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게도 나는 세계 사회 운동의 흐름이나 역사에 무지하고, 국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며칠 전 시사회를 통해 만난 1936년생 영국인 랄프 스테드먼과 그의 이상한 나라의 친구들의 업적 또는 과오, 그들이 헤쳐나간 시대에 대해 논할 만한 능력이 없다.
다만 영화는 무척 잘 만들어진데다가 그의 그림과 스토리도 오묘한 조화가 돋보이고, 당연히 그의 그림은 멋졌고, 그의 조금 젊은 친구 조니 뎁부터 다른 모든 친구들까지 참 근사하게 살아왔다는 점은 분명하다.
스스로 '카투니스트' 정도로 불리면 될 것 같다는 랄프 스테드먼은 확신에 차서 말했다.
'펜 하나로 세상을 바꿀 능력이 있었다'고...
그는 매우 두렵기도 하고 부럽기도 한 세대를 살았고 버티고 헤쳐왔다.
그와 친구들은 사회적, 정치적 풍자가 가득한 그림과 글로 세상을 바꾸고자 했을 거다.
아마도 '세상을 바꿀 능력이 있었다'는 확신은 '세상을 바꿔야 하는 의무'를 발현해야 했던 평탄치 못한 세상을 달리 표현한 문구일지도 모른다. 비록 이렇게나 명확하게 말할 수 있다는 점은 부럽기 그지 없지만 말이다.
그런데 영화 중간에 랄프의 이상한 친구들 중 한명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략- 아래와 같이 말한다.
'세월이 흘렀고, 세상은 생각만큼 많이 바뀌지 않았고, 지금 세대는 쇼핑에만 관심 있고, 이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 해외와 국내의 시대와 세대 구분은 상당한 차이가 있겠지만 -
그러고 보니 목숨 걸고 운동해보지 못한 나도 2000년대 들어서며 싸늘하게 식어가는 대중의 관심도를 체감할 수 있었다.
한동안 운동의 언어와 소통 창구를 바꾸어 어떻게 하면 대중인 척 노력하며 관심을 끌어들일 수 있을 지 어리석은 고민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로지 주관적 입장에서- 지독한 소강 상태가 지나고 난 어떤 시점에서 생각해보니,
대중은 완전 생소한 존재로 보였고, 그들의 운동적 관심사는 나의 옆길 같기도 했고, 운동 방식은 새로워져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나는 대중과 구분되지 않고, -굳이 운동이라 붙일 수 있는 걸 할 지 모르겠으나- 아마도 적당한 영역과 범위와 조화를 찾아 도모해나갈 것이다.
그렇다면 이 모든 건 '세상은 변화한다'는 기본 원리를 놓치고,
그저 자신의 위치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단절'로 제한해버리는 관점의 차이가 아닐까?
물론 랄프의 친구는 충분히 위와 같은 말을 할만 하다. 그리고 그것조차 모든 세대가 세상을 바꾸어나가기 위한 중요한 기폭제 중 하나다.
최근 누군가에게서 지속되는 세월호 촛불 집회 속에서 청와대로 뚫고 나가는 20대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운동은, 저항은 젊은 세대의 것'이라고, 아마도 80년대 학생운동 선배들이 지금 이들과 같은 모습이지 않았을까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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