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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20대를 일컫는 말, 88만원세대.
단편 애니 [88만원]은 그들 중 누군가의 인생 8분을 짤라놓은 모습이다.
딱 한명의 출연자, 얼굴을 알아볼 수는 없으나 유난히 동그란 실루엣의 더벅머리가 인상적이다.
그가 정신없이 머리 굴려 계산 중인 생활비는 그와 그의 방 풍경에 덧입혀지고,
걸려온 여자친구의 전화로 인해 계산식(?)은 더욱 복잡해진다.
무언가 정신없이 쌓여있는 책상 위와 방 바닥의 풍광은 그의 분주함을 나타내는 동시에,
얼기설기 그려진 연필의 필체 사이 사이 숭숭 뚫려있는 인물과 물체들의 속은 흡사 속빈 강정 같은 공허한 삶을 보여주는 듯도 하다.
남자는 21세기 생존의 법칙을 다시 쓰는 양, 예측되는 엥겔지수만큼이나 높은 %의 인생을 생명 유지에 소비하고 있다.
계산식으로 더이상 채워질 수 없을 만큼 어지럽혀진 화면에 한 점의 여백도 없어질 때 쯤, 그의 사정을 알 법도 한 또다른 88만원세대인 여자친구는 전화로 이별을 통보한다.
하지만 그녀를 원망할 건 없다.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 인생의 약간의 %를 낭만으로 채우고 싶었을 뿐이고, 일반인과 비교하여 그리 높은 수위도 아니었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주인공이 그녀의 헤어짐으로 인해 -구체적으로 따지면 데이트비용 절감 효과로 인해- 다음달 생존에도 무사히 'save!'를 외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인생의 10%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아야 할 21세기 생명 유지의 고민은 더욱 심오(?)해지고 더욱 비참해지고 있다.
코믹함 속의 정곡!
* 사진 출처 - 네이버 무비(http://movie.naver.com)
* 뱀발 - 정동진독립영화제에서 감독님을 봤다. 캐릭터랑 닮았다!ㅋㅋ 게다가 왕 유쾌하다..ㅋㅋ 마치 만화 속 주인공을 본 것 같은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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