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샤우캇 아민 코르키
- Shwan Atuf, Govar Anwar, Rojan Hamajaza, Mohamadd Hamed
- 등급 미정
- 극장 : 2010-07-08
- Narin Film, NHK Ja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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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한복판.
시가지에선 하루에도 여러 차례 포탄이 투하되는 소리가 들리고,
이미 집을 잃은 사람들은 거대한 운동장 구석구석에 둥지를 틀고 있다.
가끔 정부나 기업의 높으신 누군가가 시찰오시면 어서 나가라고 하지만, 집도 절도 없는 그들은 더이상 갈 곳도 없다.
무장한 군인과 간단한 탱크까지 들어올 때도 있지만, 그들은 겁을 먹고 피하기보다 앞으로 나아가 '갈 곳 없음'을 호소한다.
운동장 골대엔 염소를 매어놓기도 하고,
운동장 가에는 빨래가 널려있기도 하고,
관중석 한켠에는 아이들이 공부를 배우기도 하는 꽤나 평범한 일상.
킥오프의 화면 속 풍경에서 헬기는 끊임없이 날라다니고, 포탄 소리는 진동하며, 이리저리 깨져버린 건물들을 통해 전쟁의 한복판임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화면이 칼라이되 약간은 잿빛이 섞여서 그런가? 영화는 전쟁이라 알 수 있으되 깨닫게 해주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일상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고,
어디선가 구해온 장비로 축구 경기 관람에 열광하기도 하고,
민족 간 화합을 꿈꾸며 축구팀도 결성하고 옷과 운동화도 맞춘다.
소형 탱크를 끌고 온 군인들이 들이닥쳐도 쉽게 이야기 나누고 자신의 뜻을 나누는 모습에서 그 무기들이 사용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뉘집 자식이 포화 속에 죽어 삶의 터전인 운동장으로 들어와도 안타깝긴 하지만 그 역시 일상의 풍경이다.
관객에게 '전쟁이라는 공포'는 화면상의 거리도, 감정의 거리도 아직은 원거리이다.
그들이 축구라는 단 한가지 일에만 집중하는 모습에서는 현대인이 결코 달성할 수 없는 집중력이라 심지어 부럽기까지 하다.
그들은 오로지 축구만을 생각하며 축구만을 준비할 여유와 열정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자신의 가진 한도 내에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이렇게 때론 잔잔하게, 때론 활기차게 몰고 오던 영화가 마지막에 한방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한방은 예상외로 반향이 크다.
나는 영화가 그대로 드러내보여주는 전쟁의 이미지를 해독하지 못한 채 영화 후반까지 끌려오다가 마지막 한방으로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
결국 이곳은 전쟁 중이고, 전쟁은 여전히 끔찍하고, 여전히 인간의 목숨에 대한 생생한 결과값이다보니 생경해지고 싶은 무엇이다.
영화 내내 화면에 깔려있던 잿빛은 나의 눈에 그야말로 마지막에만 벗을 수 있는 장막으로 작동하였다.
울리지 않지만 구슬프고, 맹맹한 줄 알았는데 깔끔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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