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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story

행복은 잠깐, 저주는 문뜩문뜩 길게 - 단편영화 [저주의 기간]

by jineeya 2010.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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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목: 저주의 기간 The Cursed
영화장르:
영화년도: 2010
영화감독: 허정
재생시간: 22분
상세정보: 2010 | HD | 20min | COLOR | English Sub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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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도 없는 배앓이, 기억력 감퇴를 넘어 무기억증.
상위를 다투던 누나의 학교 성적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쳐버렸다.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어머니는 교인들과 모여앉아 미친 듯 기도를 드리고,
살풀이 무당을 부른 아버지는 녹색이 좋다는 말에 집안을 온통 청테이프로 도배해놓는다.

갑작스레 2년 전 잃어버린 애완견을 찾기 시작하는 누나와 동생은 파출소, 동물병원, 공터 등을 헤매어보지만 그들의 개는 찾을 수가 없다.



22분의 단편인 [저주의 기간]은 가족들의 모습이 짧은 컷들로 교체되면서 이 가족의 현재적 긴장과 불안심리를 도드라지게 잘 표현하고 있다.


-사실은 자식들 다 잘되라 하는 일이겠지만- 종교에 미친 부모님들과 그들의 기대에 못 미쳐 진짜 미쳐가는 누나.
부모들은 끊임없이 자식들에게 목표치를 부여했고, 부합하지 않은 상황을 이상 징후로 간주했으며, 이를 타파하기 위한다면서 근본적인 해결보다는 또 다른 이상 징후의 실행으로 해결해보고자 한다.
부모들의 존재란 참 여러모로 어렵다.
논리없는 애정과 희생에 가까운 노력을 장기간 수행해나가는 이면엔, 자식을 위한 마음이라는 명분 하의 욕망 투여가 없을 수 없다.
누구나 부모는 객관적이지 못하고 자기 자식이 최고다. 이 수준을 조금 더 넘어가다가보면 소유권 개념이 생기기도 하고 거의 무의식적으로 맘대로 하고 싶은 존재로 상정하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기본적으로 부모의 마음대로 되는 자식이란 흔치 않다.
그래서 사람이라 쓰고 인간이라 불리운다.
그리하여 부모는 때론 좌절하고 때론 비논리적 행동도 서슴치 않으면서 마치 신들린 듯 행동하지만 놀랍게도 우리 사회는 희한한 동정 가까운 인정 기미도 보인다.

한편, -외형적으로 보기에- 그런 안타까운 상황에 처해져있는 자식들의 입장은 어떨까?
이야기에 핵심에 서 있는 누나, 그녀의 입시 성적 회복을 위한 뼈빠질 듯한 암기 노력은 그녀의 흘리는 땀의 양만큼이나 눈물 겹다.
또 다른 그녀의 땀나는 노력인 개찾기는 너무나 간절한 나머지 사랑하는 개의 실종이 얼마나 많은 아픔을 주는 지 동조하게 된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그녀의 사랑스런 개가 사실상 그녀의 입신양명을 위해 희생된 생명임이 밝혀졌을 때,
그녀가 미친 듯 찾아다닌 행위는 슬픔과 안타까움이라기보다 저주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사실에 살짝 배신감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우리는 속은 좀 상하지만 탓을 하긴 좀 그렇다. 그녀는 그렇게 보았고,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행동할 때 강화받았다.
오히려 희한한 건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강화를 시키는 인간 사회가 무엇으로 홀린 건지 알 수 없으나
버젓이 잘못된 짓을 해놓고 '저주'를 들먹일 최소한의 심적 기준은 존재한다는 점이다.
임시적인 안식과 평안과 행복이라도 주는 걸까?

물론 가장 확실한 사실은 그 좋다는 녹색에 뒤덮혀도 개는 행복할 수 없다는 점이다.

* 출처 : 인디포럼(http://www.indieforu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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