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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디코트3

[12F] 묵은 오래 되었으되 뒤돌아보지 않아 묵고, 묵히다가, 해묵은 작업들이 있다. 나는 그 중 하나의 작업을 종료했다.캔버스는 20년 전 동생이 쓰던 나무틀에 새로이 브라운천이 씌워졌고,그 위로 어두운 도심 벽면을 테마 삼아, 핸디코트에, 수채화물감에, 수채화용 크레용에, 유화까지 뒤섞였다. 그러나 동네일 하고, 커리큘럼에 머리 쓰는 동안,우리동네아뜰리에 한 벽면에 고이 자리 잡았던 작업은비단 재료들만 덮어쓴 게 아닌 듯 하다. 몇개월 만에 다시 마주한 작업은 나의 공기를 지우고,된장처럼, 간장처럼, 그리고 곰팡이처럼 묵고 묵혀져,이미 나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 오늘 나의 것으로 돌리기 위한 해묵은 작업이 시작되었으나 순순히 돌아왔는지는 미지수다.낯설고 힘들고 손은 만신창이다. 그래도 괜찮다.그래서 더 괜찮은지도 .. 2016. 7. 2.
[100M] 흐린 비 § 도시에 덧입혀진 자연의 흔적 > 흐린 비 이보다 쨍할 수 없다. 6월초부터 폭염이 시작된다.태양의 빛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직시할 수 없었다. 올곧이 직시할 수 있는 건 나를 둘러싼 소소한 반경 뿐이다.나와 같은 사람이 만들고, 나와 같은 사람이 가꾸고, 나와 같은 사람이 망가뜨리고, 나와 같은 사람이 복구시키는 공간들. 때로 사람들은 광합성이 필요하다 말하지만 일시적이면 된다.대부분의 시간을 사람이 만든, 그닥 유쾌하다 생각하지 않는 그곳에서 잘 버틴다. 물론 사람이 만들어도 이내 사라진 공간엔 자연이 깃들고 흔적을 남긴다.가끔 그곳을 찾은 사람은 격렬히 거부하거나 격하게 애정을 표시한다.도시에 남은 자연풍화의 흔적은 언제나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사람이 그 무엇을 창조해도 자연은 변화시킬 수 있다... 2016. 6. 6.
[완성] 불통(不通) 심연에 갇힌듯 한 두사람의 대화. 대화를 위해 시도된 무형의 소리는 때로 둘 사이의 거리와 경계를 규정 짓고, 통하지 못한 의미들은 서로의 표정조차 변화시킨다. [불통(不通)], jineeya(김지희), 61*45cm, 장지에 복합재료 2015. 5.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