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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wing story

제강과 도철, 시작의 이전과 끝의 이후

by 뭔가관리하는 jineeya 2014. 6. 26.


신화에서 본격적인 첫장을 장식하기 이전에 등장하는 신들이 있다.

그리스에서 가이아도 이전에 태초신 중 하나로 '카오스'가 존재했다면, 중국에서는 혼돈의 신 '제강'이 있다.

(솔직히 신화를 나라 이름으로 구획지어 언급하는 건 불합리하다싶은데 앎의 깊이가 딸리니 어쩔 수 없다..ㅡ.ㅡ)


둘다 의미도 비슷하거니와 존재들이 존재하기 이전의 존재(?)로, 텅비거나 공허한, 그야말로 '혼돈'을 뜻한다.

태초를 상상함에 있어서 혼돈이나 허공 등을 언급하는 것은 굳이 과학을 끼워넣지 않아도 일종의 상식적인 의식의 흐름 아닐까?



혼돈의 신 '제강'은 날개 4개, 다리 6개에 눈, 코, 입, 귀 모두 없는 신이다. 그 모습으로 상상하긴 어렵지만 가무에 뛰어난 신이다. '장자'에는 친구들이 '제강'에게 눈, 코, 입, 귀를 만들어주고자 7개의 구멍을 뚫었다가 죽어버려 세상이 되었다는 글이 있다고 하는데, 그 역할은 사실 '반고'라는 거인이 맡은 것이기도 하다.

죽고 분해되어 세상이 되는 거대한 존재들. 그것이 - 인간의 입장에서 봤을 때- 고대 거인의 역할이자 거인이라는 이름의 자연의 역할이기도 하다. 


어느 문헌에서는 제강이 '사흉'이라는 두려운 괴물들 중 하나로 적혀있다는데, 

사흉 중 다른 괴물에는 '도철'이 있다. '도철'은 용의 자손이자, 용이 되지 못한 포악하고 식욕이 강한 괴물로 묘사된다.

그래서 먹어치우고 또 먹어치우다가 자신의 몸까지 먹어 눈과 뿔 정도 남은 존재다. 

탐욕을 경계한다는 생각에 각종 청동기 문양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어디선가 읽은 책에서는 도철이 대지의 여신을 도와 존재를 무(無)로 돌려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상당히 논리적이고 매력적인 생각이다.



도철의 이미지는 의외로 많아서 문양을 보거나 본뜨다보면 문득 제강과 상당히 닮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도철의 뿔은 변형하면 왠지 제강의 날개가 될 것 같고, 남은 거대한 눈은 세상이 될 만큼 거대한 몸뚱아리에 새겨져있었을 표식같다.

도철 문양이 있는 청동기들 중 특히 - 제의에 사용했을 - 3족 받침 기둥은 원래의 도철 이미지와는 상관없을지 모르겠지만, 왠지 갯수를 늘려 6족인 제강의 다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세상의 존재를 무(無)로 돌려보내는 도철이 세상이 생기기도 전의 '무(無)'를 상징하는 제강과 같은 모습이라는 것.

마치 세상의 시작 이전과 끝의 이후를 연결해주는 보이지 않는 영역에,

'도철'이라는 이름의 '제강'이, '제강'이라는 이름의 '도철'이 존재하는 듯 하다. 

아니, 존재라기보다는 그저 소멸의 강력한 이미지를 지니는 '과정'에게 붙여진 이름인가?



▲ 제강으로 돌아가는 도철, 2014, 김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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