'정신없이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는 자못 어른이나 고민할 것 같은 질문과 감성이 끊임없이 밀려나와 머리를 어지럽혔다.

각 세대에게도 만족스러울 것 같고,
일 개인에게도 1시간 반 사이 인생 몇십년을 왔다갔다하게 만드는 오묘한 애니메이션.

마이 마이 신코와 천년의 마법
감독 카타부치 스나오 (2009 / 일본)
출연 후쿠다 마유코, 미즈사와 나코, 모리사코 에이, 혼조 마나미
상세보기

* 공식 홈 - http://www.mai-mai.jp
사진출처 - http://movie.daum.net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