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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희3

[글/시리즈] 도철(饕餮)_#07 - 도철 그리는 작가의 글 그리기 06.19. 향긋한 바람이 코끝을 간지럽히기 한참일 무렵 결국 난 눈을 떴다. 평화로움에 땅에라도 스며들 수 있을 것 같지만, 결국 몸을 일으켰다. 얼굴에 닿는 나뭇잎이 뺨을 간지럽혔지만 뿌리치고 마음을 돌렸다.페린데우스를 뒤로 하고 숲을 벗어났다. “타오티에님”분명 나의 이름이다. 그것도 지중해 근처에서 듣는 순의 언어.“타오티에!”고개를 돌리는 건 순간이었으나, 그의 얼굴은 느린 슬라이드 화면처럼 서서히 윤곽을 파악할 수 있었다.‘명!’순의 장수 명이다. 나의 멱살을 부여잡고 군선에 밀쳐 던졌던 바로 그 녀석! “잘 지내셨습니까?”깊숙이 굽힌 자세가 마치 나를 조롱하는 것 같다.바로 치켜든 얼굴에 번지는 반가움의 미소가 나를 혼란스럽게 만든다.‘여긴?’ 무슨 일로 왔.. 2015. 8. 20.
[글/시리즈] 도철(饕餮)_#02 - 도철 그리는 작가의 글 그리기 03.19. 나의 이촌(二寸)1)들은 겁쟁이다. 아니, 게으른 건가?순제의 궁 밖으로 나온 적이 거의 없다. 한 번 몸짓에 천리를 가는 용의 자식으로 태어났으면서도황제가 보이는 제 어미에 대한 호의에 자식들이 먼저 반응했다. 앞다투어 경쟁하듯 순제의 심금을 울릴만한 제의를 내뱉었다.'사후를 지켜주겠다', '궁의 파수꾼이 되어주겠다', '독약으로부터 황실을 지켜주겠다', '소리 질러 귀신을 쫓아주겠다'... 하나같이 쓸모없는 존재였다. 그렇게 보였다. 그래서인지 쓸모 있을 법한 일을 열심히 찾아댔다. 그렇게 보였다.찰나의 안위를 위해 종마처럼 달렸다. 그렇게 보였다.결과적으로 꽤 바빴다. 그렇게 보였다.어리석었다. 그렇게 보였다. 1) 도철과 이촌들 도철(饕 탐할 도, 餮.. 2015. 7. 9.
용의 자식들을 만나다 용생구자, 앙증맞은 용의 아홉자식들을 만났다.분명 용의 자식들은 용이 되지 못하고 쫓겨나기도 한 괴물들도 섞여있지만,궁궐 처마에서, 종 위에서, 화로에서, 문고리에서, 식기에서, 비석을 짊어지고 임금과 서민을 지키는 존재들이기도 하다. 2015. 4.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