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단편영화제 섹션5. 가족의 탄생 中 <미끼와 바늘>
30년도 넘은 이력서의 사진에는 젊은 청춘의 한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져있다.
어느새 머리도 하얗게 새고 주름도 자글거리지만 그닥 추한 건 아니다.
정년퇴임이 가까워온 그들의 모습은 여유롭고, 넉넉하고,
간혹 친구에게 삐치고, 잘못은 인정하기 어렵고,
젊은 상사는 신경 쓰이고, 그렇다고 원하는대로 일을 해줄 기력은 없다.
평생의 노동 터전인 공장에선 근무시간 내내 CCTV가 돌지만,
평생의 노동 버릇인 흡연, 커피 한잔, 퍼즐 맞추기는 쉬이 끊어낼 수 없다.
결국 1,2,3차의 경고를 맞이한 끝에 두 친구는 공장에서 해고당했다.
그들이 해고당하기까지 노동현장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관람객들에게 많은 딜레마를 안겨준다.
근속이 30년 넘은 이들에게 해고는 적합한 방식인지 고민하는 한편,
옆의 노동자가 그리 일하고 동일 임금 받아가면 열받을 것 같기도 하고...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면 늙음에 대한 패널티가 아니라 인센티브를 고려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그러나 특히 대한민국과 같이 지구상 최대의 노동시간과 노동강도를 가진 나라에선 대부분 사람들이 패널티를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고보면 노후대책도 부실한 나라인데, 자본의 노동시장 대책은 세뇌를 포함하여 꼼꼼하기 그지없다.
두 친구가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그들은 평소 즐기는 행위 중 일부를 현재의 상황과 적절히 배치하여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
그리고 그들은 (아마도) 행복했다.
이 영화는 블랙코미디를 조장할 그 어떤 의도가 보이지 않는 걸로 봐서
감독은 정말 순수하게 화이트 코미디를 지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관람하고 나면 정말 씁쓸함 만이 입가에 맴돌 뿐이다.
현실에서 그들은 창업하더라도 한시적이고 잘 되어도 공장이 직영을 모색할 터이니 그거대로 문제다.
한여름밤의 꿈과 같은 모습에서 노동자의 희망은 요원하다.
나름 북유럽의 노동 복지를 꿈만 꿔서는 평생이 걸려도 희망에 맞닿을 성 싶지 않다.
최근 드는 생각은 무엇이든 단독으로 이루어지는 건 없다는 점이다.
새삼 모든 민관 협력의 시초는 민민의 자발적 연계의 규모가 눈에 띄는 정도, 관의 역할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정도를 넘어선 시점이 아니었나 싶다.
말도 안될 것 같은 작은 창업들과 새로운 물물교환들은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가질 때 관의 시각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
출처 : https://www.facebook.com/eus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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