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50대, 노안경, 깔끔한 머리카락과 차림새의 노련하고 편안한 서비스 제공자들.
카제타 델로루소의 직원들이다.
오너의 아내 취향에 따라 50대의 노안경만 고용하는 이 레스토랑은 로마 한 구석에 위치해 있는 작은 공간이지만 생각보다 인기가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일단 양조장 출신의 주인장이 멋진 와인을 제공하고 소믈리에 지지는 좀 뚱하지만 개인별 취향도 마시는 속도도 잘 가늠해주는 베테랑이다. 주방의 훌리오는 로마 최고의 레스토랑 쉐프이기도 했고, 테오 역시 실력에는 뒤지지 않는 훌륭한 요리사다. 카메리에이레(급사장)도 환상. 붙임성 최고인 비토와 깔끔하고 성실한 외모의 클라우디오, 왠지 차가우면서도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애정만땅일 것 같은 루치아노.
요즘 삼촌들이 사랑하는 '소녀시대'를 보면 그 중 한명 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소녀가 있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이 애니메이션에서도 좀 더 우아하고 기품있는 미중년들을 취향대로 골라볼 수 있다.
큰 사업장에선 슬슬 은퇴할 나이가 되었다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아직 늙지만도 않은 나이. 그들의 나이에서 나오는 기품은 능력과 적절히 섞이면서 확실한 결과를 보여준다.
맛, 분위기, 품격, 그 무엇 하나 놓치지 않고 손님들에게 제공한다.
그렇다고 중년 여인들의 고상한 꿈의 놀이터를 구축한 그들을 엄청난 능력자라고 생각하는 것도 곤란하다.
비토는 카메리에이레 경력의 시작이 바로 이곳이었을 것이고,
바리스타였던 루치아노 역시 비슷할지도...
그들이 한순간도 흐트러짐없이 이 장소에 걸맞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고 착각하거나 현재만큼이나 매 순간 순탄하게 지냈을 것 같다는 달콤한 생각은 버려야한다.
20대부터 카메리에이레를 해온 클라우디오는 깔끔하고 동정어려보이는 외모와 달리 접시 잘 깨고 임기웅변 딸리는 어리숙한 멍청이로 불리웠을 것이다. 이름도 산토 클라우디오 파라디조라니, 이 상황에서 천국이니 성인이니 불리우는 건 바보라 불리우는 것과 동일하다.
처음 일을 시작한 가게에서의 그의 기억은 안좋은 것 천지다. 당시 같이 일했던 훌리오는 같은 나이에 이미 최고의 메인쉐프였으니 더욱 자신이 초라해질 뿐이다. 그러한 기억들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20여년 지난 지금, 클라우디오에게는 아련한 추억이고 현재의 자신을 더욱 빛나게 하는 사실이기도 하다. 불쌍한 듯 요리를 만들어주던 훌리오도, 당시 그 가게에서 가장 구박을 많이 하던 매니저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지만, 현재의 그가 얼마나 훌륭한 카메리에이레인지 칭찬을 아끼지 않게 되었다.
한번도 길을 틀지 않은 행한 과정의 노력은 올곧이 클라우디오의 몫이었고, 그의 가장 훌륭한 점이기도 하다.
이 애니메이션은 기본적인 여성 판타지에 대한 충족, 새로운 문화권에 대한 정보와 감수성을 통해 호기심을 자극시키는 똑똑한 상업 애니메이션이다. 아니면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다. 적어도 한국보다는 좀 더 다양한 문화를 소비하고픈 수요층이 든든하게 뒷배를 지켜주는 엄청나게 행복한 상황이 주어지다보니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엄청난 내용이나 비밀이 담긴 것도 아닌 일상이지만, 판타지를 담은 일상이다.
기존 10,20대들이 주인공인, 얼굴도 몸도 빵빵하지만 너무 많이 봐서 식상한 아이템의 이상향이 아닌 좀 더 시선을 틀고 마음을 움직여 다른 재미의 이상향을 제공한다.
동시에 로마, 레스토랑, 50대 노안경의 신사들이 펼치는 판타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진짜 판타지만으로 채우지만도 않는다. 그건 너무나도 지루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도 경중이 다를 지 모르지만 힘들었던 기억, 꼬인 가족사, 답답한 애정문제 등 헤쳐왔고 때론 헤쳐나가야 할 골머리 썩이는 문제가 꽤 되지만, 우리가 믿는 건 그들이 '절대 외면하지 않을 것'이며 되도록 '따사롭고 현명하게 풀어나가고자 노력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것이 바로 어른들의 세계가 멋져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 사진출처 : 후지TV(http://www.fujitv.co.jp/b_hp/rispara_anime/)
'movie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웃겨야 하나, 말아야 하나 - 단편 영화 [꽃] (0) | 2011.02.28 |
---|---|
관계는 코코아맛 - 영화 [코코아] (2) | 2011.02.19 |
아무리 넓혀봐도 문제는 한가지 - 영화[나를 떠나지말아요] (0) | 2011.01.26 |
기왕 뻥칠거면 훌륭한 걸로, 제대로! - 애니 [정상인의 만담] (0) | 2011.01.18 |
삽질 중인가? 캐내는 중인가? - 영화 [삽질, 텍사스] (0) | 2011.01.1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