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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story

불안 기반 개인별 선택 가능 혼합 장르물 - 애니 <데드데드 데몬즈 디디디디 디스트럭션>

by jineeya 2025. 1. 18.

출처 : KOBIS

간만에 '영화 보고 블로그 포스트'라는 걸 해볼까 했더니 크게 달라진 점이 생겼다.

우선 본래 영화 이미지는 다음영화에서, 책 이미지는 알라딘에서 출처 밝히고 가져왔었으나, 
네이버도 다음도 모두 영화 정보 서비스를 종료해버렸으니 결국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KOBIS로 흘러들어왔다.
그동안 포털에 고이 쌓아온 영화인들의 노고는 순식간에 사라지기도, 팔릴 수도 있는 대상이다.
OTT는 서비스하는 영화만 한정하여 정보를 제공하니, 그런 의미에서 상호작용을 통해 쌓이는 밀도 높은 정보의 공공 아카이빙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간만에 극장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을 봐야겠다 싶어서 극장 앱에서 간신히 검색하고 별 정보 없이 포스터 작화만으로 선택하여 <데드데드 데몬즈 디디디디 디스트럭션>을 보고 왔다.
'파트 1'을 보는 순간 '망했다'싶었으나 2월이면 파트 2 개봉이라니, 곧 다시 극장 방문 예정이라 하겠다.

'데드데드 데몬즈 디디디디 디스트럭션'은 제목으로 보나, 이미 파트가 나뉜 것으로 보나, 관람이 꽤 녹록하지 않은 애니메이션이다.
도쿄 한복판에 외계선이 떠서 어설프게 공격하다가 수많은 시민들이 사망했고,
그 와중에 3년 내내 떠있는데 하늘 아래에선 일상을 보내고 있고,
고등학생들의 우정과 성장이 나오다가
과거를 잊은 건지 판타지로 빠진 건지 복기 장면이 살짝 나오더니
숨이 턱 막히게 마무리된다.

2시간 내내 몇 개의 장르와 몇 개의 분야를 쉴새없이 오고간 후 겨우 땅에 착륙할 수 있다.
다만 중간중간 복선도 회수되는 편이라 따라가기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다.

결과적으로 2월의 파트 2까지 볼 수 있다 싶은 사람은 관람할만하다 하겠다.

출처 : KOBIS



이 애니메이션은 15세 관람가로 과한 폭력은 없지만,
두가지 점에서 굉장히 끔찍하다.
둘 다 등장인물이 어리거나 어린 약자로 보이는 점이 영향을 미치는 데,
'어리다'는 점은 성인과 동일한 강도의 경험에 대해 더욱 순수하고 더욱 잔혹하고 더욱 비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번째로
어린 주인공은 과도한 힘을 쓰면서 생기는 결과를 자기 변명으로 점철된 그릇된 생각으로 덮어버린다. 그리고 이를 무마시키기 위해 주인공의 친구는 매우 적절하고 훌륭하고 유치한 행위를 취한다.
순간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을 화면에 옮겨놓은 줄 알았다.
의도가 미쳐버리겠는 위정자가 일으킨 계엄의 결과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고, 이를 회복하기 위해 적절하고 훌륭한 사회 시스템을 작동 중이다. 동시에 그 적절하고 훌륭한 시스템은 짜치고 유치하다고 비판받는다.
상대가 짜치니 알아야할 사건의 내용도 짜치고 해야하는 대응도 적절한데 짜치다. 

비웃으면 될 일로 분노하게 만든다.

사람은 언제나 그릇된 경로로 내딛을 수 있으나 '적당', '정도'를 모르고 내달리기 시작하면 '할 수 있던 것'이 아니라 '하면 안되는 것'이 된다. 이 차이에 대해 모르는 수많은 권력자에게 수없이 상처받는다.
동시에 앵무새마냥 법을 운운하고 더이상 법의 테두리에 숨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법의 허점을 발견하고 이용하는 법의 정치로 이 세상을 주무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우물 안의 개구리들 - 극도의 이기주의자들이 사회의 지도층인 건 알았지만 집단 의식의 흐름까지 장악했다는 점에서 한시도 감시를 게을리한다는 건 존재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한다.

원래 남한테 일 시켜놓으면 나는 더 부지런해야 한다. 이 정도로 피곤하게 굴 줄은 몰랐지만...ㅡ.ㅡ

두번째로
이 애니메이션은 작고 귀엽고 말이 통하는 어떤 존재들이 잔혹을 경험할 때 느껴지는 묵직한 공포감과 절망을 제공한다.
이러한 감각은 애니메이션 <스카이 크롤러>를 떠올리게 만든다. 
세상의 평화를 위해 선별된 전쟁쇼를 하는데 동원되는 군인은 자라지 않는 어린이. 죽을 날을 받아놓은 이 어린이들에게는 모든 어른의 행위가 허용되는 데, 맹랑하기는 커녕 처연하기 그지없다.

세상은 여전히 살만한 줄 알았는데, 세상은 여전히 해소할 수 없는 어둠에 눌려있다.
이 비참한 사실을 알고 있기에 판타지같은 애니메이션, 뽀송뽀송한 화면에도 좀체 얼굴을 펼 수 없다.

물론 이 애니메이션은 성장물로 봐도 전혀 문제 없다. 가볍게 보려면 한없이 가볍게도 볼 수 있다. 동시에 하나하나 무게를 부여하면 끝없는 심연에 빠질 수도 있다. 

보기 좋을 지 힘들지 관람객이 스스로 선택하시라.
불안을 기반으로 한 선택형 정신산만 혼합장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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