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순환]. 김지희. 55*58*72cm. 나무, 마끈, 천 등.
작품 [순환]은 삶과 죽음, 객체와 통합의 순환에 관한 내용을 담고자 한다.
나무로 형상화된 전체 구조는 나무의 뿌리, 줄기, 가지, 때로는 잎 등의 구상적 표현을 통해 재생과 분해의 생명 순환 과정을 상징한다. 나무와 더불어 중요한 지반이자 땅을 상징하는 교자상의 바닥은 도철(饕餮)이라는 중국 고대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의 형상이 자리하고 있다. 도철은 소나 양의 몸에 호랑이 이빨과 사람의 얼굴을 가진 굽은 뿔 달린 모습을 하고 있는데, 용의 자식 중 하나라고 한다. 사실 도철은 거칠고 엄청난 식탐을 가진 괴물로, 식탐이 과하여 자신의 몸까지 먹어치운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러한 형상과 성정으로 인해 도철은 주로 청동기 시대 탐욕을 경계하는 의미에서 장식으로 널리 사용되었다고 전해진다. 실제 선인들의 용처 뿐 아니라 도철의 특성은 주로 죽음과 재탄생의 경계, 즉 사로 들어서는 마지막의 너머와 생의 시작 이전 사이에서 마치 자연을 도와 사체를 분해하고 새 생명의 밑거름을 제공하는 미생물과 같은 기능이 엿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도철이 흙과 일치된 형상으로 표현된 것은 삶을 나타내는 나무의 형상과 대비시키는 한편 순환의 고리를 잇는 개념을 투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전반적인 구조는 강해도, 모나도, 하나의 기의 흐름을 통해 어우러지는 통합성과 순환성을 재연함으로써 삶과 죽음의 순환을 시현하는 효과를 누리고자 함이다.
한편 나무 형상에 붙어있는 나무토막들은 각각의 개인 또는 객체를 상징하여 바닥부터 가지 끝까지 다양한 곳에 존재하는 동시에 뭉쳐있거나 떨어져있기도 하고 고유의 형태와 공간을 차지하는 자유롭고 제재받지 않는 모습을 나타낸다. 동시에 결과적으로는 모두의 객체성이 어우러져 하나의 나무와 땅을 이루는 전체성의 일부를 구성하기도 한다.
객체인 나무토막들과 기반이 되는 나무를 이어주고 감싸주는 역할은 마끈(꼰줄)이 담당하고 있다. 마끈은 나무의 뼈대는 물론 나무토막들, 바닥의 도철에 이르기까지 작품의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물체이다. 이러한 모양새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움직이는 기(氣)의 흐름을 표현함으로써 삶과 죽음의 구분보다는 순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해당 작품에 사용된 재료 역시 버려진 나무 교자상과 나무토막들, 천 등 쓸모없어진 물건들을 활용하여 새로이 작품화하는 리사이클링, 업사이클링의 방식을 취함으로써 ‘순환’이라는 작품의 의도를 반영하고자 했다. 동시에 일부의 재료는 그대로 살리고 나머지는 다소의 변형을 줌으로써 통합성을 이루는 객체들의 자율성이 전체의 조화를 해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조화의 아름다움을 배가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반영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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