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아 (Coc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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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과 교수라는 전문 커리어가 있는 엄마, 미정.
그녀 옆에 있는 그녀, 민재.
딸 재이는 아빠도, 엄마도, 옆집 아저씨도, 아줌마도 아닌, 그저 엄마의 애인일 뿐(?)인 그녀가 여전히 대면대면하다.
설상가상 유학 전에 엄마 집에 들어오게된 민재에 대해 엄마는 더욱 애정이 새록새록해지지만, 딸의 심기는 더욱 불편해져간다.
말본새부터 시작해서 가시가 묻어나는 딸에게 애인 민재는 조심스런 소통을 이어가지만 중간에 생기는 갑갑스러운 공기는 제거하기 어렵다.
그리고 떠나고나서야 알게되는 공허함.
엄마는 무용과 교수라는 신분을 상실한 채 새벽에 끓여먹는 라면으로 상쇄시키고 있다.
딸은 엄마에게서 묻어나는 감정과 대면대면하게 쌓아온 관계의 온기를 끌어올려 엄마에게 투여하는 것으로 그리하고 있다.
달콤함 뒤에 남은 씁쓸함, 그것은 정든 이가 가고 없는 빈 자리에 대한 정의일런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극단으로 몰리는 게 아니라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또다른 관계들의 발생과 예전 관계로 인해 엮여진 새로운 내용들때문일지도 모른다.
민재가 들어오지 않았다면, 엄마 옆에서 -여전히 툭툭 던지는 말투이지만- ‘좀 챙겨야겠다’는 제스쳐를 취하는 딸 재이는 없을 런지 모른다.
민재가 들어오지 않았다면, 일상의 일부를 공유하던 그녀의 자리가 얼마나 컸는 지 엄마 미정은 깨닫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민재가 들어오면서 3명이 일으키게 된 새로운 파장이다.
이 영화는 코코아, 라면 등과 같은 아이템의 성격을 다시 음미해볼 수 있을 만큼 3인의 감정선과 밀접한 연결을 보여준다.
코코아는 달짝지근하지만, 이별을 고하는 끝에는 쓴 맛이 살짝 배어나기 마련이다. 라면은 포만감을 주지만, 이별을 경험한 이의 공허함을 매꾸기에는 너무 순식간에 증발해버린다.
이렇게 든든하기만 할 것 같은 코코아, 라면 같은 아이템들도 실상 중간중간 허탈해지는 때도 있다.
그러나 다소 허탈하고 때론 삐그덕해보이는 그저 그런 소소한 일상의 관계들이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하나하나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군더더기 하나 없는 깔끔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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