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My Sweet Baby)

장편, 다큐멘터리, 드라마, 어린이/청소년, 여성, 가족, 사회, 성장, 노동, 대한민국, 70분, DV, 2010년

노동운동에 관심 많던 한 여인이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다큐멘터리 공동체에 들어간다.
촬영하면서 장애인들과 잘 어울리던 사제 신분의 남편을 만나 결혼한다.
그리고 어느덧 아이 셋의 엄마가 된다...



누구라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누구나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는 수십년 해왔던 그것, 결혼과 육아.
그래서 누구나 하는 것 같길래 별 준비 없이 덤빈 다음 매일매일 깨지는 득도의 삶을 보내는 수많은 사람들.


놀랍지만 때론 이보다 더 지루하기 이를 때 없고,
저질러본 다음에야 준비와 각오의 필요성이 절실해지는 일들 중 가장 으뜸은 역시 가족 만들기와 아이 키우기다.


그래서인지 육아와 가족과 관계를 다루는 영화는 쉬운 듯 어렵고 어려운 듯 쉽다.
비단 관객 입장에서 내용을 살펴볼 때 뿐 아니라 제작을 결심한 감독의 입장에서 편집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을 듯 싶다.
일상을 쫓아가다보면 이 장면은 필요한 건지, 그 장면은 뜻하는 바가 타인에게 전달될 수 있을 건지, 저 장면은 요러조러한 장면이랑 겹치고 또 겹치는 건 아닌지?


게다가 특히 자신까지 화면에 끼어넣어야 하는 영화라면 더욱 더 '난 잘 해나가는 사람!'이라 주장할 수 있을 리도 없고,
이놈의 결혼과 육아로 얽힌 관계는 대체 뭐가 정답이고 정의인지 알 수 없는 지상 최대 복잡, 정의 불가 인간관계이기도 하다.


하지만 감독은 자신의 아이들을 잘 담아냈고, 자신을 잘 담아냈다.
중간중간 계속 터지는 웃음과 미소는 참을 수 없는 그들의 사랑스러움과 자연스러운 인생의 위트에 기인한다.


그녀의 시선은 끊임없이 아이들을 담아내는 동시에 자신과 아이들이 행복하게 지내기 위해 필요로 했던 많은 사람들 역시 담아낸다.
솔직히 꼬이고 꼬인 가족사를 다루는 TV 아침마당을 찍거나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촬영할 게 아닌 이상,
'아이들'을 찍어 영화에 담는다는 행동은 이미 아이를 돌볼 때 가장 기본적인 -지속이 담보된- 관찰과 호기심을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더불어 조금 더 관찰하다보면 '아이들'뿐 아니라 '아이들'을 둘러싼 주변 인물이나 환경으로도 시선이 확장된다.
그리하여 그녀의 시선이 닿은 곳은 그녀의 어머니와 언니들, 아이들을 돌보는 보육노동자들이다.
그들은 바로 육아와 노동을 동시에 수행하고자 하는 그녀 자신의 숨통을 틔우고 아이들과의 관계를 보다 원활하게 만들어주는 존재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의 남편은 -다소 억울하겠지만- 구조적인 악인의 역할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녀의 남편은 분명 마초에 젖어든 대한민국 남성들이 내려놓은 우리 사회 관계 표준을 끌어올리는 데 혁혁한 기여를 하고 있는, 남들이 보기에 소위 '훌륭한' 남편이다.
그러나 감독을 포함한 그녀들의 기준은 좀 다르다.
사실 아이들과의 관계 교류에 있어서 그녀의 남편은 그녀와 동일한 존재 의미를 지닌다.
그리하여 남편이라는 존재는 '필요로 했던 많은 사람들'의 대열에 끼지 못한다. 그의 신분은 이미 그 필요를 원하는 또 다른 그녀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머리 안 쓰고 몸만 쓰려는 그들은 아직 머나먼 이해의 계곡을 건너야하는, 다만 미워만 할 수도 없는 악인들이다.
기왕 한 결혼이라면 열심히 교화시켜 옆에 꼭 붙여두어야할 골 아픈 악동들이다.
그나마 그 몸마저도 쓰지 않는, 버려버리고 싶은 그들보다는 좀 가능성 있어보이는 악동들.


영화는 다 알지만 본질적으로는 잘 모를 지도 모르는 일상의 모습을 비추고, 게다가 흥미진진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어떤 내용이 어떻게 흥미진진했는지 집어내기는 쉽지 않다. 마치 이 영화는 기승전결로 하나의 영화가 완성되는 형태가 아닌 매 장면 하나하나에 기승전결이 숨어있는 느낌이다.



원래 감독은 자신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준 보육노동자의 모습과 투쟁을 담아내는 다큐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실제 내가 보육노동조합에 있었을 때 보육노동자가 모이는 곳이면 언제나 류미례 감독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감독이 제작한 영상을 공유하면서 결속을 다지곤 했다.
심지어 감독은 사재를 털어 비교적 진보적인 보육 시스템을 구현하고 있는 일본 보육소 촬영에 할애하였고, 이 기회는 보육노동조합의 일본 보육현황 탐구에도 큰 도움을 주었다.
원래의 목표가 성취될 수 있도록 류미례 감독의 작업에 보다 보탬이 되었다면 좋았겠지만 노동조합 내에서의 꼬였던 일도 영화 컨셉 조정에 일조한 감이 있어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

도중에 촬영 컨셉이 크게 수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멋진 작품을 선보인 감독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뱀발. 아이 셋, 맞벌이 부부의 첫째딸, 하은님! 아마 지금 당신이 행복하게 수행하고 있는 많은 일들이 어느날 갑자기 '큰 딸 컴플렉스'라는 이름으로 다가올 지도 모르겠네요. 그때가 되면 미련없이 던져버려도 돼요~! 그럼 된 거지 뭐...^^
 
 
* 사진 출처 : 인디플러그(http://www.indieplug.net)
* 공동체 상영 신청 : 시네마달(http://cinemadal.tistory.com/38)

  1. 하루 2010.10.16 07:53

    어머나. 멋진 리뷰 감사합니다. 잠자고 있는 일본 테잎과 그 여름의 그 시간들도 어떤 식으로 불러내야할텐데요... ^^ 고마웠어요. 토요일 상영은 제가 보지 못했고, 화요일 아침 상영을 들어가봤는데 많이 차분한 분위기라서... 약간 상처를 받았다고나 할까요. 꿈의 공간인 극장에서는 감독의 의도가 거의 80%이상 살아있는데 관객들이 감독이 의도한 포인트를 무덤덤하게 지나갈 때는 그 때마다 칼로 싹 베이는 듯한 아픔이 남거든요. ^^ 힘을 내서 다시 편집을 해야겠어요. 그동안 영화제에서 자기를 볼 때마다 반가운 만큼 미안했었는데...^^;

    • ㅋㅋ 감독님! 나중에 김명선여사에게도 연락이 되었는데 영화 많이 보고 싶어 하세요. 다른 보육노동자들에게도 좀 알릴려고요.
      토요일 상영은 받으신 질문만큼이나 열광적이었는데 말이져.
      정말 감사드리고여~! 후반작업도 고생하삼 (^____^)/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