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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 사무소에서 알바를 시작하게 된 주인공. 세무공무원을 꿈꾸는 지라 더운 여름 아직은 어색한 양복까지 빼입고 갔다.
하지만 그를 기다리는 것은 -결과적으로 서류 정리이긴 하지만- 키보다 높이 쌓인 박스들을 옮기고 새 박스로 서류 옮기는 노가다.
알바의 터전 옥상에는 이미 선임 리차드가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그는 영국 유학파라 영어도 유창하고 붙임성과 수완도 좋아보이는데다가 주인공보다 2살 정도 많아 바로 형님 아우 사이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단 하루 사이 그는 저녁 알바로 뛰는 나이트의 삐끼 '유학생 리차드'이며, 유학은 아마도 뻥이고, 심지어 나이까지 속인 것이 밝혀졌다.
얄밉고 울컥하는 마음에 바로 사무장에게 일러바친 주인공과 리차드의 뒤바뀐 小인생이라니...
인간 참 간사하다.
유학생이라 믿었더니 세무공무원 시험 준비자보다도 정산관리를 더 잘할 것 같고, 뭐든 똑똑하게 잘 할 것 같다.
게다가 이 얄미운 거짓말쟁이 리차드는 연기 한번 능숙하기 이를 때 없다. 상황을 적당히 이용할 줄 알고, 힘든 일은 자기 편한대로 적당히 떠넘기고, 새로운 알바를 더 늘리기도 한다.
하지만 어차피 거짓은 뽀록나는 순간 물에 쓸려나갈 소금탑이다.
그리고 모든 거짓의 탑이 무너진 순간 철옹성같은 불신의 벽이 쌓여버렸다.
그에게 쏟아지는 무시와 천대는 당하지 못했던 만큼 더욱 무자비하게 느껴진다.
인간 참 무지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만 볼 줄 아는 단순한 능력이 점점 사라져간다.
그보다도 더욱 협소하게도 그가 보유한 것 만으로 그의 전부를 평가해버린다.
그걸 잘 아는 영악한 자들은 자신이 가진 게 모자라면 더욱 큰 것인 양 포장해버리는 도박을 감행한다.
그리고 혹시라도 도박에 실수가 발생해 밝혀지는 날에는 세상의 모든 거짓에 대한 분노가 쏟아지듯 그에게서 폭발해버린다.
안 밝혀지면 재수 짱, 밝혀지면 재수 꽝.
모 아니면 도가 된 권선징악 논리는 더욱 허술해지고 더욱 간악해진다.
인간 참 뻔하다.
고백과 도발 사이 주인공과 리차드의 뒤바뀐 小인생은 솔직히 바뀌었다 말하기도 쑥스러울 정도다.
아르바이트로 점철된 대한민국 20대의 생활은 다 거기서 거기다.
그저 잠깐의 도발 좀 해본 리차드와 그렇지 않은 주인공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더욱 구슬픈 인생들일 뿐이다.
* 사진출처 : 다음영화(http://movi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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