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vie story

스스로 하는 '잘 살자'는 다짐 - 영화 [작은 연못]

by jineeya 2010. 2. 4.
* 이 영화는 리뷰라고 생각하며 쓰기는 힘들 것 같다. 그냥 그런 기분...

작은 연못
감독 이상우 (2009 / 한국)
출연 문성근, 김뢰하, 신명철, 전혜진
상세보기

한국전쟁, 지금도 생각만 하면 피 비린내 날 것 같은 그 시절에도
아이들은 웃고, 어른들은 밭을 일구고, 노인들은 바둑을 두었을 터다.

마치 영화 [동막골 사람들]의 마을과 같은 전경과 순박해서 아름다운 사람들이 일상의 소소함을 나누는 하루하루.
그들에게 전쟁은 있다는 소문만 들리는 무엇이었다.

그들이 피난을 결심한 건 미군이 '작전지역'이라 외치는 탓이었다.
차마 못 떠나고 마을에 있어도 피난가라하고, 산에 올라가도 피난가라하니
주섬주섬 짐을 싸서 좁은 길을 따라 떠날 수 밖에 없었던 행렬들.

그때까지만 해도 산 자도 죽은 자도 평생 안고 갈 비극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을까?


작은 연못의 초반은 평온하고 정겹기 그지 없다.
그러나 처음부터 내가 가지는 긴장감은 어쩔 수 없었다.

한국전쟁 한가운데, 1950년 노근리 사건의 이야기라는 걸 아는 그 순간부터
이 영화를 보는 자세는 초지일관이다.

그래도 갑자기 철길에서 터지는 포화와 총성의 시작은 깜짝(!) 놀라움이다.
그렇게 총을 쏘는 미군도, 총을 맞는 피난민도 '왜?'인지 모를 살육이 시작되었다.

영화를 보면서 3박 4일-동안 총을 쏴댔다- 이라는 시간이 공포라는 기제를 통해 얼마나 길게 느껴질 수 있는지 깨달았다.
언제쯤 되어야 멈출 지 알 수 없는, 이유 모를 포화를 견디는 고통은 무엇일까?
나는 어느새 날짜를 세고 있었던 것 같다.

희한하게도 사람들이 한참 죽어나갈 때보다 더 구슬프고 공포스러운 장면은
미군이 떠나고 철길의 시체 사이로 수많은 파리가 날리던 그 장면이었다.
시체와 얽혀있는 그 순간에도 한발짝 밖을 디디면 죽을 지 모른다는 공포에 난짝 업드려있던 주민들.

고통은 싫다.
공포는 더 싫다.
그래서 보기 좋은 장면만 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걸 알기에 이 영화는 마지막에 살아남은 자와 살았으면 어떻게 지냈을 지 예상되는 자들의 모습을 깔아준다.
마치 마음을 정돈하라는 듯, 사람은 이렇게 사는 거라는 듯.

그래도 세상을 살다보면 꼭 봐야 하는, 들어야 하는 무엇들이 있다.
유족에겐 다소 미안하지만 잊지 않기 위해서라기보다 다시는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
사람은 다르게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계속 품기 위해서...

제발, 잘~ 살자.

* 뱀발1 : 노근리 사건은?
-1950년 7월 한국전쟁 당시, 대전에서 부산 가는 길목인 영동군 횡간면 노근리 일대 철길과 쌍굴 다리에서 미군의 공격에 의해 500여명이던 주민 중 25명만 생존할 수 있었던 사건이래요..ㅠ.ㅠ

* 뱀발2 : 중간에 하늘이라는 연못을 떠돌던 고래는 좀... 아니다.

* 영화사이트 - http://blog.naver.com/alittlepon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